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불편을 고통이라 인식하면 안돼… 넘어가는 법 배워야" [헬스조선 명의]
이해림 기자
입력 2023/06/26 07:00
'헬스조선 명의 톡톡' 명의 인터뷰
'적응장애 명의' 건국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하지현 교수
- 적응장애란 무엇인가?
적응장애란 인식이 가능한 스트레스 요인이 생긴지 3개월 이내로 비정상적인 감정·행동적 증상이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살다 보면 외부적 변화를 맞닥뜨리게 되어 있고, 사람은 거기에 적응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가끔은 적응에 실패하며 우울·불안을 경험하기도 한다. 이것만 두고 봤을 땐 ▲불안장애 ▲우울장애 ▲청소년기 행동장애와 거의 같다. 그러나 적응장애는 스트레스 원인이 사라지고 나면 짧게는 3~4주, 길게는 3~6개월 이내에 증상이 사라진다는 점에서 이들과 다르다.
원인이 분명하다는 것도 적응장애의 주요 특징이다.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등 질환은 별다른 원인이 없어도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적응장애는 뚜렷한 원인이 있고, 그 원인 탓에 증상이 나타났다는 선후 관계도 분명하다. 그래서 예후도 굉장히 좋다. 앞서 말했듯, 원인 상황이 해결되면 금세 상태가 좋아진다.
-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와의 차이는 무엇인가?
외상후스트레스장애는 흔히 일어나지 않으며 생명에 위협이 갈 만한 수준의 큰 사건을 경험한 후에 나타난다. 대부분의 사람이 잘 넘기지 못할 정도의 재난적인 일이 계기가 된다. 무척 심한 교통사고라든가 성폭행 같은 사건을 예로 들 수 있다.
그러나 적응장애는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상황적 변화를 계기로 생긴다. 대부분 사람들이 잘 넘기는 일이어도, 10~15%의 사람들은 잘 적응하지 못할 수 있다. ▲실직 ▲직장 내에서의 인간관계 문제 ▲이혼 ▲전학 등이 그 예다.
증상의 차이도 있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 환자는 쉽게 말해 과도하게 각성한 상태, 즉, 놀란 상태다. 이에 악몽을 꾼다든지, 외상과 관련된 행동을 다시는 못 하는 식의 ‘회피 반응’이 있다. 그러나 적응장애는 이보다 일반적인 불안이나 우울 등을 주로 겪는다.
- 적응장애 환자들이 자주 받는 오해가 있나?
적응장애를 유발하는 상황 자체가 ‘외상’이라고 할 만큼의 일은 아니므로 원인이 사라지면 상태가 바로 좋아진다. 이에 환자들이 ‘꾀병’이란 오해를 자주 받는다. 군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장병을 예로 들 수 있다. 힐링 캠프를 다녀오고 약도 처방받아 먹었는데도 상태가 나아지지 않아 복무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고 가정하자. 군대에선 너무 힘들어했던 사람이 군대를 나간 지 몇 개월 만에 멀쩡히 지낸다. 그럼 부대에선 이 장병이 엄살을 부린 건 아닌가 하고 의심하게 된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오해일 뿐이다. 그 장병에겐 군 복무 자체가 너무 견디기 어려운 일이었을 수 있다. 힘든 상황을 벗어나 자신에게 편한 환경으로 들어갔을 때 회복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지, 꾀병을 부린 게 아니다.
둘째는 환자가 약해서, 무능력해서 적응장애를 겪는다는 시선이다. 사람마다 잘 적응할 수 있는 환경이 다르다. 특정 상황에 잘 적응하지 못해 문제를 겪고 있다고 해서, 그 사람이 약한 사람이라 볼 수 없다. 그냥 다른 상황이라면 잘 적응할 수 있었을 텐데, 이번에 맞닥뜨린 상황이 자신에게 잘 맞지 않을 뿐이다. 어학능력이 약한 사람이 외국계 회사에 다니는 상황이나, 영업 체질인 사람이 사무직 업무를 수행하는 게 그 예다. 회사에 잘 적응하지 못한대서 그 사람을 무능하다 말할 수 없다.
