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사람들은 왜 강자보다 약자를 응원할까? [별별심리]

이해나 기자 | 이아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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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팀보다 약팀을 응원하게 되는 이유는 약팀을 자신과 동일시하는 심리적인 요인 때문일 수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지난 9월 23일 개막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오는 8일 폐막을 앞두면서 막바지 경쟁이 더 뜨거워지고 있다. 스포츠 경기에서 응원하는 팀이 이기기를 바라는 것은 당연한 심리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이길 확률이 큰 강팀보다 약팀을 응원하게 된다. 실제 지난 1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8강전에서 FIFA 148위 최약체 홍콩이 역대 4개 금메달을 따낸 FIFA 21위 이란을 1대 0으로 이겨 수많은 관중의 환호를 받았다. 그 이면에 담긴 심리적 이유들을 알아본다.

◇약자 응원하는 심리, ‘언더독’ 효과의 일종
스포츠 경기에서 강팀보다 약팀을 응원하게 되는 것은 흔히 불리는 ‘언더독 효과(underdog effect)’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다. 언더독은 자신의 노력 부족보다 타고난 능력과 기회가 부족해 승자가 되지는 못했지만 끊임없는 노력으로 승부를 회피하지 않는 사람을 단순 패배자와 구분해 부르는 말이다. 이런 언더독에게 지지를 보내는 현상을 언더독 효과라 일컫는다. 즉, 승자보다는 패자, 1등보다는 2등에 대해 동정심을 갖거나 그 처지를 공감하면서 마음으로 응원을 보내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언더독 효과는 언더독의 경쟁상대인 강자가 큰 힘을 들이지도 않아도 경쟁 우위를 점하게될 것으로 보일 때 더욱 두드러지게 발현된다.

◇약자에 자기 투영, 카타르시스 등 원인 다양
자신도 모르게 약팀을 응원하게 되는 대표적인 심리적 원인들에 대해 알아본다.

▷약팀과 자신을 동일시하게 됨=사람들은 약팀에 자신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 자신 역시 약자라고 생각하면서 측은지심(側隱之心), 동병상련(同炳相憐)의 마음으로 약팀을 응원하는 것이다. 단국대 심리학과 임명호 교수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성공보다 실패를 더 많이 경험한다”며 “실패가 많았기 때문에 약팀과 자신을 동일시하면서 성공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응원하게 된다”고 말했다. 스포츠 경기뿐 아니라 각종 경연대회에서도 마찬가지다. 금수저 집안으로 유명해진 참가자보다는 과거가 어둡거나 힘들었던 참가자가 성공했을 때 더 큰 환호를 한다. 그 이유 역시 자신이 처한 상황과 비슷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기대 심리 반영=정서대립이론에 따르면 반대되는 감정은 서로 같이 공존한다.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기대가 있으면 실망이 있다”며 “기대가 클 때는 실망이라는 감정도 공존하는데, 처음부터 기대를 안 하면 실망도 적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대치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감정도 달라지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즉, 약팀이 경기에서 지면 실망이 적고, 이겼을 때는 기쁨이 두 배가 되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약팀을 응원하게 되는 것이다. 이외에도 고배당 배팅을 좋아하는 일종의 ‘모험심리’가 강한 사람일수록 하이리스크를 가지고 있는 약팀을 응원하는 경향이 있다.

▷카타르시스를 위함=군중심리에 대한 역반응 자체가 카타르시스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이 강팀이 이길 것이라는 생각(군중심리)을 할 때, 자신만은 약팀을 응원하면서 남들과 다르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곽금주 교수는 “사회의 개인주의화 경향에 따라 개인이 중요하게 되면서 ‘나는 특별하고 남들과 다르다’는 생각을 가지며, 군중심리에 대해 거부하는 반응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며 “실제 남들과 내가 다르다는 생각 자체만으로도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약팀이 성공하게 되면 그걸로 인해 기분이 대리만족 되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한다. 곽 교수는 “특히 현재 나이 든 세대는 고령화나 물가 상승으로, 젊은 세대는 취업 걱정 등으로 사회 전반적으로 우울한 데다 최근에는 코로나까지 겹쳤다”며 “이런 어두운 사회적 상황 속에 약팀이 이기면 대리만족으로 카타르시스를 더 크게 느끼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약자를 응원하는 심리는 ‘성숙한 사회’를 보여주는 일종의 지표가 되기도 한다. 과거에는 강팀을 응원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에는 약팀을 응원하는 경우가 더 많아지고 있다. 곽금주 교수는 “사회가 각박해지면서 약자 혹은 꼴찌에게도 찬사를 보낼 수 있다는 사회의 성숙함이 반영된 것”이라며 “이기는 사람이 무조건 강자라는 비판적인 시각이 생겨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강팀 응원한다면 회피‧대리만족 성향 강한 것
그렇다면 강팀을 응원하는 사람의 심리는 뭘까? 그들은 회피적인 성향이 크거나 대리만족 성향이 강할 수 있다. 임명호 교수는 “사실은 우리 모두 다 자신을 약자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강팀을 응원하게 되는 심리는 자신이 약자라고 생각하는 걸 보여주기 싫은 회피적인 성향이 반영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곽금주 교수 역시 “대리만족 성향이 크다면 강자를 응원했을 때 스트레스를 받을 일이 없고 약자를 응원할 때 갖는 조마조마한 긴장감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며 “이는 회피적 성향의 사람이 바라는 상황”라고 말했다.

명품 가방을 사면 자신이 부유층에 들어간다고 생각하는 ‘파노플리 효과(panoplie effect)’처럼 강자 집단에 소속되는 것만으로도 자신이 우월하다고 생각해서일 수도 있다. 내면적으로 볼 때는 강팀을 응원하고 겉으로 강한 척하지만, 사실은 본인의 약점을 보여주기 싫어서다.

◇과몰입은 주의… 응원 행위 자체에서 즐거움 얻어야
다만 특정 팀이나 선수에 대한 지나친 몰입은 경계해야 한다. 승부에 집착하다 보면 경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풀리지 않을 때 심한 분노를 느끼고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심한 경우에 오랜 시간이 지나도 당시의 기억과 감정에서 벗어나지 못해 일상생활에도 지장을 받을 수 있다. 

스포츠 경기에 과몰입하지 않으려면 결과에 집착하기보다 팀이나 선수를 ‘응원하는 행위 자체’에서 즐거움과 기쁨을 얻을 필요가 있다. 경기를 보면서 자신이 폭력적인 모습을 보이고 주변 사람과의 관계나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상황이 발생하면 스포츠 경기와 거리를 두고 다른 일에 집중해보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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