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일반
"백혈병, 치료 무기 많아져 완치 기대해 볼만"
이금숙 기자
입력 2023/08/28 07:00
'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백혈병 명의' 이대목동병원 혈액종양내과 이규형 교수
-백혈병은 소아에서 많이 발병하나?
소아 백혈병이 잘 알려져 있지만 사실 성인에서 백혈병이 훨씬 많다. 다만 소아에서는 워낙 암 발생이 적다보니, 소아암이라고 하면 거의 백혈병이다. 소아에서는 주로 급성림프구성백혈병이 발병한다. 이 질환은 완치율이 90% 정도로 높다. 성인에서 많은 급성골수성백혈병은 완치율이 60~70%로 낮다. 백혈병은 조혈기관에 생기는 암으로, 평생 피를 만들어야 할 세포의 일부가 악성화되는 것이다. 다른 암처럼 노화가 영향을 미친다. 백혈병은 전연령에 생기지만 특히 고령에서 더 많이 생긴다.
-백혈병 발생 원인은?
방사선은 백혈병의 밝혀진 원인이다. 원자폭탄이 투하된 히로시마 같은 지역에 백혈병이 많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벤젠 등 유기 용매도 백혈병에 영향을 준다. 이들 요인은 인과관계가 증명돼 있지만, 많은 양에 장시간 노출돼야 발병에 영향을 미친다. 대부분의 백혈병은 원인을 알 수 없다. 실제 가정 주부로 평생 술·담배도 안하는 사람도 백혈병에 걸리는 사례가 있다. 병에 걸리면 나에게 왜 이런 병이 왔을까, 뭐가 잘못됐을까 궁금해하지만, 콕 집어서 말할 수 있는 경우가 거의 없다. 가족력도 뚜렷하지 않다. 백혈병 걸리고 나서 유전자 검사를 해보면 같은 유전자 변이를 발견하기도 한다. 환자의 10~20%가 그렇다. 성별에 따른 차이는 없다.
-백혈병은 보통 어떻게 발견이 되나?
혈액 수치에 이상이 온다. 그리고 병든 백혈구가 많아지면서 백혈구가 제 역할을 못해 감기, 폐렴 등 감염질환이 잘 생긴다. 혈소판에 이상이 생겨 혈소판 수치가 낮아지면 멍이 잘 생기고 코피 등 출혈 위험이 커진다. 월경을 오랫 동안 하기도 한다. 적혈구가 제 기능을 못하면 혈액이 충분한 양의 산소를 운반하지 못하면서 빈혈이 생길 수 있다. 빈혈이 있으면 피곤하고 숨이 찰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증상들보다는 혈액 수치를 살펴봐야 한다. 일반 건강검진에서는 혈구 검사를 잘 하지 않기 때문에 다른 암에 비해 백혈병의 조기진단이 잘 이뤄지지 않는 편이다. 원인 모를 증상이 있고 병원에 와서 검사를 해보니 백혈병으로 진단받는 경우가 많다.
-백혈병 병기는?
혈액에 발생하는 병이기 때문에 병기를 안 따지고 백혈구 수치 등을 통해 고위험군, 저위험군으로 분류한다.
-진단 과정은?
혈구 검사와 함께, 백혈병 확진을 위해서 골수 조직 검사가 이뤄진다. 국소마취를 하고 골반뼈 등에서 골수 세포 꺼내 현미경으로 이상이 있는지 살핀다. 염색체 검사도 한다.
-백혈병 치료는?
