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

내 혈압약 어떤 성분인지 의사에게 물어봤나요?

이지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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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클립아트코리아 제공


큰일 날 얘기지만 100년 전만 해도 ‘고혈압 옹호론’이 득세했다. 이런 논리다. 어떤 이유로 인해 혈관이 좁아졌다. 좁아진 혈관에 충분한 피를 보내줘야 할 필요성을 느낀 우리 몸이 혈압을 올린다. 안 그러면 혈관이 좁아진 쪽 장기가 제 기능을 못 할 테니…. 민간의 속설이 아니라 의사들의 입장이 이랬다. 그러나 머지않아 고혈압의 심각한 폐해가 의학적으로 검증되고 의사들은 고혈압 환자의 교감신경에 ‘물리적으로’ 손대기 시작한다.

◇요추 교감신경 절제로 시작한 고혈압 치료
스트레스를 받으면 우리 몸의 교감신경이 동맥을 수축시킨다. 그러니까 교감신경을 잘라주면 혈관이 이완되고 혈압이 떨어진다. 실제로 1925년 미국 메이요 클리닉 의료진이 고혈압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허리의 교감신경을 잘랐고(요추 교감신경 절제술), 230/130㎜Hg였던 환자의 혈압이 떨어졌다(박지욱 전문의 『역사책에는 없는 20가지 의학 이야기』). 이게 초창기의 고혈압 치료다.

이젠 약으로 혈압을 낮춘다. 현대의학이 혈압을 떨어뜨리는 방식은 네 가지다. 먼저 이뇨제다. 소변을 통해 염분과 수분을 배출시켜 혈압을 떨어뜨린다(1). 두 번째는 교감신경 차단제. 혈관의 긴장 정도나 심장 박동을 조절한다. 베타(β) 수용체를 차단할 수도 있고, 알파(α) 수용체를 차단할 수도 있다(2). 안지오텐신 전환효소 억제제는 혈관을 수축시키는 안지오텐신II의 생성이나 작용을 막아 혈관의 이완을 돕는다(3). 칼슘채널 차단제는 혈관을 확장해 혈압을 낮춘다. 심장의 수축력을 억제해 박동 수도 조절한다. 가장 널리 쓰인다(4).

문제는 혈압약 성분마다 복용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고, 그게 제각각이란 것이다. 이뇨제 성분을 먹을 땐 소염진통제 장기 복용을 삼가야 한다. 교감신경 차단제를 처방받았을 땐 공복에 먹거나(베타 차단제), 자기 전에 먹어야 한다(알파 차단제). 안지오텐신 전환효소 억제제 사용 땐 칼륨 많은 음식을 먹으면 좋지 않다. 칼슘채널 차단제를 복용할 땐 과일 가운데 자몽은 피해야 한다.

혈압약을 먹고 있는 지인 몇 명에게 물었다. 혹시 먹고 있는 혈압약이 어떤 성분인지 알고 있나요? 단 한 명도 알지 못했다. 모두 “그냥 고혈압약이지!”라고 답했다. 병원을 옮기면서 약 성분이 달라진 경우도 있었는데, 그것들 모두 ‘그냥 고혈압약’이었다. 약 성분마다 부작용과 주의해야 할 점이 모두 다른데도 말이다. 그러니 이제라도 병원에 가면 주치의에게 물어야 한다. 제가 먹고 있는 혈압약은 어떤 성분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