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미국·유럽, 식품포장재 'PFAS' 퇴출… 한국은 규제 없어

이슬비 기자

이미지

사진=연합뉴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최근 식품 포장재에 과불화화합물(PFAS) 사용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PFAS는 탄소와 불소가 결합한 유기화합물로, 열에 강하고 물과 기름이 누출되거나 흡수되는 걸 방지한다. 이렇게 코팅에 적합한 특징으로, 그간 패스트푸드 포장재, 전자레인지 팝콘 봉지, 테이크아웃 용기 등 다양한 식품 포장재에 사용돼 왔다.

하지만 ▲잘 분해되지 않아 잔류 되는 양이 많고 ▲독성이 있어 암, 면역력 약화, 호르몬 기능 장애 등 발병 위험을 높이고 ▲토양과 물을 오염시키는 등의 문제가 있다는 여러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최근 미국, 유럽 등에서는 규제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일단 미국에서는 식품 포장재에서만 사용을 금지한 건데, PFAS가 사용되는 곳은 옷, 조리도구, 카펫, 화장품, 세제 등 매우 많다.

◇내 몸에 들어온 PFAS, 호르몬 교란해 면역력 떨어뜨려
PFAS는 내분비계를 교란하고, 체내 신진대사·면역체계를 방해한다. 미국 예일대 연구팀이 일반 대장암 세포에 PFAS를 노출시켰더니, 실제로 다른 곳에서 전이가 나타났다. 연구팀은 PFAS가 체내 세포의 작용을 방해해 암세포의 성장과 전이를 촉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미국 USC 켁 의대 연구팀은 세포가 아닌 사람을 대상으로 PFAS가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했다. 당뇨병 발병 위험이 높은 청소년 304명을 대상으로 PFAS 수치를 측정한 뒤, 골밀도를 추적 관찰했더니 PFAS 농도가 두 배 증가할 때마다 골밀도가 감소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내분비계를 교란해 체내 호르몬의 정상 작용을 방해하기 때문"이라며 "PFAS에 대한 엄격한 사회적 규제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 외에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PFAS에 장기간 노출되면 호르몬 이상, 간·콩팥 손상 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지난 2022년 6월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전문가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인간의 건강에 훨씬 위험하며, 매우 낮은 수준에서도 인체에 해로울 수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코팅 제품 피하는 게 상책
PFAS는 매우 다양한 곳에서 사용되는데, 노출을 줄이려면 우선 코팅 제품을 피해야 한다. 세라믹 등 코팅된 조리 기구대신 유리나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의 조리 기구를 사용하는 게 좋다. 조리 도구 중에는 특히 프라이팬이나 종이컵 등에 PFAS가 많다. 얼룩방지 카펫, 바닥재 등도 피하는 게 좋다. 옷은 양모나 면 등 천연직물 소재를 입는 게 좋은데, 방수 의류 등은 제작 과정에서 PFAS가 흔히 사용된다. 화장품, 세정제 등에도 흔하게 PFAS가 쓰이므로, 사용 전 성분을 살펴보는 게 좋다. ‘플루오르’나 ‘플루오로’ 등의 표현이 쓰였다면 PFAS다.

◇전 세계 PFAS 규제 방향으로 가지만… 우리나라만 "안돼"
미국, 유럽 등에서는 PFAS를 줄이기 위한 적극적인 규제책을 펼치고 있다. 미국에선 일단 식품 포장재에 PFAS를 사용하지 못하게 됐고,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선 2025년부터 화장품 내 모든 PFAS 사용을 못 한다. 메인주와 미네소타주도 2030년부터 의도적으로 PFAS를 첨가한 제품은 판매를 금지하기로 했다. 유럽연합(EU)은 PFAS를 포함한 독성 화학물질의 사용금지를 다룬 'EU리치(EU REACH, EU 내에서 연간 1톤 이상 제조·수입되는 모든 화학물질에 대해 유통량·유해성 등에 따라 등록평가승인을 받도록 의무화하는 제도)' 개정안을 공개했다. PFAS는 1만 종 이상 사용을 제한했다. PFAS 규제를 가장 적극적으로 검토하던 덴마크는 2021년 PFAS 화합물 그룹 전체를 식품 포장재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 외 뉴질랜드에서도 2026년부터 PFAS가 함유된 화장품의 제조와 수입을 금지하기로 했다.

아직 국내에서는 PFAS를 규제하는 규제가 없다. 규제를 신설할 계획도 없다. 지난 2022년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PFAS를 포함한 유해화학물질 13종 위해성 평가를 발표했는데, '위해성이 낮다'로 결론지었다. PFAS의 주요 노출원은 90% 이상이 식품이라서 다양한 식품을 골고루 섭취하는 게 노출을 줄이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EU에 PFAS 사용 제한 규제 도입을 신중히 검토해달라고 지난해 10월 통상장관 회담에서 요청했다. 우리나라 경제의 버팀목인 제조업 분야에서 PFAS를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자동차업에선 안전성, 신뢰성, 내구성 등 성능 충족을 위한 주요 부품에 ▲반도체업에선 식각공정의 냉매, 화학증착공정의 반응기 세정제, 윤활제 ▲배터리업에선 리튬 이온 배터리 안정성 충족을 위해 PFAS를 활용 중이다.


헬스조선 서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