백혈병 치료는 크게 약물 치료와 골수이식으로 나뉜다. 둘을 적절히 이용해서 환자를 완치시켜야 한다. 약물 치료만 가지고 치료가 완되면 골수이식을 한다. 약물 치료가 잘 됐다고 하더라도 재발 방지를 위해 골수이식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먼저 항암제, 면역억제제를 투여해 병든 골수를 제거하고 건강한 사람의 골수를 이식해 착상시키는 치료를 한다. 골수이식을 하는 방법은 헌혈과 비슷하다. 항암제, 면역억제제를 통해 1주일 정도 전처치 치료 한 다음에 골수이식을 한다. 골수 세포가 착상하는 데까지 2~3주 걸린다. 4주 동안의 과정에서 합병증이 발생할 수도 있다. 신장이식이나 간이식 같은 외과적 이식은 효과가 바로 나타나는 편이지만 골수이식은 좀 다르다. 건강한 사람의 골수를 이식해 놓으면 마치 씨를 뿌린 뒤 싹이 나오는 것처럼 시간이 좀 걸린다. 백혈병 때문에 몸이 안좋은 상태에서 운이 나쁘게 폐렴에 걸리거나 출혈이 발생하면 위험에 빠질 수 있다. 이러한 심각한 합병증이 5~10%에서 발생하는데, 어떤 환자에게 합병증이 나타날 지 예측이 안되는 게 문제다. 젊은 환자니깐 괜찮겠지 했다가 위험에 빠지는 환자들도 있다.
골수이식 후 완치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병이 재발하는 환자들도 있고, 골수이식 자체가 위험해서 환자를 잃는 경우도 있다. 환자에게 전처치 약물을 어떤 것을 쓸 건지, 골수를 가족에게 받을 것인지 타인에게 받을 것인지 잘 따져보고 최적의 선택을 해야 한다.
소아 백혈병이 잘 알려져 있지만 사실 성인에서 백혈병이 훨씬 많다. 다만 소아에서는 워낙 암 발생이 적다보니, 소아암이라고 하면 거의 백혈병이다. 소아에서는 주로 급성림프구성백혈병이 발병한다. 이 질환은 완치율이 90% 정도로 높다. 성인에서 많은 급성골수성백혈병은 완치율이 60~70%로 낮다. 백혈병은 조혈기관에 생기는 암으로, 평생 피를 만들어야 할 세포의 일부가 악성화되는 것이다. 다른 암처럼 노화가 영향을 미친다. 백혈병은 전연령에 생기지만 특히 고령에서 더 많이 생긴다.
-백혈병 발생 원인은?
방사선은 백혈병의 밝혀진 원인이다. 원자폭탄이 투하된 히로시마 같은 지역에 백혈병이 많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벤젠 등 유기 용매도 백혈병에 영향을 준다. 이들 요인은 인과관계가 증명돼 있지만, 많은 양에 장시간 노출돼야 발병에 영향을 미친다. 대부분의 백혈병은 원인을 알 수 없다. 실제 가정 주부로 평생 술·담배도 안하는 사람도 백혈병에 걸리는 사례가 있다. 병에 걸리면 나에게 왜 이런 병이 왔을까, 뭐가 잘못됐을까 궁금해하지만, 콕 집어서 말할 수 있는 경우가 거의 없다. 가족력도 뚜렷하지 않다. 백혈병 걸리고 나서 유전자 검사를 해보면 같은 유전자 변이를 발견하기도 한다. 환자의 10~20%가 그렇다. 성별에 따른 차이는 없다.
-백혈병은 보통 어떻게 발견이 되나?
혈액 수치에 이상이 온다. 그리고 병든 백혈구가 많아지면서 백혈구가 제 역할을 못해 감기, 폐렴 등 감염질환이 잘 생긴다. 혈소판에 이상이 생겨 혈소판 수치가 낮아지면 멍이 잘 생기고 코피 등 출혈 위험이 커진다. 월경을 오랫 동안 하기도 한다. 적혈구가 제 기능을 못하면 혈액이 충분한 양의 산소를 운반하지 못하면서 빈혈이 생길 수 있다. 빈혈이 있으면 피곤하고 숨이 찰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증상들보다는 혈액 수치를 살펴봐야 한다. 일반 건강검진에서는 혈구 검사를 잘 하지 않기 때문에 다른 암에 비해 백혈병의 조기진단이 잘 이뤄지지 않는 편이다. 원인 모를 증상이 있고 병원에 와서 검사를 해보니 백혈병으로 진단받는 경우가 많다.
-백혈병 병기는?
혈액에 발생하는 병이기 때문에 병기를 안 따지고 백혈구 수치 등을 통해 고위험군, 저위험군으로 분류한다.