적응장애란 인식이 가능한 스트레스 요인이 생긴지 3개월 이내로 비정상적인 감정·행동적 증상이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살다 보면 외부적 변화를 맞닥뜨리게 되어 있고, 사람은 거기에 적응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가끔은 적응에 실패하며 우울·불안을 경험하기도 한다. 이것만 두고 봤을 땐 ▲불안장애 ▲우울장애 ▲청소년기 행동장애와 거의 같다. 그러나 적응장애는 스트레스 원인이 사라지고 나면 짧게는 3~4주, 길게는 3~6개월 이내에 증상이 사라진다는 점에서 이들과 다르다.
원인이 분명하다는 것도 적응장애의 주요 특징이다.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등 질환은 별다른 원인이 없어도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적응장애는 뚜렷한 원인이 있고, 그 원인 탓에 증상이 나타났다는 선후 관계도 분명하다. 그래서 예후도 굉장히 좋다. 앞서 말했듯, 원인 상황이 해결되면 금세 상태가 좋아진다.
-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와의 차이는 무엇인가?
외상후스트레스장애는 흔히 일어나지 않으며 생명에 위협이 갈 만한 수준의 큰 사건을 경험한 후에 나타난다. 대부분의 사람이 잘 넘기지 못할 정도의 재난적인 일이 계기가 된다. 무척 심한 교통사고라든가 성폭행 같은 사건을 예로 들 수 있다.
그러나 적응장애는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상황적 변화를 계기로 생긴다. 대부분 사람들이 잘 넘기는 일이어도, 10~15%의 사람들은 잘 적응하지 못할 수 있다. ▲실직 ▲직장 내에서의 인간관계 문제 ▲이혼 ▲전학 등이 그 예다.
증상의 차이도 있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 환자는 쉽게 말해 과도하게 각성한 상태, 즉, 놀란 상태다. 이에 악몽을 꾼다든지, 외상과 관련된 행동을 다시는 못 하는 식의 ‘회피 반응’이 있다. 그러나 적응장애는 이보다 일반적인 불안이나 우울 등을 주로 겪는다.
- 적응장애 환자들이 자주 받는 오해가 있나?
적응장애를 유발하는 상황 자체가 ‘외상’이라고 할 만큼의 일은 아니므로 원인이 사라지면 상태가 바로 좋아진다. 이에 환자들이 ‘꾀병’이란 오해를 자주 받는다. 군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장병을 예로 들 수 있다. 힐링 캠프를 다녀오고 약도 처방받아 먹었는데도 상태가 나아지지 않아 복무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고 가정하자. 군대에선 너무 힘들어했던 사람이 군대를 나간 지 몇 개월 만에 멀쩡히 지낸다. 그럼 부대에선 이 장병이 엄살을 부린 건 아닌가 하고 의심하게 된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오해일 뿐이다. 그 장병에겐 군 복무 자체가 너무 견디기 어려운 일이었을 수 있다. 힘든 상황을 벗어나 자신에게 편한 환경으로 들어갔을 때 회복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지, 꾀병을 부린 게 아니다.
둘째는 환자가 약해서, 무능력해서 적응장애를 겪는다는 시선이다. 사람마다 잘 적응할 수 있는 환경이 다르다. 특정 상황에 잘 적응하지 못해 문제를 겪고 있다고 해서, 그 사람이 약한 사람이라 볼 수 없다. 그냥 다른 상황이라면 잘 적응할 수 있었을 텐데, 이번에 맞닥뜨린 상황이 자신에게 잘 맞지 않을 뿐이다. 어학능력이 약한 사람이 외국계 회사에 다니는 상황이나, 영업 체질인 사람이 사무직 업무를 수행하는 게 그 예다. 회사에 잘 적응하지 못한대서 그 사람을 무능하다 말할 수 없다.
- 적응장애를 진단하기 위한 평가도구가 있나?
우울증처럼 평가 도구가 있지는 않다. 병력청취를 하고, 문제를 일으킨 상황이 있기 전후로 일상생활 능력치나 괴로움 등이 어떻게 변했는지 비교해본다. 문제 상황을 기점으로 환자의 기능이 대폭 떨어지고, 이에 굉장히 큰 불편함을 느끼는 등 해당 사건이 그 사람의 현재 삶에 분명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게 분명하다면 적응장애를 겪고 있다고 본다.
