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건강

밥 먹고 '꾸벅~ 꾸벅~' 단순 식곤증 아니라, 병 전조 증상?

이해나 기자 | 정준엽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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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당 스파이크는 식후 혈당이 급격히 오를 때 인슐린이 작용해 혈당이 급감하면서 피로해지는 현상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점심을 먹은 뒤 유독 졸음을 이기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음식을 소화하면서 생기는 정상적인 현상이지만, 정도가 심하거나 증상이 자주 반복된다면 '혈당 스파이크'를 의심해 볼 수 있다. 공복인 상태에서 음식을 먹으면 혈당이 급격하게 올라갔다 떨어지는데, 이를 혈당 스파이크라고 한다.

혈당 스파이크는 ‘인슐린 저항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인슐린 저항성이란 인슐린에 대한 우리 몸의 반응이 정상적인 기준보다 감소해 있는 경우를 말한다. 실제로 최근 피로감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 중 인슐린 저항성으로 인한 혈당 스파이크가 있는 경우가 많다. 중앙대병원 가정의학과 이혜준 교수는 "피로감으로 병원을 찾는 경우에 혈액검사를 같이 해보면 인슐린 저항성이 있는 사람이 꽤 많다"며 "예를 들어 음주를 많이 하는 중년 남성, 비만이나 대사 증후군 환자들의 인슐린 수치와 공복·식후 2시간 혈당까지 확인해 보면 당뇨 또는 당뇨 전 단계 증상이 있는 분들이 꽤 있다"고 말했다.

◇정제 탄수화물 과다 섭취·근육량 부족 등이 원인
식곤증과 혈당 스파이크의 원리는 서로 다르다. 식곤증은 우리 몸이 음식을 먹고 소화를 위해 혈액이 위장에 몰리면서 생기는 정상적인 생리적 피로감의 일종이다. 이때 뇌로 가는 혈액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어 피곤함을 느끼는 것이다. 반면 혈당 스파이크는 저혈당으로 인해 졸리거나 피로한 상태다. 식후 혈당이 급격히 오르면 인슐린이 작용해 혈당을 떨어뜨리는데, 이때 혈당이 급감하면서 졸리거나 피로해진다.

혈당 스파이크의 가장 큰 원인은 정제 탄수화물의 과다 섭취다. 정제 탄수화물이란 자연 상태의 곡물을 몇 차례 도정해 영양이 감소한 탄수화물을 말하는 것으로 흰쌀, 밀가루 등이 대표적이다. 정제 과정에서 녹말, 섬유질 등이 떨어져 나간다. 따라서 정제 탄수화물을 많이 섭취하는 비만, 대사 증후군 환자들이 위험군에 속한다. 또 술도 탄수화물이므로, 과음·폭음 등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 역시 혈당 스파이크가 생길 수 있다.

이외에도 근육량이 부족한 사람도 혈당 스파이크에 취약하다. 이혜준 교수는 "근육은 우리 몸에서 포도당을 대사하고 저장하는 중요한 기관"이라며 "근육이 적으면 포도당 대사나 저장에 문제가 생기면서 혈당 스파이크가 생긴다"고 말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도 위험할 수 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코르티솔’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이 호르몬 자체가 혈당을 높인다.

◇인슐린 저항성 유발해 각종 질환으로 이어져
혈당 스파이크의 반복은 크게 4가지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췌장 세포 손상=음식을 먹으면 혈당을 낮추는 호르몬인 인슐린이 췌장에서 분비돼 혈당을 조절한다. 혈당 스파이크는 이러한 인슐린의 저항성을 유발할 수 있다. 이혜준 교수는 "혈당 스파이크가 반복되면 평소보다 훨씬 많은 인슐린을 분비해야 한다"며 "그럼에도 인슐린 저항성 때문에 우리 몸이 반응하지 않으면 췌장 세포가 손상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뇨=혈당 스파이크가 반복되면 췌장 세포 손상으로 인해 혈당 조절 장애가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당뇨 전 단계를 거쳐 당뇨로 이어질 수 있다.

▷대사증후군 관련 질환=인슐린 저항성은 대사증후군과 관련이 있다. 대사증후군이란 ▲복부비만 ▲고혈압 ▲공복혈당장애 ▲고중성지방 ▲낮은 HDL콜레스테롤 중 3가지를 동시에 지닌 상태를 말한다. 따라서 고혈압, 고지혈증, 지방간, 통풍 등 대사증후군으로 인해 생기는 합병증도 일으킬 수 있다.

▷염증=혈당 스파이크에도 고혈당 상태가 있다. 높아진 혈당은 혈관 내피세포의 손상을 유발하고, 혈관 내피세포가 손상되면 염증이 생긴다. 이러한 염증은 ▲심장과 뇌혈관의 동맥경화뿐 아니라 심근경색, 뇌경색 등 심뇌혈관 질환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또 인슐린 저항성은 당뇨처럼 유전적 성격이 있으며, 가족끼리 같은 식습관을 공유하기 때문에 가족력이 높다.

◇혈액검사 권장, 식습관 개선 필수
혈당 스파이크가 당뇨로 이어지기 전, 가장 정확하게 진단하는 방법은 혈액검사를 하는 것이다. 병원을 찾아 공복 혈액검사를 하거나, 공복과 함께 식후 2시간 혈액검사도 같이 하면 도움 된다. 흔히 당뇨의 초기 증상을 다뇨(소변을 자주 보는 것), 다음(물을 많이 마시는 것), 다식(음식을 많이 섭취)이라고 하고, 식후 혈당이 300 이상으로 오를 때 체중이 갑자기 빠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초기에 이런 증상을 느끼는 경우는 많지 않다.

혈당 스파이크를 예방하려면 원인이 되는 식습관을 고치는 게 가장 중요하다. 흰쌀밥, 빵 등 정제 탄수화물 대신 ▲비정제 탄수화물(통곡물), ▲착한 탄수화물(저항성 전분) ▲식이섬유 ▲단백질 등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식사할 때 혈당 지수가 낮은 식품 위주로 먹는 것도 권장되며, 절주(술을 자제하는 것)도 필요하다. 또 과일 섭취도 줄여야 한다. 과당은 단순당이기 때문에 에너지원으로 쓰이지 않고 간에 중성지방으로 저장된다. 따라서 혈당 조절이 어려워지며, 지방간 등 다른 질환도 유발할 수 있다. 더불어 적당한 근력 운동과 단백질 섭취를 통해 근육량을 늘려 포도당 대사와 저장을 정상화하는 방법도 유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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