-진단 과정은?
혈구 검사와 함께, 백혈병 확진을 위해서 골수 조직 검사가 이뤄진다. 국소마취를 하고 골반뼈 등에서 골수 세포 꺼내 현미경으로 이상이 있는지 살핀다. 염색체 검사도 한다.
-백혈병 치료는?
백혈병 치료는 크게 약물 치료와 골수이식으로 나뉜다. 둘을 적절히 이용해서 환자를 완치시켜야 한다. 약물 치료만 가지고 치료가 완되면 골수이식을 한다. 약물 치료가 잘 됐다고 하더라도 재발 방지를 위해 골수이식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먼저 항암제, 면역억제제를 투여해 병든 골수를 제거하고 건강한 사람의 골수를 이식해 착상시키는 치료를 한다. 골수이식을 하는 방법은 헌혈과 비슷하다. 항암제, 면역억제제를 통해 1주일 정도 전처치 치료 한 다음에 골수이식을 한다. 골수 세포가 착상하는 데까지 2~3주 걸린다. 4주 동안의 과정에서 합병증이 발생할 수도 있다. 신장이식이나 간이식 같은 외과적 이식은 효과가 바로 나타나는 편이지만 골수이식은 좀 다르다. 건강한 사람의 골수를 이식해 놓으면 마치 씨를 뿌린 뒤 싹이 나오는 것처럼 시간이 좀 걸린다. 백혈병 때문에 몸이 안좋은 상태에서 운이 나쁘게 폐렴에 걸리거나 출혈이 발생하면 위험에 빠질 수 있다. 이러한 심각한 합병증이 5~10%에서 발생하는데, 어떤 환자에게 합병증이 나타날 지 예측이 안되는 게 문제다. 젊은 환자니깐 괜찮겠지 했다가 위험에 빠지는 환자들도 있다.
골수이식 후 완치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병이 재발하는 환자들도 있고, 골수이식 자체가 위험해서 환자를 잃는 경우도 있다. 환자에게 전처치 약물을 어떤 것을 쓸 건지, 골수를 가족에게 받을 것인지 타인에게 받을 것인지 잘 따져보고 최적의 선택을 해야 한다.
-골수이식에 대해 설명해달라?
1950년대 미국에서 골수이식이라는 개념이 생겼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미국에서 사람이 핵에 노출됐을 경우 어떻게 치료하고 방어할 것인지에 대한 대규모 연구가 진행됐다. 핵에 노출되면 혈액세포를 만드는 골수가 망가지는 데 어떻게 회복시킬 수 있을지 연구했다. 쥐실험을 통해 건강한 쥐의 골수를 빼서 이식하면 아픈 쥐가 살아난다는 것을 밝혀내면서 골수이식의 개념이 생겨났다. 이식된 골수가 자리를 잡고 건강한 조혈세포를 만들어내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쥐 뿐만 아니라 개에서도 실험을 했고, 개의 경우는 형제가 많은데, 어떤 경우는 골수이식에 성공을 했고, 어떤 경우는 그렇지 않았다. 여기에 관여하는 것이 HLA유전자라는 것을 밝혀냈다. HLA유전자는 타입이 여러 개 있으며 부모에게 하나씩 받는데, 멘델의 유전법칙에 따라 4명의 형제가 있다면 완전 일치되는 경우가 1명(25% 확률), 절반만 일치되는 경우가 2명(50% 확률), 완전 불일치되는 경우가 1명(25% 확률)이 된다. HLA 타입이 일치하는 사람의 골수를 이식했더니 골수이식이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는 것을 확인했고, 골수이식을 할 때는 HLA 유전 타입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 금과옥조 처럼 믿는 개념이 됐다.
-2011년에 개발한 반일치 골수이식이란?