본인이 불안하고 우울하다고 말하면서도 성적이나 성과가 잘 유지되는 사람이 있는 한편, 괜찮다고 하는데도 평소보다 일의 능률이 너무 떨어지거나 잠을 잘 못 자는 사람이 있다. 그래서 적응장애 여부를 판단할 땐 환자 본인이 호소하는 증상보단, 실제로 그 사람의 기능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보는 게 중요하다. 불안이나 우울은 매우 주관적이기 때문이다.
- 실직, 인간관계 문제 등 개인적 재난 말고, 사회적 재난 때문에 적응장애가 생기기도 하나?
그럴 수 있다. 예전에 날 찾아왔던 환자 중 한 명은 중국과 프랑스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던 사람이었다. 코로나19가 유행하던 2020년 초에 친지를 만나러 한국으로 잠시 왔다가, 해외 출입국이 막혀 일터로 돌아가지 못했다. 처음엔 한두 달 쉬면 될 줄 알았는데, 코로나19 유행이 장기화되며 문제가 커졌다. 외국에 있는 본인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할 수 없는 상황이 되니 굉장히 힘들어했다. 이런 환자가 잠을 잘 못 잔다고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왔대서 ‘우울증’이라 진단하긴 어렵다. 원래 정신적으로 건강했던데다, 코로나 19가 끝나서 게스트하우스 운영이 정상화되면 곧바로 괜찮아질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런 환자는 우울증이라기보단 적응장애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 본인이 주변 환경에 예민한 사람이라면 어떻게 해야 하나?
예민한 감각을 지닌 사람들은 때로 환경에 적응하는 게 굉장히 힘들 수 있다. 물론 적응장애가 예민한 사람에게만 생기는 건 아니며, 예민한 사람이라면 반드시 적응장애를 겪는 것도 아니다. 예민한 사람들은 작은 자극에도 잘 반응한다. 조그만 변화도 잘 느끼고, 남들이 보기엔 사소한 것들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한다. 그러니 사는 게 피곤할 수 있다. 그러나 민감성을 좋은 방향으로 활용하면 타인을 먼저 배려하고, 일처리를 꼼꼼하게 할 수 있으며, 신중하게 생각할 수 있다.
예민함을 누그러뜨리는 법을 배우는 게 중요하다. '나는 원래 예민한 사람이니까 어쩔 수 없다' '남들이 예민한 나한테 맞춰줘야 한다'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인간관계에서 이런 태도를 고수하다 보면 더 예민해지기만 한다. 타인과 관계 맺는 능력은 근육과 같다. ‘나는 예민해서 이런 건 못 한다’는 생각에 안 하다 보면, 근육이 점점 약해져 대인관계 능력이 더 떨어진다. 예민한 사람은 조금 둔감해지려 노력하고, 반대로 너무 둔감한 사람은 조금 섬세해지려 노력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과 다른 사람, 잘 맞지 않는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적응하기 힘들어진다.
- 문제 상황에서 당장 벗어나기 어려운 사람이라면, 힘들거나 고통스러운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이는 게 좋을까.
우선, 나와 잘 맞지 않는 것에서 오는 불편을 무조건 ‘고통’이라고 인식하면 안 된다. 한국 사회는 굉장히 편리하고 쾌적해졌다. 이런 환경에 익숙해지면 참을성이 없어지기 쉽다. ▲단지 불편할 뿐인 것 ▲조금만 참으면 견딜 수 있는 것 ▲그냥 안고 갈 수 있는 것도 고통이라 여기게 된다. 불편은 고통으로 오인되는 순간부터 없어져야 할 대상이 된다. 불편한 상태일 뿐인데 본인이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환자라고 잘못 생각하게 될 수도 있다.
우울하거나 불안하다면, 본인의 감정과 주변 상황을 당장 판단하려 들지 마라. ‘왜 우울할까’ ‘그 사람이 내게 왜 그랬을까’ ‘어떻게 해야 내 감정이 나아질까’를 생각하는 데 너무 매몰되면 안 된다. 우선 잠자코 지켜봐야 한다. 판단하지 말고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그 상황을 이해할 수 있다. 감정에서 빠져나온 후에 비로소 그 사건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다룰 수 있게 된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원인이 무엇인지 밝혀야 한단 생각도 접어야 한다. 현대 사회는 모호하고, 불확실하고, 복잡하다. 어떤 일이 발생해도 그 일이 왜 발생했는지 모르는 경우가 더 많다. 개인의 인생도 이와 같다. 내가 이렇게 된 명확한 원인 같은 건 대부분 없다. 그런데도 찾을 수 없는 원인을 자꾸 찾으려 들면, 나의 현재는 영영 바로잡을 수 없는 게 되고 만다. 과거를 보며 ‘왜 이렇게 된 걸까’를 찾는 데 골몰하지 말고, 앞으로 ‘비슷한 일이 생겼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를 생각하는 게 맞다.
