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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렴구균 ‘13가 백신’ vs ‘15가 백신’… 뭘 맞아야 할까?
이해림 기자
입력 2023/11/21 11:29
폐렴구균은 2022년 기준 국내 사망원인 4위를 차지한 폐렴의 주요 원인균이다. 혈관을 타고 다니며 수막염을 일으키기도 한다. 국내 폐렴구균 수막염의 치명률은 17% 정도로, 선진국이 5~10%인 것을 고려하면 높은 편이다. 낫더라도 뇌 신경 마비나 국소 뇌 결손 등 심각한 후유증이 남는 경우가 있다.
폐렴구균 백신은 혈청형이 다양하다. 이에 특정 혈청형을 예방하는 백신을 맞아도, 백신이 방어하지 못하는 다른 혈청형을 통해 폐렴구균에 감염될 위험이 있다. 예방 가능한 혈청형의 개수인 ‘가수’가 높은 백신일수록 이론적으로는 예방 효과가 크다. 이에 제약사들은 백신 가수를 높이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해왔다. 지난 20일 박스뉴반스 국내 허가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한국MSD 백신사업부 조재용 전무는 “현재 MSD에선 V116, V117이라는 새로운 폐렴구균 백신 파이프라인을 개발 중”이라며 “V116은 성인 대상 21가 폐렴구균 단백접합 백신이며, V117은 소아 대상 백신이다”고 말했다. V117의 가수 역시 기존 백신보다 높을 예정이나 정확한 가수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폐렴구균 백신은 크게 다당질백신과 단백적합백신의 두 종류로 나뉜다. 다당질백신은 23가가 현존하는 최대 가수고, 이번에 박스뉴반스가 국내 허가를 받으며 단백접합백신에선 15가가 최대 가수가 됐다. 기존엔 7가·13가 단백접합백신 뿐이었다. 가수는 다당질백신이 더 크지만, 다당질백신은 단백접합백신에 비해 몸이 기억하는 기억이 짧아 가수가 커도 기대만큼의 면역력이 생기지 않을 수 있다. 이와 달리 단백접합백신은 면역세포인 t세포까지 영향을 줘서 면역 기억이 오래가는 편이다.
15가인 박스뉴반스는 기존 13가 단백접합백신이 예방 가능한 혈청형에 2개의 새로운 혈청형을 추가로 예방할 수 있다. 바로 22F와 33F다. 백신에 새로운 혈청형을 더할수록 기존에 방어할 수 있던 혈청형의 면역원성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으나, 박스뉴반스는 기존 혈청형들의 면역원성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혈청형을 추가하는 데 성공했다. 3번 혈청형에 대해서는 기존 백신보다 면역원성이 더 뛰어남이 확인되기도 했다.
박스뉴반스는 HIV 환자·조혈모세포이식자 등 면역저하자를 대상으로 안전성 테스트를 마쳤으며, 7가·13가 백신을 접종하던 중 15가 백신으로 교차 접종할 때의 안정성 역시 확인됐다.
박스뉴반스에 추가된 22F와 33F 혈청형의 감염 비율이 국내에서 그리 높지는 않다. 2014~2019년 한국에서 발생한 폐렴구균 감염 사례를 분석한 결과. 국내 성인이 감염된 비백신 혈청형(백신에 포함되지 않은 혈청형) 감염 사례의 6.5%가 22F와 33F였다. 그러나 일단 감염되면 항생제로도 치료가 어려우므로 예방이 최선이다. 부산대 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과 박수은 교수는 “2017~2019년까지 인체 침습 감염을 일으킨 411개의 폐렴구균을 모아 항생제 감수성을 검사한 결과, 경구항생제(아목시실린) 감수성이 10년 전보다 약 5%, 주사항생제(세팔로스포린) 감수성이 약 10% 감소했다”며 “소아에선 내성 비율이 더 높아 폐렴구균에 감염됐을 경우 국내에서 사용 가능한 항생제로 치료하는 데 실패할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고 말했다.
이어 박수은 교수는 “22F와 33F 혈청형에 의한 감염 비율이 거시적 관점에선 그리 크지 않은 게 맞다”며 “그래도 각 개인이 22F 또는 33F 혈청형에 감염됐을 때 항생체 치료가 어려울 가능성을 고려해보면, 13가 백신과 15가 백신의 가격이 비슷할 땐 15가 백신을 맞는 게 이득이다”고 말했다.
박스뉴반스는 올해 안으로 의료현장에 공급돼 사용될 예정이지만, 가격은 아직 미정이다. 한국MSD 관계자는 “정부 입찰을 막 시작하려는 단계라 아직 공급가격을 말하긴 어렵다”며 “정부에서 지정한 필수 접종 프로그램에 포함되느냐에 따라 가격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