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질환
친구 아버지 사망 소식에 쓰러진 여성… 무슨 사연이?
이슬비 기자
입력 2024/01/12 08:30
영국 수의사 사라 우드워드(Sarah Woodward, 54)는 직장에서 일하다가 매우 친한 친구의 아버지가 숨졌다는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내려놓기도 전에 누군가 가슴을 찌르는 듯한 통증이 시작됐고, 통증은 등, 턱, 왼쪽 팔로 퍼졌다. 곧 숨쉬기가 어려워졌다. 사라를 발견한 동료가 바로 구급차를 불렀고, 진단 결과 좌심실 근육이 갑자기 약화하는 '타코츠보 심근증'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라는 "친구 아버지를 알고 지낸 지 45년이 됐고, 매우 친한 사이여서 내 아버지를 잃은 것만 같았다"며 "평소 일주일에 10시간은 운동할 정도로 건강하고, 담배도 피우지 않아 증상이 나타났을 때도 공황 발작이라고만 생각했지, 심장 질환이라곤 의심도 하지 못했다"고 했다.
일명 상심증후군이라고 불리는 타코츠보 심근증은 이처럼 건강한 사람에게도 갑자기 나타날 수 있다. 일본에서 처음 발견됐는데, 좌심실이 수축해 좌심실 위쪽이 마치 문어 항아리(타코츠보)처럼 부풀어 오른다고 해 이름 붙여졌다. 좌심실이 부풀어 오르면 심장 펌프 능력이 떨어지면서 흉통, 호흡곤란 등 심근경색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난다.
환자의 약 90%가 여성이고, 특히 50세 이상에서 잘 나타난다. 만성 스트레스도 타코츠보 심근증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알려졌다. 20명 중 1명은 병원에서 사망할 정도로 치명적이다. 대처를 잘하면 며칠에서 몇 주안에 회복되고, 3개월 이내에 심장 모양과 펌프질 능력 모두 정상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쇼크에 이를 정도로 증상이 심했다면 대동맥 안에 풍선 펌프를 삽입하기도 한다. 또 일부 환자는 흉통, 심계항진, 호흡곤란 등 장기적인 후유증을 겪는다. 5명 중 1명꼴로 재발하기도 한다.
사라도 재발을 겪었다. 처음 타코츠보 심근증을 겪은 지 3년 후 큰 사건이 없었는데도, 그날과 똑같은 통증을 느꼈다. 그 후 8개월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가슴 통증, 호흡곤란 등 후유증이 사라지지 않았다. 사라는 "가슴을 부여잡고, 폐지통을 보며 죽는 줄 알고 울었던 기억이 난다"며 "아직도 또 재발할까 봐 두렵다"고 했다.
타코츠보 심근증을 예방하려면 평소 일기를 쓰거나, 산책하거나, 노래를 부르는 등 자신에게 맞는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한편, 갑자기 너무 행복한 일을 겪었을 때도 타코츠보 심근증을 겪을 수 있다. 2016년 스위스 취리히대 병원에서 타코츠보 심근증을 겪은 환자 485명을 분석했는데, 96%는 슬픈 사건으로 유발됐지만 4%는 우승, 파티, 프러포즈 등 매우 즐거운 행사를 겪었을 때 타코츠보 심근증이 나타났다. 기쁠 때도 슬플 때와 마찬가지로 아드레날린 호르몬이 다량 분비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행복할 때 생기는 타코츠보 심근증은 여성보다 남성에게 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