고통은 인간 삶의 구성 요소 중 하나다. 언제 어떻게 찾아오는지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결국 누구의 인생에나 있다. 고통스러운 나날도 삶의 자연스러운 과정이라 생각하고, 삶의 의미를 찾으려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 우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우울증처럼 평가 도구가 있지는 않다. 병력청취를 하고, 문제를 일으킨 상황이 있기 전후로 일상생활 능력치나 괴로움 등이 어떻게 변했는지 비교해본다. 문제 상황을 기점으로 환자의 기능이 대폭 떨어지고, 이에 굉장히 큰 불편함을 느끼는 등 해당 사건이 그 사람의 현재 삶에 분명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게 분명하다면 적응장애를 겪고 있다고 본다.
본인이 불안하고 우울하다고 말하면서도 성적이나 성과가 잘 유지되는 사람이 있는 한편, 괜찮다고 하는데도 평소보다 일의 능률이 너무 떨어지거나 잠을 잘 못 자는 사람이 있다. 그래서 적응장애 여부를 판단할 땐 환자 본인이 호소하는 증상보단, 실제로 그 사람의 기능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보는 게 중요하다. 불안이나 우울은 매우 주관적이기 때문이다.
- 실직, 인간관계 문제 등 개인적 재난 말고, 사회적 재난 때문에 적응장애가 생기기도 하나?
그럴 수 있다. 예전에 날 찾아왔던 환자 중 한 명은 중국과 프랑스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던 사람이었다. 코로나19가 유행하던 2020년 초에 친지를 만나러 한국으로 잠시 왔다가, 해외 출입국이 막혀 일터로 돌아가지 못했다. 처음엔 한두 달 쉬면 될 줄 알았는데, 코로나19 유행이 장기화되며 문제가 커졌다. 외국에 있는 본인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할 수 없는 상황이 되니 굉장히 힘들어했다. 이런 환자가 잠을 잘 못 잔다고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왔대서 ‘우울증’이라 진단하긴 어렵다. 원래 정신적으로 건강했던데다, 코로나 19가 끝나서 게스트하우스 운영이 정상화되면 곧바로 괜찮아질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런 환자는 우울증이라기보단 적응장애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 본인이 주변 환경에 예민한 사람이라면 어떻게 해야 하나?
예민한 감각을 지닌 사람들은 때로 환경에 적응하는 게 굉장히 힘들 수 있다. 물론 적응장애가 예민한 사람에게만 생기는 건 아니며, 예민한 사람이라면 반드시 적응장애를 겪는 것도 아니다. 예민한 사람들은 작은 자극에도 잘 반응한다. 조그만 변화도 잘 느끼고, 남들이 보기엔 사소한 것들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한다. 그러니 사는 게 피곤할 수 있다. 그러나 민감성을 좋은 방향으로 활용하면 타인을 먼저 배려하고, 일처리를 꼼꼼하게 할 수 있으며, 신중하게 생각할 수 있다.
예민함을 누그러뜨리는 법을 배우는 게 중요하다. '나는 원래 예민한 사람이니까 어쩔 수 없다' '남들이 예민한 나한테 맞춰줘야 한다'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인간관계에서 이런 태도를 고수하다 보면 더 예민해지기만 한다. 타인과 관계 맺는 능력은 근육과 같다. ‘나는 예민해서 이런 건 못 한다’는 생각에 안 하다 보면, 근육이 점점 약해져 대인관계 능력이 더 떨어진다. 예민한 사람은 조금 둔감해지려 노력하고, 반대로 너무 둔감한 사람은 조금 섬세해지려 노력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과 다른 사람, 잘 맞지 않는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적응하기 힘들어진다.
- 문제 상황에서 당장 벗어나기 어려운 사람이라면, 힘들거나 고통스러운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이는 게 좋을까.
