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과펫
고양이는 정말 흐르는 물을 더 좋아할까? 실험 결과는… [멍멍냥냥]
이해림 기자
입력 2024/03/23 08:00
◇고양이는 흐르는 물 좋아한다? “취향 따라 달라”
고양이가 흐르는 물을 좋아한다는 통념이 실험으로 입증된 것은 아니다. 2010년 ‘동물행동학저널(Journal of Veterinary Behavior)’에 게재된 논문에 의하면, 물이 고여있을 때보다 흐를 때 고양이의 평균 음수량이 조금 더 증가하는 것이 관찰됐지만,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정도는 아니었다. 연구진은 고양이가 각자 특정 물그릇에 애착을 가지는 경우가 많아, 고인 물 대비 흐르는 물에 대한 집단적인 선호 경향이 잘 관찰되지 않은 것으로 분석했다. 2010년 ‘국제고양이수의학회(International Society of Feline Medicine)’ 저널에 실린 논문의 결과도 이와 비슷하다. 일반 물그릇과 분수형 물그릇에서의 음수량을 12마리 고양이를 대상으로 비교했더니, 분수형 물그릇에서 평균 음수량이 조금 더 많았으나 요삼투압(소변에 녹아있는 입자의 수) 검사에서 소변이 유의미하게 묽어질 정도는 아니었다.
다만, 일반 물그릇보다 분수형 물그릇이 고양이의 흥미를 더 잘 끄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언급한 국제고양이수의학회 저널 논문에서 연구진이 12마리 고양이의 보호자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물그릇이나 그 속의 물을 가지고 논 고양이의 수는 일반 물그릇에서 3마리(25%), 분수형 물그릇에서 5마리(42%)였다. 12마리 중 10마리(83%)의 보호자가 ‘고양이가 분수형 물그릇을 좋아한다’고 결론 내렸다.
오스트리아 수의과학 저널의 스테파니 핸들(Stefanie Handl) 편집장(빈 수의과대학 박사)은 이 실험 결과를 두고 “고양이가 흐르는 물을 선호한다는 추측이 있어, 음수량을 늘리고자 할 때 분수형 급수대가 추천되곤 한다”며 “그러나 고양이가 분수형 급수대를 사용할지 아닐지는 개별적 취향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물 시원하면 ‘일부’ 고양이에서 음수량 는다는 연구 결과
오히려 물을 시원하게 하는 것이 몇몇 고양이에서 음수량 늘리기에 도움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2023년 ‘이스탄불 수의과학 저널(Journal of Istanbul Veterinary Sciences)’에 실린 논문이다. 연구팀은 2주간 건강한 성묘 9마리를 대상으로 물 온도를 바꿔가며 음수량을 측정했다. 첫째 주에는 물 온도를 인위적으로 조절하지 않았을 때의 평소 음수량을 측정하고, 둘째 주에는 하루에 세 번씩 4개의 얼음 조각을 넣어 물을 시원하게 했을 때의 음수량을 쟀다. 얼음을 넣지 않은 물은 약 24°C였고, 얼음물은 얼음을 넣은 직후에 약 15°C로 낮아졌다가 얼음이 녹으며 5시간 후에는 약 22°C가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험 결과, 첫째 주에 고양이들의 평균 음수량은 하루에 체중 1kg당 142.26mL였고, 둘째 주에는 체중 1kg당 203.97mL로 증가했다. 물론 고양이마다 개인차가 있었지만, 8마리 고양이 중 4마리에서는 음수량 증가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나타났다. 시원한 물은 따뜻한 물보다 산소가 많이 녹아있어 고양이에게 더 신선하다고 인식되기 때문이라는 것이 연구팀의 추측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