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건강기능식품, 이제 '당근' 된다고?
이슬비 기자
입력 2024/01/16 15:12
#다음 달 출산 예정인 B씨는 여러 지인과 보건소에서 철분제 등 다양한 건강기능식품을 선물 받았다. 너무 많아 다 먹을 수 없었다. 소비기한이 넉넉한 새 제품이 여러 개 남아있는 것을 보고 중고 거래 사이트에 글을 올렸지만, 불법이라는 얘기를 듣고 전부 버릴 수밖에 없었다.
이제 A, B씨와 같은 상황을 피할 수 있게 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건강기능식품을 개인끼리 사고 받을 수 있도록 허용할 예정이다.
규제심판부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건강기능식품 소규모 개인 간 재판매는 허용하도록 16일 권고했다. 다만, 유통 질서를 위해 거래횟수, 금액 등을 제한하는 등 합리적인 대안도 함께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건강기능식품은 결핍되기 쉬운 영양소나 인체에 유용한 기능성을 가진 원료·성분으로 제조·가공한 '식품'이다. 홍삼, 비타민, 프로바이오틱스 등이 포함된다. 최근 건강에 대한 관심이 올라가면서, 우리나라 10가구 중 8가구는 연 1회 이상 구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 국민적으로 이용하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현재 오직 영업 신고를 한 건강기능식품 판매업소만 해당 제품을 판매할 수 있다. 유관기관에서 건강기능식품법령을 신고 업자만 판매할 수 있다고 해석했기 때문이다. 개인 간 재판매는 일절 금지됐다. 한 플랫폼에서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하려다가 자동 차단된 계정은 월평균 약 1만 1000건으로 확인됐고, 신고 차단은 약 2만 9000건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규제심판부는 대법원 판례 등을 고려했을 때, 현행 관련 규정을 개인 소규모 재판매 금지로 해석하기엔 법적 근거가 불명확하다고 판단했다. 또 신고하지 않은 개인 간 재판매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무거운 수준의 처벌 대상으로 보는 것은 국민 권익 침해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건강기능식품은 대부분 상온 보관과 유통이 가능하고 소비기한도 1~3년으로 재판매가 가능한 일반 식품보다 길게 설정되고 있어, 안전·위해 우려도 크지 않을 것으로 보았다. 게다가 이미 건강기능식품 온라인 판매 비중은 68%를 차지할 만큼 보편화됐다. 이미 미국, 일본, EU 등 해외 주요국도 모두 개인 간 재판매를 허용하고 있다.
규제심판부는 "이번 개선 권고로 건강기능식품 시장의 전반적 유통질서는 유지하면서도 국민 편의를 한층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며 "명확한 법령해석으로 소비자의 선택권을 두텁게 보장하고, 실수요자의 구매 문턱을 낮춰 건강기능식품 시장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식약처는 "규제심판부의 권고에 따라 후속 조치를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