우선, 나와 잘 맞지 않는 것에서 오는 불편을 무조건 ‘고통’이라고 인식하면 안 된다. 한국 사회는 굉장히 편리하고 쾌적해졌다. 이런 환경에 익숙해지면 참을성이 없어지기 쉽다. ▲단지 불편할 뿐인 것 ▲조금만 참으면 견딜 수 있는 것 ▲그냥 안고 갈 수 있는 것도 고통이라 여기게 된다. 불편은 고통으로 오인되는 순간부터 없어져야 할 대상이 된다. 불편한 상태일 뿐인데 본인이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환자라고 잘못 생각하게 될 수도 있다.
우울하거나 불안하다면, 본인의 감정과 주변 상황을 당장 판단하려 들지 마라. ‘왜 우울할까’ ‘그 사람이 내게 왜 그랬을까’ ‘어떻게 해야 내 감정이 나아질까’를 생각하는 데 너무 매몰되면 안 된다. 우선 잠자코 지켜봐야 한다. 판단하지 말고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그 상황을 이해할 수 있다. 감정에서 빠져나온 후에 비로소 그 사건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다룰 수 있게 된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원인이 무엇인지 밝혀야 한단 생각도 접어야 한다. 현대 사회는 모호하고, 불확실하고, 복잡하다. 어떤 일이 발생해도 그 일이 왜 발생했는지 모르는 경우가 더 많다. 개인의 인생도 이와 같다. 내가 이렇게 된 명확한 원인 같은 건 대부분 없다. 그런데도 찾을 수 없는 원인을 자꾸 찾으려 들면, 나의 현재는 영영 바로잡을 수 없는 게 되고 만다. 과거를 보며 ‘왜 이렇게 된 걸까’를 찾는 데 골몰하지 말고, 앞으로 ‘비슷한 일이 생겼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를 생각하는 게 맞다.
고통은 인간 삶의 구성 요소 중 하나다. 언제 어떻게 찾아오는지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결국 누구의 인생에나 있다. 고통스러운 나날도 삶의 자연스러운 과정이라 생각하고, 삶의 의미를 찾으려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 우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 당장 우울이나 불안이 너무 심하다면 어떻게 하나?
증상이 너무 심하면 항우울제 등 약물을 이용한 대증적 치료를 할 수 있다. 적응장애의 원인이 되는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도와주기도 한다. 환자가 병가를 내거나, 군대 문제가 해결될 수 있게 돕는다든지, 충분히 쉴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마련할 수 있도록 돕는 식이다.
치료 예후가 매우 좋은 편이다. 적응장애 환자 85%는 원인이 해결되면 6개월 안에 증상이 좋아진다. 15% 정도는 우울증 등으로 만성화되는 경우가 있긴 하다. 내원 자체는 적응장애로 했지만, 알고 보니 본인이 우울증에 취약한 사람인 경우도 있어서다.
- 주변에 적응장애로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첫째로, 내가 그 사람을 구해줄 수 있단 생각을 버린다. 당신은 치료자도, 구원자도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몫의 삶을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 타인을 구해 주려다가 오히려 함께 멸망하는 경우가 더 많다. 둘째로, 많이 힘들면 전문가를 찾아갈 것을 권하라. 단, 강권하면 안 된다. 셋째로, 네가 도움이 필요할 때 내가 도울 것이라는 메시지를 준다. 같이 욕하고, 상담하고, 말을 들어주는 것보단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게 낫다. 우울증으로 힘들어서 자녀를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친구가 있다면, 아이를 잠시 봐주는 식이다.
- 아이가 적응장애로 힘들어하면, 부모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아이들이 조금 힘들어한다고 바로 병원에 데려올 필요 없다. 시간이 지나면 거의 다 좋아진다. 돌이킬 수 없을 정도의 외상적 사고가 내 아이에게 일어나는 건 극히 드물다.
아이들은 오히려 시행착오를 겪어봐야 한다. 자전거를 스스로 타려면 넘어져 봐야 하고, 수영을 배우려면 물을 먹을 수밖에 없다. 그걸 하지 않고 자전거 타기가 수영에 능숙해질 순 없다. 굳이 얘기하자면 아이가 밥을 잘 먹지 못하거나, 잠을 잘 자지 못하는 식으로 일상생활이 무너지는 게 4주를 넘겼다면, 분명히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니 전문가 도움을 받는 게 좋다.
