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관절질환
맨발걷기 좋다지만, 무지외반증엔 독될 수도…
박의현 연세건우병원장
입력 2023/11/15 09:58
Dr. 박의현의 발 이야기 (69)
족부병원을 찾는 사람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게 무지외반증 환자다. 무지외반증을 유발하는 가장 큰 원인은 '신발'이다. 꽉 끼거나 앞볼이 좁은 신발 등을 반복적으로 신다 보면 엄지 발가락이 신발모양처럼 바깥쪽으로 휘게 된다. 무지외반증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일단 불편한 신발부터 벗어던져야 한다. 그리고 엄지발가락을 벌리거나 발등을 드는 등 엄지발가락과 관련된 코어 근육을 강화시켜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맨발 걷기는 무지외반증을 예방하거나, 질환을 늦추는 데 적합한 운동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중등도 이상의 무지외반증은 맨발 걷기가 오히려 병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 엄지발가락이 몸을 지탱하기가 어려워지기에 발 양 끝에 힘을 주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자세 이상으로 척추에 무리를 가하게 된다. 또한 엄지발가락으로 체중을 받치지 못하고 발의 바깥쪽 부분으로 걷게 되면 발목에도 무리한 힘이 가해져서 넘어지거나 발목 관절이 상할 수도 있다.
우리 신체의 밸런스는 정상적인 보행이 필수적이다. 무지외반증, 평발, 요족 등으로 인해 정상적인 '엄지' 보행이 되지 않는 경우 무릎과 척추의 질환을 야기한다.
이 경우에는 수술을 먼저 진행해 엄지발가락으로 지면을 닿을 수 있는 정상 발의 상태로 만들고 그 뒤에 맨발 걷기를 통해 재활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 수술을 꺼리는 사람들 대부분은 통증과 입원 기간 때문인데 필자의 병원에서는 무지외반증 수술을 3세대 최소침습술(MIS)로 진행하기 때문에 통증과 회복에 있어서 탁월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기존 술식으로는 제한이 있거나 어려웠던 수술도 가능하며 재발률도 크게 줄고 있다. 최근 맨발 걷기 열풍에 따라 지자체들도 앞다투어 맨발 산책로를 조성하며 시민들의 맨발 걷기를 장려하고 있다. 일반 산책로나 도보로의 경우 돌멩이나 쓰레기 등으로 발을 다칠 우려가 있으므로 맨발 걷기를 할 때는 이렇게 조성된 전용 산책로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특히 족부 질환이 있는 사람에게 합병증은 더 큰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