HLA유전자가 완전히 일치되는 확률은 형제가 4명 있다는 전제 하에 25%의 확률이다. 부모·자식 간에도 절반만 일치하기 때문에 HLA완전 일치 골수이식의 대상자가 적다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골수은행을 만들어 타인의 것을 받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것도 한계가 있었다. 1990년대 중반쯤 반일치 이식(HLA유전자가 절반만 맞아도 이식)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시도를 했으며, 성공을 했다. 그 전에는 병든 골수를 완전히 없애고 이식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2005년부터 면역억제제 같은 부드러운 약으로 전처치를 하고 반일치 이식을 83명에게 해봤다. 골수이식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골수이식의 심각한 합병증인 이식한 세포가 환자를 공격하는 이식편대숙주질환도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환자 사례들을 모아 2011년에 논문을 발표했다. 그 이후로 골수가 없어서 이식을 못받는 경우가 거의 없게 됐다. 골수이식 트렌드를 바꾼 것이다. 골수이식은 과거 항암제 투여 등 골수이식 전처치 과정이 힘들어 40세 이상에서는 시도를 못했는데, 지금은 전처치를 면역억제제 같이 비교적 '순한 약'으로 할 수 있게 되면서 70 세 이상 고령 환자도 가능해졌다.
-NK세포 추가적으로 투여하면 치료 성공에 도움 된다?
골수이식후 공여자의 자연살해(NK) 세포를 투여하면 백혈병 예후가 더 좋다. NK세포는 혈액 내 백혈구의 일종으로 면역체계 최전방을 방어하는 세포다. 암세포의 근원이 되는 암 줄기세포를 인식하고 살상하기 때문에 차세대 면역치료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백혈병으로 부모 자식 간 반일치 골수이식을 받은 76명을 NK세포 투여군(40명)과 대조군(36명)으로 무작위 배정해 연구를 했다. NK세포 투여군에는 골수 공여자로부터 유래한 NK세포 치료제를 골수이식 후 2~3주에 걸쳐 2회 투여했다. 30개월 동안 지켜본 결과, 병이 진행된 경우는 투여군이 35%, 비투여군이 61%로 NK세포 투여군이 병 진행이 된 경우가 훨씬 적었다. NK세포는 병든 백혈병 세포를 억제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현재 NK세포는 식약처 허가를 받아 치료제로 출시하기 위해 급성골수성백혈병 환자군을 대상으로 국내 의료기관 세 곳에서 NK세포 치료제 임상 2상을 준비하고 있다. 간혹 환자 본인에게서 뽑은 NK세포를 주입해 치료한다는 환자도 있는데, 효과가 없다. 환자의 NK세포는 암 세포를 타깃으로 생각하지 않아 제 기능을 못한다. 건강한 공여자의 NK세포를 주입해야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최근 백혈병 신약이 많이 나왔다?
과거에는 백혈병 치료를 위해 세포 독성 항암제를 사용했는데, 머리가 빠지는 등 부작용이 심했다. 65세가 넘은 노인은 이런 항암제를 맞기도 어려웠으며 젊은 환자의 경우 면역력이 떨어져 폐렴 등 감염질환에 잘 걸렸다. 최근 3~4년 사이에 효과 좋은 약들이 많이 나왔다. 기존 약물이 듣지 않거나 재발한 급성 골수성 백혈병에 쓰인다. 유전자 변이로 발생한 백혈병을 타깃으로 한 약들도 있다. 완치를 기대할 만큼 효과가 좋은 약들이 나오고 있으므로 백혈병으로 절망해선 안된다.
-혈액암의 치료 성공률, 생존율은 얼마나 되나?
성인에게 가장 많은 급성골수성백혈병의 완치율은 50~60%, 급성림프구성백혈병의 완치율은 성인의 경우 50~60%, 만성골수성백혈병 완치율은 90%, 만성림프구성백혈병 완치율은 80~90% 정도된다.
-백혈병의 치료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무엇인가?
나이가 젊을수록 치료 성공률이 높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백혈병 세포의 성격이다. 백혈병 세포의 성격은 애초에 정해져서 나온다. 그런데 치료를 해보고 결과에 따라 판단을 해봐야 안다. 유전자 검사 결과를 보고 어느 정도 경향성은 볼 수 있지만 확실한 예측은 할 수 없다. 백혈병 환자들은 병이 나빠지면 내가 뭘 잘못했나 자책을 많이 하는데 백혈병의 예후는 발병할 때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고 보면 된다.