- 적응장애로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조언한다면?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장단점이 있다. 본인이 어떤 상황에서 적응을 잘 못한다고 해서, 본인이 무능한 게 아니다. 자신에게 잘 맞는 다른 상황이 세상에 많은데, 하필 지금 당장 맞닥뜨린 게 잘 안 맞는 상황일 뿐이다. 이걸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 ‘과거에 다른 선택을 했으면 지금 이러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는 접어둬야 한다. 내게 안 맞는 상황이 있다는 건, 반대도 내게 잘 맞는 상황도 있다는 거다. ‘지금 내가 액땜하는 중이다’라고 생각하고 넘어가자.
증상이 너무 심하면 항우울제 등 약물을 이용한 대증적 치료를 할 수 있다. 적응장애의 원인이 되는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도와주기도 한다. 환자가 병가를 내거나, 군대 문제가 해결될 수 있게 돕는다든지, 충분히 쉴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마련할 수 있도록 돕는 식이다.
치료 예후가 매우 좋은 편이다. 적응장애 환자 85%는 원인이 해결되면 6개월 안에 증상이 좋아진다. 15% 정도는 우울증 등으로 만성화되는 경우가 있긴 하다. 내원 자체는 적응장애로 했지만, 알고 보니 본인이 우울증에 취약한 사람인 경우도 있어서다.
- 주변에 적응장애로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첫째로, 내가 그 사람을 구해줄 수 있단 생각을 버린다. 당신은 치료자도, 구원자도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몫의 삶을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 타인을 구해 주려다가 오히려 함께 멸망하는 경우가 더 많다. 둘째로, 많이 힘들면 전문가를 찾아갈 것을 권하라. 단, 강권하면 안 된다. 셋째로, 네가 도움이 필요할 때 내가 도울 것이라는 메시지를 준다. 같이 욕하고, 상담하고, 말을 들어주는 것보단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게 낫다. 우울증으로 힘들어서 자녀를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친구가 있다면, 아이를 잠시 봐주는 식이다.
- 아이가 적응장애로 힘들어하면, 부모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아이들이 조금 힘들어한다고 바로 병원에 데려올 필요 없다. 시간이 지나면 거의 다 좋아진다. 돌이킬 수 없을 정도의 외상적 사고가 내 아이에게 일어나는 건 극히 드물다.
아이들은 오히려 시행착오를 겪어봐야 한다. 자전거를 스스로 타려면 넘어져 봐야 하고, 수영을 배우려면 물을 먹을 수밖에 없다. 그걸 하지 않고 자전거 타기가 수영에 능숙해질 순 없다. 굳이 얘기하자면 아이가 밥을 잘 먹지 못하거나, 잠을 잘 자지 못하는 식으로 일상생활이 무너지는 게 4주를 넘겼다면, 분명히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니 전문가 도움을 받는 게 좋다.
- 적응장애로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조언한다면?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장단점이 있다. 본인이 어떤 상황에서 적응을 잘 못한다고 해서, 본인이 무능한 게 아니다. 자신에게 잘 맞는 다른 상황이 세상에 많은데, 하필 지금 당장 맞닥뜨린 게 잘 안 맞는 상황일 뿐이다. 이걸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 ‘과거에 다른 선택을 했으면 지금 이러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는 접어둬야 한다. 내게 안 맞는 상황이 있다는 건, 반대도 내게 잘 맞는 상황도 있다는 거다. ‘지금 내가 액땜하는 중이다’라고 생각하고 넘어가자.
하지현 교수는…
서울대병원에서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용인정신병원 정신의학연구소를 거쳐 현재 건국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환자들을 진료하고 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산하 한국정신신체의학회 이사장이기도 하다. 고통, 우울, 불안, 스트레스와 함께 살아가는 법을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 강연과 저술 활동에 힘쓰고 있다. ‘엄마의 빈틈이 아이를 키운다’ ‘청소년을 위한 정신 의학 에세이’ 등 다양한 저서를 출판했다.
서울대병원에서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용인정신병원 정신의학연구소를 거쳐 현재 건국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환자들을 진료하고 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산하 한국정신신체의학회 이사장이기도 하다. 고통, 우울, 불안, 스트레스와 함께 살아가는 법을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 강연과 저술 활동에 힘쓰고 있다. ‘엄마의 빈틈이 아이를 키운다’ ‘청소년을 위한 정신 의학 에세이’ 등 다양한 저서를 출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