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

스스로 유령이라 믿는다… 먹지도 자지도 않는 ‘코타르 증후군’ [세상에 이런 병이?]

임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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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사는 워런 맥킨레이는 오토바이 사고 이후 코타르 증후군을 앓아 굶어 죽기 직전까지 음식을 거부했다. 코타르 증후군 때문에 살이 빠진 맥킨레이의 당시 모습./사진=BBC
세상에는 무수한 병이 있고, 심지어 아직 밝혀지지 않은 미지의 질환들도 있다. 어떤 질환은 전 세계 환자 수가 100명도 안 될 정도로 희귀하다. 헬스조선은 매주 한 편씩 [세상에 이런 병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운, 믿기 힘들지만 실재하는 질환들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스스로 죽었다고 생각해 밥을 먹지도, 자지도 않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코타르 증후군(Cotard’s syndrome)’을 앓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겪는 질환에 대해 알아봤다.

코타르 증후군은 1882년 프랑스 정신과 의사 쥘스 코타르에 의해 명명됐다. 당시 코타르는 ‘마담 X’라고 불리는 한 여성 환자의 진료를 봤다. 이 여성은 극심한 자기혐오증에 시달렸고, 자신의 뇌와 신경, 가슴 등이 없다고 믿었다. 그리고 자신에게 뼈와 피부만 남았고, 신체가 여러 갈래로 찢겨 고통당하고 있다고 믿어 먹지도 않았다.

코타르 증후군은 ‘걷는 시체 증후군(walking corpse syndrome)’이라고도 불리며, 자신이 죽었다고 믿는 정신질환이다. 환자들은 자신의 신체 일부가 이미 사라졌거나 죽었다고 착각한다. 그리고 먹거나 마시는 등 기본적인 생존 활동을 포기한 채 마치 좀비처럼 살아가는 모습을 보인다. 코타르 증후군이 있으면 무기력해지고 쉽게 불안감을 느낀다. 자신이 이미 죽었다고 생각해서 타인과 교류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코타르 증후군은 희귀한 정신질환이라 정확한 원인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얼굴 인식을 담당하는 뇌의 ‘방추상회(fusiform gyrus)’의 결함이 이 질환을 유발한다고 판단한다. 치매, 뇌종양 등 신경계에 영향을 주는 질환이 발병 요인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이외에도 전문가들은 내면을 탓하는 성향이 있거나 조울증, 조현병 등이 있다면 발생 위험이 커진다고 추정한다. 현재 코타르 증후군은 전 세계 200건 정도만 보고될 정도로 매우 드문 질환이다.

코타르 증후군을 치료할 땐 우선 코타르 증후군을 유발한 질환을 파악해야 한다. 질환을 파악하면 알맞은 약물 치료와 수술적 치료를 진행한다. 환자에 따라 인지행동요법(CBT)이나 심리 치료를 시행하기도 한다. 인지행동요법은 전문가와의 대화 등을 통해 부정적 기억이나 감정을 변화하는 훈련이다. 환자가 필요하다면 항우울제, 항불안제 등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코타르 증후군은 2016년 영국 한 남성의 사연을 통해 유명해졌다. 군인 출신인 워런 맥킨레이(당시 35)는 2005년 오토바이 사고로 골반이 부러지고, 폐가 파열되는 등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당시 그는 생명이 위태롭기까지 했지만, 다행히 서서히 회복했다. 그런데, 이후 그는 코타르 증후군에 걸려 아사(餓死) 직전까지 음식을 먹지 않았다. 맥킨레이는 영국 데일리메일 인터뷰에서 “사고 이후 6주간의 기억을 통째로 잃었다”며 “내가 이미 죽었고, 유령이 된 상태라고 믿어서 먹는 게 무슨 소용인가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다 그는 군인 재활센터에서 코타르 증후군을 앓았던 군인을 우연히 만났다. 맥킨레이는 “그때 그 군인을 만나 대화를 하면서 서서히 이 질환에서 벗어났다”며 “이제는 완치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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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타르 증후군 완치 후 건강을 회복한 워런 맥킨레이의 모습./사진=영국 데일리메일
코타르 증후군이 생기면 스스로를 돌보지 않을 때가 많아 여러 합병증을 유발할 위험이 있다. 씻지 않으면 피부 질환이나 충치가 생길 수 있다. 먹거나 마시는 것을 포기하면 영양실조 등에 걸릴 수도 있다. 따라서 주변에 코타르 증후군 환자가 있다면 꾸준한 관심과 관찰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