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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성 난청을 방치하면 고립감·우울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치매 발병률을 높일 수 있어 적극 치료해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집에서 이미 TV 소리가 큰 데도 계속 음량을 키우는 부모님의 모습을 볼 때가 있다. 이는 이미 노인성 난청이 시작됐다는 신호일 수 있다. 노인성 난청을 그저 노화의 한 과정으로 여기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은데,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노인성 난청은 뇌 기능 퇴화와 맞물려 치매 발병률을 높이고 고립감·우울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TV 음량 키우고, 말 자꾸 되묻는다면 난청 의심해야
노화로 인한 난청은 노인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질병이다. 나이가 들면 달팽이관도 기능이 감퇴하며 약물, 소음, 대사질환에 오래 노출되면서 청각 세포가 사멸할 수 있다. 실제로 75세 이상 노인의 1/3이 청력을 상실한다고 알려졌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18년 70세 이상 난청환자는 13만5675명에서 2022년 17만 2494명으로 5년 사이 3만 명 이상 증가했다.

만약 TV 음량을 자꾸 키우거나, 전화 통화가 어렵다면 난청을 의심해야 한다. 또 평소 말소리를 되묻는 횟수가 늘어난다면 난청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노인성 난청이 있는 사람은 초기에 ‘스’, ‘즈’, ‘츠’, ‘프’, ‘흐’와 같은 고음을 듣지 못한다. 증상이 심해지면 낮은음도 잘 듣지 못하게 된다. 이명이 있어도 난청을 의심할 수 있다. 난청이 생겨서 특정 주파수 영역의 소리를 잘 못 들으면 보상 작용으로 실제 안 들리는 소리가 들리는 이명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난청이 치매 위험 높여… 보청기 적극 착용해야
노인성 난청은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청력이 나빠지는 것을 잘 알아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위의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 병원을 찾아 청력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또 60대 이상이라면 난청 고위험군에 해당하므로 2년에 한 번씩 이비인후과에서 청력검사를 해야 한다. 난청이 있으면 사회적 고립, 우울증 등이 동반되기 쉬운 데다가, 청각 피질이 있는 측두엽에 언어 자극이 가지 않으면서 뇌가 퇴화한다. 실제로 미국 존스홉킨스대 연구에 따르면 중등도 난청의 경우 치매 발병률이 3배, 고도 난청의 경우 치매 발병률이 5배까지 높아졌다.

노인성 난청은 보청기가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노인성 난청 조기에 보청기를 적극적으로 착용하면 치매 발병 위험을 낮출 수 있다. 보통 일반적인 대화 소리(40DB)를 잘 듣지 못하는 중등도 난청이라면 보청기를 착용하라고 권고한다. 그래도 소리가 들리지 않는 고도난청 환자의 경우에는 인공와우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인공와우 수술은 손상된 와우(달팽이관)에 임플란트 전극을 삽입하는 수술이다. 귀나 머리에 부착한 어음처리기에 소리가 포착되면 이를 전극으로 보내고 청신경을 자극해 소리를 듣게 되는 원리다. 소리 증폭만 가능한 보청기와 달리 내이의 청각 기능 자체를 되살려 더욱 자연스러운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또 치매를 비롯해 동반된 여러 문제도 해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