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

'성인병'은 20년 전에 사라졌지만, 그 이후…

이지형 객원기자

이미지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새벽 라디오에서 건강 정보를 듣는데, 내과 전문의 한 분이 “성인병, 아, 아니 생활습관병이…”라고 말을 급히 바꾼다. 성인병, 그러고 보니 오랜만에 듣는 단어다. 예전에 뇌졸중, 암, 심장병을 한데 모아 성인병이라 했다. ‘예전’이라고 집어 말하는 건 사연이 있어서다. 2003년 3월, 대한내과학회의 이름으로 모인 내과 의사들이 성인병을 ‘생활습관병’으로 고쳐 부르기로 합의했다. ‘성인병’은 20년 전 공식적으로 사라졌다. 그해 생활습관병을 알리는 대대적 캠페인이 진행됐다.

◇성인병 이후… 생활습관병과 대사증후군 
이미 그때도 성인병이란 이름은 시대착오적이었다. 암이나 심뇌혈관질환이 마흔을 넘겨 집중 발현하는 건 사실이지만, 성인병이란 이름을 주고 나니 ‘성인 이전’ 시기의 징후 관리나 예방에는 둔감했다. 질환 자체를 ‘생활 습관’ 차원으로 재규정하면서 질병을 대하는 자세 자체가 달라졌다. 실제로 대한내과학회는 ‘성인병’ 대신 ‘생활습관병’을 채택하면서 질환의 원인과 종류를 확장했다.

잘못된 식습관이 당뇨병, 비만, 고지혈증, 순환기병, 대장암, 치주병을 유발한다. 운동을 게을리하면 비만, 고지혈증, 고혈압이 생긴다. 흡연은 만성기관지염과 폐기종의 원인이다. 간질환을 유발하는 음주도 빼놓을 수 없다…. 이 정도면 우리가 걱정하는 거의 모든 질병을 포괄한다.


‘이름’을 거론하는 중이니 ‘대사증후군’ 명칭도 곱씹을 만하다. 몸 바깥에서 섭취한 음식을 몸 안에서 분해하고 합성해 생체 성분 또는 생명 활동에 필요한 물질로 바꾸고 에너지를 생성하는 일, 필요 없는 것들을 추려 몸 밖으로 다시 내보내는 일을 대사라 부른다. 대사에 문제가 생기면 비만,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이 동시에, 복합적으로 발생한다. 그게 대사증후군이다. 그런데 대사증후군의 원인은 뭘까. 전문의들은 운동 부족, 스트레스, 야식과 과식, 인스턴트 식품 섭취 등 ‘잘못된 생활 습관’을 지목한다.

다시 생활 습관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우리가 20년 전까지 겁냈고(성인병), 지금도 두려워하는(대사증후군) 질환들은 모두 습관 탓이다. 습관이 거의 모든 질병의 원인이란 사실을 20년 전 의사 집단이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지금도 전국의 진료실에서 모든 의사가 ‘잘못된 생활 습관’의 치명적 폐해에 관해 습관처럼 얘기한다. 우리 모든 잠재적 환자들은 진료실 문을 열고 나오면서 습관처럼, 그 말을 잊는다.


�ъ뒪議곗꽑 �쒕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