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청소년 자녀에게 좋은 습관 심어줄 ‘뇌과학적 전략’

사공정규 동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학박사​

사공정규의 우리 아이 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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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클립아트코리아
인생은 마라톤이다. 구간마다 해야 할 과업과 전략이 있다. 청소년기는 열매를 따는 시기가 아니다. 결과를 내야 하는 시기가 아니다. 청소년기는 거름을 주는 시기이다. 성적이 높든 낮든 아니면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일을 꾸준하게 할 수 있는 습관을 길러주는 시기이다.

습관은 뇌 과학이다. 좋은 습관을 기르기 위해서는 뇌를 알아야 한다. 우리의 뇌에는 대략 약 860억개의 뇌세포가 있다. 뉴런(neuron)이라고 불리는 이 뇌세포 하나가 대개 1천개에서 1만개의 다른 뇌세포와 시냅스(synapse)로 연결되어 있다.

영화 아바타에서 머리끝 촉수로 다른 동물이나 식물과 연결하는 장면을 상상해 보라. 이렇게 뇌세포는 촘촘하게 손을 잡는 것처럼 연결되어 있다. 학령전기인 만 6세까지는 뇌는 과잉생산이라고 할 정도로 시냅스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소위 ‘시냅스 증식(synaptic proliferation)’이 활발하다. 그런데 7세에서 15세에는 그동안 지나치게 많이 만들어진 시냅스를 필요한 부분만 남기고 제거하는 소위 ‘시냅스 가지치기(synaptic pruning)’가 활발하다. 이때 뇌에서 필요하다고 인식하는 신경망은 남기고 뇌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은 가지치기를 해서 없애버린다.

초등학생과 중학생 시기에 본인이 평소 계속하는 일은 뇌에서 굳건한 신경망으로 남고, 하지 않는 일은 뇌의 신경망에서 제거된다는 것이다. ‘시냅스 가지치기’를 통해서 청소년의 뇌는 뇌조직과 신경망을 더 정교화하는 작업을 한다. 만약 이 시기에 공부하는 것으로 시간을 보낸다면 공부하는 신경망 위주로 남는 것이고, 운동으로 시간을 보내면 운동하는 신경망 위주로 남는 것이고, 컴퓨터 게임하는 것으로 시간을 보내면 컴퓨터 게임하는 신경망 위주로 남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청소년기는 습관을 형성하는 결정적 시기다. 이 시기를 놓치면 좋은 습관을 만들기에 절대까지는 아니더라도 매우 불리하다. 청소년기에는 비교적 쉽게 뇌의 리모델링(remodeling) 공사를 할 수 있다. 물론 어른이 되어서도 시냅스가 새로 형성되거나 가지치기가 일어나곤 하지만, 초등학생에서 중학생 시절에 제거되지 않고 남아 있는 신경망은 앞으로 인생을 좌지우지할 습관이 된다. 이때 만들어진 습관은 그 효율성, 강력함, 지속성이 최고라는 것이다.

이처럼 청소년 시기에는 습관을 기르는 과정이 중요한 것이지, 성적이라는 결과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정말 우리 자녀가 공부를 잘하게 하고 싶다면, 먼저, 아이가 책상 앞에 앉아 있는 것이 중요하다. 처음에는 집중하지 않아도 된다. 앉아 있는 습관만 길러지면 된다. 매일 컴퓨터 게임에 빠져 있던 아이가 책을 펴고 책상에 앉아 있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부모님은 당장 그렇게 되길 바랄 것이다. 그러나 그건 쉬운 일이 아니다. 부모님은 아이가 게임하던 습관을 단숨에 바꿔 공부하길 바라지만, 습관은 그렇게 바뀌는 게 아니라 서서히 대체되는 것이다. 기존의 길을 당장 없애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길을 터 나가야 한다. 기존의 나쁜 습관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습관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오래도록 다녔던 산길이 나쁜 습관이라고 가정해 보자. 그 산길을 가지 않으려면 새로운 길을 만들어야 하는데 얼마나 걸어야 새로운 길이 만들어지겠는가? 뇌 과학에서 이런 새로운 길의 흔적을 내는 데는 21일이 걸린다. 이 흔적이 길 같은 길이 되려면 평균 66일이 걸리게 된다. 사람에 따라서는 더 걸리기도 하니까 100일 정도면 새로운 길이 형성된다고 본다. 그래서 100일 기도가 나온 것이다. 즉 좋은 습관을 바꾸려면, 최소 3주 더 나아가 100일은 지속해야 한다. 좋은 습관을 기르는 몇 가지 팁을 더 드리면, 다음과 같다.


결과를 따지면 안 된다. 다시 말해 목표 중심적 사고방식은 안 된다. 목표를 이루게 되면 다 이루었다고 안 하게 되고,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면 스트레스받아 못하게 되고 자존감만 떨어진다. 목표를 보지 말고 과정을 중히 여기고 꾸준하게 해야 한다.

특정신호 또는 기존 형성된 습관과 좋은 습관을 연합시켜라. 예를 들면, 저녁 먹고 10분 걷기 운동을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저녁 먹기’라는 현재의 습관에 ‘10분 걷기’라는 새로운 습관을 연합시키는 것이다.

자녀에게 좋은 습관을 기르게 하기 위해서는 부모가 큰 욕심을 내서는 안 된다. 작게 시작하게 하라.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라는 성경 욥기 8장 7절의 말씀처럼 말이다.

마지막으로 좋은 습관을 만들기 위해서는 재미 또는 긍정적 보상이 있어야 한다. 재미가 없는 금연이나 다이어트 성공이 어려운 이유이다. 좋은 습관에는 재미가 있기가 힘들다. 오히려 나쁜 습관에 재미가 따르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좋은 습관보다 나쁜 습관이 몸에 배기 쉽다. 청소년 자녀에게 좋은 습관을 형성하게 하는 최고의 긍정적 보상은 물질적인 보상이 아닌 부모님의 사랑, 칭찬, 격려이다.

청소년 뇌의 발달 단계를 다른 각도에서 하나 더 설명해보면, 만 6세까지의 뇌세포 벽은 비포장도로에 가깝다. 다시 말해 ‘미엘린(myelin, 수초)’이 없다. 7세 이후에 가지치기하면서 ‘미엘린’화가 된다. 비유하면, 비포장도로를 포장도로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한다. 이것을 수초화(myelination)라고 한다. 비포장도로의 뇌세포 벽을 ‘미엘린’으로 포장 도로화하는 것이다.

청소년기 습관형성이 중요한 이유는 뇌의 가지치기로 정교화한 신경망에 수초화(myelination)까지 이루어 향후 인생에 기본이 되는 단단한 ‘뇌리모델링 작업’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청소년기에 좋은 습관을 기르는 것은 우리 인생이 넓고 단단한 포장도로를 형성하여 앞으로 인생을 수월하고 시원하게 달릴 수 있게 하는 것과 같다. 습관은 때가 있다. 

(*이 칼럼은 동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사공정규 교수의 기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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