희귀질환

야생 고양이 먹어 저주받은 줄… ‘늑대인간 증후군’ 어떤 병인가?

임민영 기자

[해외토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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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렌 가몽간(2)은 ‘다모증’ 때문에 피부에 긴 털이 뒤덮였다./사진=더 선
필리핀 2세 남자아이가 다모증을 앓고 있는 사연이 공개됐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더 선 등 외신에 따르면 재렌 가몽간(2)은 얼굴 전체에 검은 털이 뒤덮인 채 태어났다. 재렌의 어머니 알마는 처음 재렌의 모습을 봤을 때 임신 중 야생동물 고기를 먹어서 아이가 저주받았다고 믿었다. 알마는 “재렌을 임신했을 때 검은색 야생고양이 고기를 먹은 적이 있다”며 “임신 중 너무 먹고 싶어서 못 참고 먹었는데, 아이를 보자마자 후회했다”고 말했다. 이후 병원에서 검사를 받자, 재렌은 ‘다모증(hypertrichosis)’을 진단받았다.

알마는 “털을 잘라보기도 했지만, 오히려 더 길게 자라고 두꺼워져서 더는 자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임신 중 검은 고양이 고기를 먹은 것과 다모증 발병은 과학적으로 연관성이 입증되지 않았다. 의료진은 “재렌은 저주받은 게 아니라 그저 매우 희귀한 유전질환에 걸린 것뿐”이라며 “현재 10억 명 중 1명꼴로 발생한다고 알려졌다”고 말했다.


재렌이 겪고 있는 다모증은 신체 어디에든 털이 과도하게 자라는 질환이어서 ‘늑대인간 증후군’이라고도 불린다. 다모증 환자들은 생후 몇 주 내에 떨어져야 하는 솜털이 계속 자라거나, 색이 살짝 있는 가는 털이 자라거나, 두껍고 어두운 색깔의 털이 자라는 등의 증상을 보인다. 성별과 상관없이 나타날 수 있으며 발병 시기도 제각각이다. 재렌이 겪는 선천적인 다모증은 주로 태어날 때부터 긴 솜털이 있으며, 손바닥과 발바닥을 제외한 몸 전체에 긴 털이 있다. 다모증 환자들은 호르몬 불균형으로 인해 비만, 당뇨 등 대사성 변화를 겪을 수 있고, 여성의 경우 월경 장애가 나타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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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렌 가몽간(2)은 ‘다모증’ 때문에 피부에 긴 털이 뒤덮였다./사진=더 선
다모증의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가족력이 있으면 발병할 확률이 높다. 유전자 변이 때문에 다모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선사 시대 때 털이 길게 자라도록 유도한 유전자는 인류가 진화하면서 사라졌다. 하지만 이 유전자가 다시 발현되면서 다모증이 발생한다는 주장도 있다. 선천적인 다모증 환자 기록은 중세 시대부터 있었는데, 현재까지 환자 수가 전 세계 100명 미만일 정도로 희귀하다.


다모증은 아직 완치법이 없다. 환자들은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털을 제거하는 단기적인 방법을 활용한다. 주로 레이저 제모, 제모기, 왁싱 등으로 일시적인 효과를 얻고자 한다. 하지만 털을 잠시 없애려다 오히려 피부에 자극을 주고 내생모(피부 속으로 파고들어가 자라는 털)를 유발할 수 있다. 다모증을 예방하는 방법도 없다. 다만 후천적인 다모증 중 일부는 미녹시딜(탈모 치료제)이나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단백질 합성을 도와 근육을 키워주는 남성호르몬제의 일종) 등을 복용해서 발병할 수 있다고 알려졌다. 이런 약물을 피하면 후천적 다모증 발병 위험을 낮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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