-백혈병 환자에게 한말씀
백혈병은 힘든 병이지만 완치 가능성이 충분히 있고, 완치가 안 돼도 좋은 약들과 새로운 치료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희망을 가지고 치료를 하면 생존 기간을 늘릴 수 있다. 임상 연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1950년대 미국에서 골수이식이라는 개념이 생겼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미국에서 사람이 핵에 노출됐을 경우 어떻게 치료하고 방어할 것인지에 대한 대규모 연구가 진행됐다. 핵에 노출되면 혈액세포를 만드는 골수가 망가지는 데 어떻게 회복시킬 수 있을지 연구했다. 쥐실험을 통해 건강한 쥐의 골수를 빼서 이식하면 아픈 쥐가 살아난다는 것을 밝혀내면서 골수이식의 개념이 생겨났다. 이식된 골수가 자리를 잡고 건강한 조혈세포를 만들어내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쥐 뿐만 아니라 개에서도 실험을 했고, 개의 경우는 형제가 많은데, 어떤 경우는 골수이식에 성공을 했고, 어떤 경우는 그렇지 않았다. 여기에 관여하는 것이 HLA유전자라는 것을 밝혀냈다. HLA유전자는 타입이 여러 개 있으며 부모에게 하나씩 받는데, 멘델의 유전법칙에 따라 4명의 형제가 있다면 완전 일치되는 경우가 1명(25% 확률), 절반만 일치되는 경우가 2명(50% 확률), 완전 불일치되는 경우가 1명(25% 확률)이 된다. HLA 타입이 일치하는 사람의 골수를 이식했더니 골수이식이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는 것을 확인했고, 골수이식을 할 때는 HLA 유전 타입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 금과옥조 처럼 믿는 개념이 됐다.
-2011년에 개발한 반일치 골수이식이란?
HLA유전자가 완전히 일치되는 확률은 형제가 4명 있다는 전제 하에 25%의 확률이다. 부모·자식 간에도 절반만 일치하기 때문에 HLA완전 일치 골수이식의 대상자가 적다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골수은행을 만들어 타인의 것을 받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것도 한계가 있었다. 1990년대 중반쯤 반일치 이식(HLA유전자가 절반만 맞아도 이식)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시도를 했으며, 성공을 했다. 그 전에는 병든 골수를 완전히 없애고 이식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2005년부터 면역억제제 같은 부드러운 약으로 전처치를 하고 반일치 이식을 83명에게 해봤다. 골수이식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골수이식의 심각한 합병증인 이식한 세포가 환자를 공격하는 이식편대숙주질환도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환자 사례들을 모아 2011년에 논문을 발표했다. 그 이후로 골수가 없어서 이식을 못받는 경우가 거의 없게 됐다. 골수이식 트렌드를 바꾼 것이다. 골수이식은 과거 항암제 투여 등 골수이식 전처치 과정이 힘들어 40세 이상에서는 시도를 못했는데, 지금은 전처치를 면역억제제 같이 비교적 '순한 약'으로 할 수 있게 되면서 70 세 이상 고령 환자도 가능해졌다.
-NK세포 추가적으로 투여하면 치료 성공에 도움 된다?
골수이식후 공여자의 자연살해(NK) 세포를 투여하면 백혈병 예후가 더 좋다. NK세포는 혈액 내 백혈구의 일종으로 면역체계 최전방을 방어하는 세포다. 암세포의 근원이 되는 암 줄기세포를 인식하고 살상하기 때문에 차세대 면역치료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백혈병으로 부모 자식 간 반일치 골수이식을 받은 76명을 NK세포 투여군(40명)과 대조군(36명)으로 무작위 배정해 연구를 했다. NK세포 투여군에는 골수 공여자로부터 유래한 NK세포 치료제를 골수이식 후 2~3주에 걸쳐 2회 투여했다. 30개월 동안 지켜본 결과, 병이 진행된 경우는 투여군이 35%, 비투여군이 61%로 NK세포 투여군이 병 진행이 된 경우가 훨씬 적었다. NK세포는 병든 백혈병 세포를 억제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현재 NK세포는 식약처 허가를 받아 치료제로 출시하기 위해 급성골수성백혈병 환자군을 대상으로 국내 의료기관 세 곳에서 NK세포 치료제 임상 2상을 준비하고 있다. 간혹 환자 본인에게서 뽑은 NK세포를 주입해 치료한다는 환자도 있는데, 효과가 없다. 환자의 NK세포는 암 세포를 타깃으로 생각하지 않아 제 기능을 못한다. 건강한 공여자의 NK세포를 주입해야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최근 백혈병 신약이 많이 나왔다?
