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약 먹을 때 ‘자몽에이드’ 주문 안 되는 이유
이해림 기자
입력 2023/12/12 22:00
자몽의 영향을 받는 약 중 하나가 바로 고혈압약이다. 자몽주스에 들어있는 푸라노쿠마린(furanocoumarin) 성분은 CYP3A4라는 인체 속 효소의 작용을 억제한다. 이에 CYP3A4가 대사에 관여하는 약물을 복용한 후 자몽을 먹으면, 약물 대사가 원활히 일어나지 않아 약물 혈중농도가 과도하게 짙어지기도 한다. ▲니페디핀(nifedipine) ▲펠로디핀(felodipine) ▲니솔디핀(nisoldipine) 등 칼슘길항제 계열의 고혈압약이 대표적이다.
칼슘길항제를 복용하는 사람이 자몽주스를 마실 경우 약물의 최고혈중농도 상승률이 200~400%에 달해 정상 용량의 2~4배를 복용하는 것과 같은 결과를 낼 수 있다. 이러한 부작용은 이들 약을 자몽주스와 동시에 섭취했을 때 가장 강하게 나타나지만, 자몽주스를 마신 지 24시간 후에 약을 먹어도 약물의 혈중농도가 정상치보다 높아진다.
조심해야 할 것은 자몽주스뿐만이 아니다. 약을 주스와 함께 복용하면 물과 복용할 때보다 체내흡수량, 최고혈중농도, 소변배출량이 30~40%가량 감소하는 것이 관찰됐다. 항히스타민제의 일종인 펙소페나딘(fexofenadine)을 ▲물 ▲자몽·오렌지·사과 등 세 종류의 과일주스와 섭취한 후 생체이용률 관련 지표를 비교한 결과다.
약은 충분한 약의 미지근한 물과 함께 먹는 게 가장 좋다. 애초에 약은 미지근한 물을 이용해 개발하기 때문에 정확한 약효를 얻고 싶다면 미지근한 물과 함께 먹어야 한다. 차가운 물은 위 점막 흡수력을 저하할 수 있다. 물의 양은 250~300mL 정도가 바람직하다. 물을 충분히 마시지 않으면 약이 식도에서 녹아 식도 궤양이 생길 수도 있고, 약 흡수 속도가 느려 약효가 제대로 발휘되지 않을 위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