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과

"엉덩이 계속되는 고름, 희귀질환이지만 치료 가능"

오상훈 기자

‘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화농성 한선염 명의’ 분당차병원 피부과 이희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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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차병원 피부과 이희정 교수./사진=분당차병원 제공
엉덩이, 사타구니, 겨드랑이 등 피부가 접히는 부위에 염증과 농양이 반복적으로 발생한다면 ‘화농성 한선염’이라는 희귀질환을 의심해볼 수 있다. 농양이 터지고 곪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심각한 흉터가 생기기도 하한다. 환자들은 통증뿐만 아니라 외부로 드러나는 흉터로 인해 대인관계나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또 염증이 생기는 부위가 민감하다 보니 주위에 쉽게 알리지 못하고 정신적인 고통을 수반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화농성 한선염은 증상 발현 후 진단까지 평균 7년이나 걸린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화농성 한선염의 증상, 진단, 치료에 대해 분당차병원 피부과 이희정 교수에게 물었다.

-화농성 한선염은 어떤 질환인가?
엉덩이, 사타구니, 겨드랑이, 여성들은 밑가슴 등에 반복적으로 고름을 동반하는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해당 부위들은 피부가 접히고 마찰을 받으며 모낭에 붙어 있는 아포크린샘이 많다는 특징이 있다. 처음엔 모낭 안에 염증으로 아프고 심해지면 안에 고름이 차는 농양 형태가 된다. 농양이 터지면 고름이 나오는데 옆에 생긴 농양들과 뭉치기도 한다. 이러면 고름이 지나가는 농루관이 만들어지면서 흉터가 생기게 된다.

-유병률은 어떤가?
인종마다 다르다. 평균 1%, 높게는 4%까지 보고되는데 유럽에서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는 유병률이 낮다. 2016년, 심평원 데이터로 추정했을 땐 0.06% 정도였다. 환자수로 따지면 약 8000명이다. 그런데 2019년까지로 기간을 늘려서 분석한 최근 데이터를 보면 0.14%다. 4만5000명에다 부위 탓에 내원을 꺼리는 환자들까지 고려하면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주요 호발 부위는 어디인가? 
해외에서는 사타구니와 겨드랑이가 가장 흔하고 그 다음이 엉덩이다. 또 남성보다 여성 환자가 많다고 보고된다. 그런데 우리나라 환자들은 엉덩이에 생기는 경우가 가장 많다. 또 남성 환자가 여성보다 2.5배 많다.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지에 대해서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원인은 무엇인가?
유전적 소인, 환경적인 요인, 면역학적인 이상 세 가지가 거론된다. 화농성 한선염은 모낭의 입구가 막히고 염증이 쌓여서 피부 안쪽으로 터지는 질환인데 모낭 형성과 관련된 유전자 이상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 보고 있다. 환경적인 요인으로는 피부 마찰 부위를 늘리는 비만이나 염증 유도 물질이 많은 흡연 등이 꼽힌다. 면역학적인 이상은 피부 세균에 대응하는 방어체계의 결함을 뜻한다. 딱 하나가 원인이라고 설명하기는 어렵고 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라 본다.

-세균이라면 위생과도 관련이 있는 건가?
없다. 염증이 발생하고 고름이 나오면 세균이 자라기 좋은 환경이 되는 건 맞다. 그런데 애초에 염증이 잘 생기는 원인이 안 씻어서가 아니다. 환자들은 오히려 고름과 혹시 모를 냄새를 우려해 더 자주 씻는 경향이 있다. 간혹 전염되는 건 아니냐고 물어보는 환자도 있는데 전혀 아니다.

-어떤 증상이 나타났을 때 병원을 방문하면 되나?
겨드랑이, 사타구니, 엉덩이에 6개월에 2번 이상 만성적으로 피부 깊은 곳에서 염증성 결절이나 농양이 형성되면 의심해보는 게 좋다. 1차 의료기관을 위한 가이드라인이기도 하다. 모낭염과 헷갈릴 수 있지만 모낭염은 뾰루지처럼 피부 표면에 노랗고 조그마한 농포가 생기는 게 특징이다. 화농성 한선염은 염증이 더 깊고 크다.


-병원에 방문하면 진단은 어떻게 하나?
앞선 가이드라인과 함께 염증성 결절의 개수나 농루관 형성 여부 등을 확인한다. 농루관을 확인하기 위해 초음파 검사가 진행되기도 한다. 그런 다음 증상에 가중치를 줘서 점수화해 단계를 나눈다. 헐리 체계(Hurley staging system)라고 하는데 흉터가 없으면 경증인 1단계, 있다면 중등도인 2단계, 흉터가 광범위하고 농양과 농루관이 같이 보인다면 중증인 3단계로 분류한다.

혈액 검사도 하는데 화농성 한선염 진단보다는 동반 질환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실제 증상 조절이 안 되는 30대 환자가 당뇨병이었던 사례가 많았다. 또 염증성 장질환 환자는 항생제를 복용하면 증상이 악화할 수 있는데 화농성 한선염의 주요 치료제가 항생제이므로 동반 질환 확인이 필요하다.

-다른 질환과의 연관성이 있다?
만성적인 염증이 특징이므로 염증에 의해 유도될 수 있는 질환의 위험을 키운다. 다만 건선처럼 심혈관계 질환 위험을 높인다는 명확한 연관성이 밝혀진 건 아니다. 다만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염증성 장질환 등과 같은 대사성 질환과의 연관성은 명확해지는 추세다.

