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어려서 목 못 가눈다? 100일 지났다면 병원 가봐야

신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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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3~4개월이 지나도 아이가 목을 제대로 가누지 못한다면 사경을 의심해봐야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갓 태어난 아이가 목을 제대로 가누기까진 시간이 꽤 걸린다. 성장 발달 속도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보통 만 3~4개월이면 대부분의 아기는 목을 제대로 가눈다. 만일 100일은 넘겼는데도 아이가 목을 반듯하게 세우지 못하고, 바른 자세를 잡아줘도 자꾸 한쪽으로 목이 기울어진다면 빨리 병원에 가봐야 한다. '사경'이라는 질환일 수 있다.

◇영유아에서 생각보다 흔한 선천성 근성 사경
사경은 머리의 위치가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질환이다. 목의 흉쇄유돌근(귀에서 목 방향으로 이어지는 비스듬한 근육)이 한쪽만 두꺼워지면서 혹처럼 보이고, 길이가 짧아진 근육 쪽으로 머리가 기울면서 반대쪽으로 얼굴이 돌아가는 증상이 나타난다.

출생 직후부터 5개월 전까지의 영유아에서는 ‘선천성 근성 사경’이 흔하게 관찰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사경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총 3만 3746명으로, 영유아가 88.3%를 차지했다.

대전을지대병원 재활의학과 채민지 교수는 "사경은 머리가 한쪽으로 기우는 증상뿐만 아닌 이차적 손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며 "뒤통수 한쪽이 납작해지는 사두증이나 얼굴 비대칭 등 합병증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채 교수는 "아이의 머리뼈는 성인과 달리 단단하지 않아서 모양이 쉽게 변한다"며 "이럴 땐 아이의 예쁜 두상을 위해 무작정 헬멧을 씌우기보다는 사두증을 동반한 사경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뒤집기도 고개 돌리기도 한쪽으로만 한다면 의심 필요
다행히 사경은 진단이 어렵지 않다. 보호자가 아이를 자세히 살피면 사경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사경을 의심해야 하는 증상으로는 ▲아기가 한쪽으로만 고개를 돌려 누워있는 경우 ▲앉혀 놓으면 한쪽으로 쓰러지는 경우 ▲목에 커다란 덩어리가 보이거나 만져지는 경우 ▲뒤집기를 한 방향으로만 하는 경우 등이 있다.


사경은 출생 시 혹은 출생 후 2~4주 사이에 변형이 관찰되기 시작한다. 출산 중에 아기의 목 근육이 늘어나거나 손상되어 사경이 생길 수 있고, 자궁 내에서 자세를 잘못 잡아 사경을 갖고 태어나는 경우도 있다. 채민지 교수는 “임신 후기에 태아 머리의 하강 또는 비정상적인 자궁 내 태아의 위치로 인해 흉쇄유돌근의 외상이 발생해 사경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방치하면 머리·얼굴·자세 변형… 최대한 빨리 치료해야
사경은 치료만 빨리 시작하면 대부분 보통 아이와 같아지므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선천성 근성 사경이라도 근육을 바로잡으면, 머리와 얼굴, 자세 변형을 예방할 수 있다.

채민지 교수는 “사경을 치료하지 않은 채 성장하면 얼굴은 물론 척추, 어깨, 골반까지 틀어질 수 있어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는 게 중요하다”며 “생후 3~4개월이 지나면 아기가 깨어 있는 시간이 늘고 물리·정서적 저항도 급격히 세지기 때문에 그전에 근육성 사경을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효과적이다"고 말했다.

사경은 물리치료로 약 85~90%는 완치된다, 즉, 아이의 사경 치료에선 보호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사경이 있는 아이를 둔 보호자는 전문의에게 교육받은 대로 하루에 3~4회 정도 아이를 스트레칭시켜주는 게 좋다. 스트레칭은 어렵지 않다. 예를 들어, 아기의 머리가 왼쪽으로 기울어진다면, 반대 방향인 오른쪽으로 목을 구부린 후에 짧아진 왼쪽 근육을 스트레칭 해주면 된다.

스트레칭을 해주고 나서는 강화 운동을 통해 아이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힘을 길러줘야 한다. 채민지 교수는 “장난감과 같은 다양한 자극을 주어 아이가 머리를 여러 방향으로 돌릴 수 있도록 도와주면 아이의 사경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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