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조선은 인터엠디(InterMD)와 함께 매월 정기적으로 주제를 선정해 ‘의사들의 생각’을 알아보는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인터엠디는 4만 3000여 명의 의사들이 회원으로 있는 '의사만을 위한 지식·정보 공유 플랫폼(Web, App)'입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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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클립아트코리아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 전직 간부가 의사이자 사업가인 여에스더(58)씨를 '쇼닥터'라며 고발했습니다. 쇼닥터는 의사 신분으로 방송매체에 출연해 의학적으로 인정되지 않은 시술을 홍보하거나 건강기능식품 등을 추천하는 등 간접, 과장, 허위 광고를 일삼는 일부 의사를 말하는데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실제로 여씨가 운영하는 건강기능식품 쇼핑몰을 검토했더니, 일반 식품을 판매하면서 마치 질병 예방·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처럼 부당 광고한 사례가 일부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사태가 소비자에게 미친 파장은 컸습니다. 여씨 쇼핑몰을 이용한 사람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여씨가 대표로 있는 에스더포뮬러의 2022년 매출은2016억원으로, 전년 대비 2배 이상 성장했습니다. 여씨의 '의사'라는 타이틀이 미친 영향이 적지 않았을 것입니다. 사람을 치료하는 전문가인 의사의 말은 그 무게감이 남다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한 연구에서 건강정보 프로그램을 즐겨보는 50세 이상 성인 249명에게 설문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이 '의사가 출연해서' 건강 프로그램을 신뢰한다고 응답했습니다. 여씨와 같이 방송으로 의사 스타 성공기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인지, 유튜브 등 각종 매체에서 활약하는 의사들은 늘고 있습니다. 그래서 물어봤습니다. 의사들은 의사들이 방송 출연하는 걸 어떻게 생각할까요?


◇의사 "건강 방송 출연 의사, 부정적으로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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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인터엠디 제공
의사들은 의사가 방송에 출연하는 것 자체를 부정적으로 생각했습니다. 의사 1000명에게 '의사가 출연하는 건강 방송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라고 물었더니, 65.3%가 '부정적'으로 본다고 답했고 34.7%만 '긍정적'으로 봤습니다.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로 ▲홍보성 프로그램으로 기획 의도가 정해져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58.0%) ▲검증되지 않거나 잘못된 의학정보를 전달하기 때문(21.9%) ▲의사에 대한 신뢰도를 낮추기 때문(13.8%) ▲건강 염려증을 조장하기 때문(6.1%) 순으로 답했습니다. 사회와 의사 이미지에 미치는 악영향을 우려하는 의사가 많았습니다. 의사들은 서술형 란에 "개인의 자유라고 생각은 하지만, 현 상황엔 아쉬운 점이 많다", "가벼운 언행으로 관심받고자 하는 이가 너무 많아졌다", "간접광고가 의사에 대한 불신의 시작점이다", "사람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전달해 외래 진료가 더 어려워졌다", "쇼닥터가 명의라는 인식이 생기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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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인터엠디 제공
물론 의사가 방송에 출연하며 생기는 장점도 있어, 출연 자체는 긍정적으로 보는 의사도 있었는데요. 이 의사들은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를 ▲비의료인이 소개하는 건강 지식보다 신뢰도가 높기 때문(58.8%) ▲환자에게 필요한 질환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25.1%) ▲환자가 적절한 시기에 병원에 찾아오도록 돕기 때문(8.6%) ▲의사의 인지도와 평판을 높일 수 있기 때문(7.5%) 순으로 답했습니다. 긍정적이라고 답한 의사들은 "긍정적인 면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능력 있는 의사의 활동은 응원한다", "근거가 있다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한편, 젊은 의사는 방송 출연을 바라보는 시선이 다른 세대와 명확히 달랐는데요. 딱 20대만 의사의 방송 출연을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이 64.7%로 더 많았습니다.


◇의사 10명 중 8명 "방송 출연, 더 강한 규제 필요해"
쇼닥터 문제는 사실 이전부터 있어 왔습니다. 대한의사협회에선 2015년 3월 쇼닥터에 대한 자정활동을 위해 '의사 방송 출연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가이드라인은 크게 5가지 기본원칙과 세부지침으로 구성됐습니다. 기본원칙으론 ▲의사는 의학적 지식을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전달하여야 한다 ▲의사는 시청자들을 현혹시키지 않도록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 ▲의사는 방송을 의료인, 의료기관 또는 식품·건강기능식품에 대한 광고 수단으로 악용하지 않는다 ▲의사는 방송 출연의 대가로 금품 등 경제적 이익을 주고받아서는 아니 된다 ▲의사는 의료인으로서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등이 포함됐습니다. 문제가 되는 쇼닥터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제소하고, 결과에 따라 중앙윤리위원회에 회부하는 등 대응방안을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설문조사에서 한 의사는 "가이드라인이 있는 줄도 몰랐다"고 답했을 만큼, 실효성이 없는 실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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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인터엠디 제공
실제로 78.6%가 지금보다 더 강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실효성이 낮은 이유로는 '이미 방송 출연이 보편화돼 직업윤리 의식이 낮아졌기 때문(30.4%)', '방송출연으로 생기는 이익이 크기 때문(27.4%)'이라고 답한 의사가 많았습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의사 중 12.3%는 가이드라인 내용이 잘 안 알려졌기 때문이라고도 했습니다. 쇼닥터 근절 해결 방법으로는 '의사는 질환이 아닌 식품(건강기능식품 등)에 대해 언급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구체적인 기준이 재정립돼야 한다(55.7%)'를 가장 시급한 문제로 꼽았습니다. 그다음으로 '방송 매체에서 전문성을 고려해 출연 의사의 선정 기준을 높여야 한다(24.4%)', '의사가 홍보한 건강기능식품에 문제 등이 적발됐을 때 더 강한 규제와 처벌이 필요하다(19.5%)' 등의 의견을 냈습니다. 구체적인 규제책으로는 "광고일 땐 노골적으로 시청자에게 알려야 한다", "효과를 얘기할 땐, 부작용에 대한 얘기를 꼭 포함하도록 해야 한다", "광고 홍보성 목적 출연은 단호히 막아야 한다" 등의 의견을 냈습니다.


◇건강기능식품 사업 등 관련 사업 종사는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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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인터엠디 제공
전반적으로 의사가 건강기능식품에 관해 얘기하는 걸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많았는데요. 그래서 '의사가 건강기능식품 사업 등 관련 사업에 종사하는 것은 괜찮다고 생각하시나요?'라고도 물었습니다. 결과는 비등비등했는데요. 54.1%가 괜찮다고 답했고, 45.9%가 부정적으로 본다고 답했습니다. 특히, 40대와 70대 의사들은 부정적으로 보는 비율이 더 높았습니다. 괜찮다고 보는 의사들은 자유 의지이기 때문에 막을 순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한 의사는 "건강기능식품은 약이 아니고 식품일 뿐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을 대상으로 의사의 권위를 이용해 이익을 창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습니다. 괜찮다고 보든, 보지 않든 대부분 의사가 사업을 하더라도 방송에서 검증되지 않은 내용을 말하거나, 과장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이슬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