염증과 농양이 1년 내내 지속되는 환자는 편평세포암이라는 피부암 위험이 2배가량 높다는 보고가 있다. 또 고름으로 앉는 게 힘들거나 옷을 편하게 못 입는 등 일상생활의 문제로 인해  문제로 정신적인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

-치료 옵션에는 무엇이 있나?
경증 환자는 바르는 약만으로도 증상을 조절할 수 있다. 염증이 한 두 개 정도라면 항생제 복용도 고려해볼 수 있다. 또 고름이 잦다 하면 외과적인 절개 및 배농 시술이나 염증 주사를 적용할 수도 있다. 2단계인 중등도 정도가 되면 바르는 약만으로 증상 조절은 어렵고 테트라사이클린계 항생제 치료를 시도한다. 보통 10~12주 복용하는데 75% 정도는 반응이 있다. 3단계 중증인 환자들은 앞선 치료들에 반응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아달리무맙Adalimumab, 제품명 휴미라)이라는, TNF-α(알파)를 차단하는 생물학적제제를 사용해볼 수 있다.

-수술은 어렵나?
중증 환자한테 수술도 옵션이 될 수 있다. 그런데 범위가 중요하다. 겨드랑이 쪽에 농루관이 있긴 한데 그 범위가 좁으면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근본적으로 염증의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이후 증상만 잘 관리하면 예후가 좋다. 그런데 농루관이 엉덩이 전체에 연결된 환자들이 있다. 전체를 들어내야 하는데 해외 증례보고 상 흉터, 입원기간, 예후 등을 고려하면 권유하기 어렵다. 그래서 중증이 되기 전에 병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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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농성 한선염은 더 이상 진행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사진=분당차병원 제공
-염증 범위가 넒은 환자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현재로선 염증의 범위가 넓으면서 아달리무맙이라는 치료제에 반응하지 않는 중증 환자들은 별다른 대안이 없다. 그런데 지난달 유럽에서 또 다른 생물학적제제인 세쿠키누맙(Secukinumab, 제품몀 코센틱스)이 화농성 한선염 치료제로 승인을 받았다. 우리나라 식약처의 승인을 준비하고 있어서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사용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 먹는 면역조절제도 3상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어서 치료 옵션은 추가될 전망이다.

-완치는 어려운건가?
어렵다. 일상에 악화요인들이 많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앉아 있거나 움직이면 해당 부위가 마찰하면서 증상이 심해지는 경우가 많다. 잠을 못 자 컨디션이 떨어지거나 흡연, 음주를 해도 마찬가지다. 이런 환경적인 요인으로 염증이 재발하는 걸 100% 막기란 어렵다. 이걸 막겠다고 1년 내내 약을 먹을 수도 없다. 

-나이 들면 자연스럽게 사라진다는 말이 있던데?
그렇다고 볼 수 있다. 증상 발현 후 20년 뒤에 병원을 처음 찾은 환자에게 물었더니 자신의 부모님도 같은 증상이 있었는데 나이 들고 좋아졌으니 자기도 기다렸다고 하더라. 문헌상 50대 이후부터는 활성도가 많이 낮아진다고 보고된다. 근데 예외가 있다. 평균적으로 10~20대 때 증상이 가장 심하다가 50대 이후부턴 가라앉는 게 맞긴 하지만 50대가 넘었는데 중증 단계가 완화되지 않는 환자들도 분명 있다. 어떤 환자가 그렇게 될지는 알 길이 없어서 가능하면 조기에 치료받는 게 좋다.

-흉터는 없앨 수 있나?
레이저 치료를 고려해볼 수 있다, 증상이 중증으로 넘어가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 발생하는 염증이 없어야 한다. 그런데 레이저가 만능은 아니다. 환자들에게 보통 얼굴에서 멀어질수록 레이저 반응이 떨어진다고 설명하는데 엉덩이나 사타구니 쪽은 염증이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만들기는 어렵다.


-화농성 한선염 증상을 조절하는 데 중요한 습관은?
먼저 금연이다. 흡연은 염증을 유도하는 화학물질이 많기 때문에 모든 염증성 질환 환자들에겐 좋지 않다. 여기에다가 모공을 막는 과각화까지 유발하므로 화농성 한선염과는 상극이라고 볼 수 있다. 내원한 환자들을 분석했더니 중증 환자 중 흡연자는 특히 치료 반응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들에게 무조건 금연하라고 설명한다. 금주도 필요하다. 술과 화농성 한선염 간 관계가 명확한 건 아니지만 분명 괜찮았는데 과음한 뒤에 염증이 생긴다고 말하는 환자들이 많다. 마지막으로 체중 조절이다.

-화농성 한선염 환자들에게 당부한다면?
참 어려운 질환이다. 통증 때문에 수능을 못 보거나 흉터 때문에 이혼하는 환자들도 봐 왔다. 증상이 괜찮아지는가 싶다가도 악화하는 걸 반복하니까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래도 일단 치료를 꾸준히 받으면 확실히 삶의 질은 올라간다. 증상 발현 부위가 민망해서 내원하지 않는 환자들이 많다. 화농성 한선염도 다른 질환과 마찬가지로 방치하면 악화한다. 조기에 진단을 받고 내가 이 질환이 맞는지, 어느 단계에 있으며 어떤 치료가 가능한지 아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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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차병원 피부과 이희정 교수./사진=분당차병원 제공
이희정 교수는…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세브란스병원 전공의, 국립경찰병원 과장을 거쳐 현재 분당차병원 피부과 교수다. 현재 대한여드름학회 정보이사, 대한피부과학회 대외협력위원회 위원을 역임하고 있다.


전문분야는 아토피, 여드름, 화농성 한선염, 건선 등이다. 이희정 교수는 국내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화농성 한선염을 알리는 데 힘쓰고 관련 연구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생물학적제제의 급여 확대에 기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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