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과

동남아 여행 후 손등 얼룩덜룩… ‘식물성광피부염’ 아세요?

신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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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국수를 먹을 때 라임이나 레몬을 짜다가 즙이 손에 튄 뒤에 강한 햇볕에 노출되면 ‘식물성광피부염’이 발생할 수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최근 해외여행을 다녀오는 사람이 늘고 있다. 그런데 온라인상에서 동남아로 여행을 다녀온 뒤 갑자기 손등에 이유 모를 갈색 반점이 생겨 놀랐다는 사례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이들이 피부과에서 진단받은 건 대부분 레몬·라임에 의한 ‘식물성광피부염’이다. 이름부터 생소한 식물성광피부염에 대해 알아본다.

식물성광피부염이란 피부가 ‘푸로쿠마린(Furocoumarin)’이라는 성분이 포함된 식물에 접촉한 뒤 자외선에 노출됐을 때 생기는 광독성 피부질환의 일종이다. 태양에 노출된 피부에서 광화학 반응이 일어나, 수 시간 이내에 ▲홍반 ▲부종 ▲가려움증 ▲튀어 오른 구진 ▲물집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이후 주근깨와 비슷한 갈색이나 청회색의 색소침착이 몇 개월간 남게 된다.

원인이 되는 푸로쿠마린 성분은 ▲레몬 ▲라임 ▲귤 ▲오렌지 ▲자몽 ▲당근 ▲셀러리 ▲무화과 ▲파슬리 ▲콩과 식물 등에 존재한다. 따라서 식물성광피부염은 베트남에서 쌀국수를 먹을 때 라임이나 레몬을 짜다가 즙이 손에 튄 뒤, 손등이 강한 햇볕에 노출됐을 때 발생하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 마사지할 때 사용한 오일에서 노출되기도 한다. 의정부을지대병원 피부과 한별 교수에 따르면 실제로 여름과 겨울 휴가철에 식물성광피부염으로 내원하는 환자들이 많다. 이외에도 푸로쿠마린의 한 종류인 ‘5-메톡시소랄렌’ 성분이 들어간 향수를 뿌렸을 때 그 부위에 색소 침착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식물성광피부염은 원인이 되는 식물 성분에 다시 노출되지만 않는다면, 치료하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없어진다. 보통 급성 병변이 좋아지는 데는 일주일 정도 걸리고, 이후에는 갈색의 색소침착이 남는다. 이 색소침착은 평균 2~3개월, 길게는 6개월 이상 지속되기도 한다. 만약 병변이 심하게 가렵거나 물집이 생겨 불편함이 크다면 바로 피부과를 방문해 치료받는 게 좋다. 한별 교수는 “빠르고 적절하게 병변을 잘 치료하면 색소침착을 예방하고, 불편한 증상도 빨리 좋아지게 할 수 있으므로 조기 치료를 권장한다”고 말했다.

피부과에서는 약물 치료, 레이저 치료 등으로 치료한다. 한별 교수는 “급성 병변일 경우 스테로이드 연고를 사용해 염증을 가라앉히고, 가려움증이 있는 경우 경구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하면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물집이 생겼다면 습포가 도움이 되는데, 물집이 너무 큰 경우라면 배액하고 드레싱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색소침착이 남아있다면 보습을 충분히 하고, 자외선 차단에 신경 써야 한다. 또 원인이 되는 물질을 찾아내 더 이상의 노출이 없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후 주기적으로 색소 레이저 치료를 받으면 색소침착을 빠르게 호전시킬 수 있다.

식물성광피부염을 예방하려면 우선 요리를 하거나 동남아 등으로 해외여행을 갔을 때 식물성광피부염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미리 인지하는 게 좋다. 한별 교수는 “특히 신맛이 나는 과일, 향수, 마사지할 때 사용하는 아로마 오일 등이 피부에 묻으면 자외선에 노출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라임, 레몬 등을 손으로 짜다 손등에 튀었다면 바로 닦아내야 한다. 오일 마사지를 받은 후에는 자외선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고, 숙소에 오면 닦아내는 것이 좋다. 평소에 사용하지 않던 향수를 쓰는 것도 가급적 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