과거에는 백혈병 치료를 위해 세포 독성 항암제를 사용했는데, 머리가 빠지는 등 부작용이 심했다. 65세가 넘은 노인은 이런 항암제를 맞기도 어려웠으며 젊은 환자의 경우 면역력이 떨어져 폐렴 등 감염질환에 잘 걸렸다. 최근 3~4년 사이에 효과 좋은 약들이 많이 나왔다. 기존 약물이 듣지 않거나 재발한 급성 골수성 백혈병에 쓰인다. 유전자 변이로 발생한 백혈병을 타깃으로 한 약들도 있다. 완치를 기대할 만큼 효과가 좋은 약들이 나오고 있으므로 백혈병으로 절망해선 안된다.
-혈액암의 치료 성공률, 생존율은 얼마나 되나?
성인에게 가장 많은 급성골수성백혈병의 완치율은 50~60%, 급성림프구성백혈병의 완치율은 성인의 경우 50~60%, 만성골수성백혈병 완치율은 90%, 만성림프구성백혈병 완치율은 80~90% 정도된다.
-백혈병의 치료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무엇인가?
나이가 젊을수록 치료 성공률이 높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백혈병 세포의 성격이다. 백혈병 세포의 성격은 애초에 정해져서 나온다. 그런데 치료를 해보고 결과에 따라 판단을 해봐야 안다. 유전자 검사 결과를 보고 어느 정도 경향성은 볼 수 있지만 확실한 예측은 할 수 없다. 백혈병 환자들은 병이 나빠지면 내가 뭘 잘못했나 자책을 많이 하는데 백혈병의 예후는 발병할 때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고 보면 된다.
-백혈병 환자에게 한말씀
백혈병은 힘든 병이지만 완치 가능성이 충분히 있고, 완치가 안 돼도 좋은 약들과 새로운 치료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희망을 가지고 치료를 하면 생존 기간을 늘릴 수 있다. 임상 연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규형 교수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서울아산병원 혈액내과 교수를 역임했다. 정년 후 최근 이대목동병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30여 년간 혈액암(백혈병, 골수형성이상증후군, 재생불량빈혈) 치료에 전념했고 1000명 이상의 환자에게 골수이식을 시행한 골수이식 분야에 최고 전문가다. 2011년도에 반일치골수이식 개발에 성공해, 이를 실용화했다. 백혈병 환자의 치료 옵션을 늘려준 업적이라고 평가받는다. 최근에는 골수이식 후 공여자로부터 유래한 NK세포를 투여, 백혈병 치료 예후를 좋게 하는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했다. 더 나은 치료 성과를 위해 꾸준히 연구하고 있다.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서울아산병원 혈액내과 교수를 역임했다. 정년 후 최근 이대목동병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30여 년간 혈액암(백혈병, 골수형성이상증후군, 재생불량빈혈) 치료에 전념했고 1000명 이상의 환자에게 골수이식을 시행한 골수이식 분야에 최고 전문가다. 2011년도에 반일치골수이식 개발에 성공해, 이를 실용화했다. 백혈병 환자의 치료 옵션을 늘려준 업적이라고 평가받는다. 최근에는 골수이식 후 공여자로부터 유래한 NK세포를 투여, 백혈병 치료 예후를 좋게 하는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했다. 더 나은 치료 성과를 위해 꾸준히 연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