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성 유산, 충분히 치료할 수 있다"[헬스조선 명의]

신은진 기자

'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습관성 유산 명의' 차의과대학 산부인과 이학천 교수

▲ 차의과대학 산부인과 이학천 교수​/신지호 기자


자식 잃은 부모의 마음은 너무 슬퍼서 이를 부르는 명칭조차 없단 얘기가 있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라도, 자식을 잃은 부모의 마음은 다르지 않다. 그런데 종종 임신 중 반복해서 아이를 잃는 경우가 있다. 의학적으로는 이를 습관성 유산 또는 반복적 유산이라 부른다. 누구보다 아이를 원하지만 반복된 슬픔을 겪는 이들에게 희망이 있을까? 습관성 유산 치료 명의 차여성의학연구소 서울역센터 산부인과 이학천 교수를 만나 습관성 유산의 치료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습관성 유산이란 어떤 질환인가?

태아가 완전한 생명력을 얻기 전 사망하는 걸 유산이라고 하는데, 습관성 유산은 20주 이전에 2회 이상 유산하는 경우를 말한다. 반복적 유산이라고도 한다. 화학적 유산(소변 또는 혈액 임신 검사상 양성 또는 높은 수치를 확인했지만, 초음파 검사에서 아기집은 확인하지 못한 상태)이나 자궁 외 임신으로 인한 유산은 제외한 횟수다. 엄밀히 따지자면, 초음파나 조직검사로 임신이 확인됐을 때만 임신이라고 표현을 하고, 임신이 실제 확인된 상태에서 유산이 되는 횟수가 2회 이상일 때 습관성 유산이라 진단한다.

-20주가 습관성 유산 진단 기준인 이유가 있나?

태아가 생명력을 가지는 시기가 그동안 24주로 알려졌는데, 의학기술의 발달로 20주에도 충분히 태아가 생명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게 확인되면서 기준이 20주가 되었다. 물론 각 나라의 의료 상황에 따라 습관성 유산의 기준이 되는 주 수 정의는 달라질 수 있다.

-습관성 유산으로 진단되면 어떤 검사를 하나?

일단 원인을 찾는 검사를 한다. 그러나 습관성 유산의 약 50%는 원인이 불분명하다. 원인이 밝혀진 경우는 ▲갑상선, 당뇨, 다낭성 난소증후군과 같은 내분비계 이상 ▲항인지질 증후군 등 면역체계 이상 ▲ 자궁구조의 이상이 있는 경우 정도이다. 위의 세 가지 원인의 비중이 비슷하고, 드물게 그 외 염색체 이상 등이 원인으로 확인된다. 한국인 여성의 경우 내분비계 이상이 약간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 같다.

-습관성 유산에 기저질환의 영향이 큰가?

그렇다. 내과적인 기저질환이 유산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진단을 받으면, 산모 회복을 위한 별도의 시간이 필요한가?

원인이 밝혀진 경우라면 치료가 빠를수록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유산이 발생하면 산모는 큰 충격을 받게 되는데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재임신을 위한 빠른 치료가 필요하다.

과거엔 유산하면 3개월 이후에 임신을 권유했으나 최근엔 다르다. 경우에 따라선 3개월 이내라도 임신을 다시 시도할 수 있다. 임신 시도 시기는 환자의 건강상태에 따라 다르다.

-원인이 분명한 경우엔 어떤 치료를 하나?

원인이 분명한 경우엔 치료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갑상선이나 고혈압, 당뇨 등 내과적 질환이 있는 경우라면 임신 재시도 전부터 치료하면 좋은 결과가 있다. 항인지질 증후군과 같은 면역체계 이상이 있는 경우엔 아스피린이나 헤파린을 이용할 수 있다. 특히 헤파린의 경우, 임신이 확인되는 순간부터 최대한 빨리 투약하면 더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고 알려져 적극적인 치료를 권한다. 자궁구조에 이상이 있는 경우엔 임신 전 수술적 치료로 습관성 유산의 원인을 해결할 수 있다.

▲ 습관성 유산의 원인은 다양하다. 자궁구조에 이상이 있는 경우, 임신 전 수술만으로도 원인을 해결할 수 있다. /신지호 기자 ​



-내분비계 질환은 대부분 만성질환인데, 치료기간을 언제까지 생각해야 하나?

경우에 따라 다르겠으나 내과 치료는 보통 1~3개월만 해도 좋은 결과가 나온다. 치료와 임신을 동시에 시도해도 무리가 없다.

-임신 중 약물치료를 병행하며 재임신을 준비해도 되는 건가?

임신 중에도 안전하게 먹을 수 있는 약이 많이 있다. 전문의와 상의해서 얼마든지 임신 준비 전후로 약물 사용이 가능하다.

-유전적 이상이 원인인 경우는 어떻게 치료하나?

유전학적 결함이 원인인 경우는 현재로선 치료가 불가능하다. 시험관 아기를 통해 이상 유무를 미리 발견하고, 정상적인 배아를 이식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만 있다. 흔히 말하는 '착상 전 유전 검사(Preimplantation Genetic Testing, PGT-A)'가 이를 말한다.

-원인이 불분명한 경우는 어떤가?

습관성 유산 치료에서 제일 문제는 원인이 불분명한 경우다. 원인이 불분명할 때도 약물치료를 하게 되는데, 약제는 임상적 경험에 따라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선택한다. 이때 경험이란 통계적으로 증명되지 않았을 뿐이지 기존 의사들이 많이 사용하는 약제들이다. 단순히 개인의 경험에 의한 건 아니다.

유산횟수가 많을수록 면역글로불린 치료가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와 관련된 약제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면역학적 이상이 없더라도 아스피린이나 헤파린을 사용했을 때 좋은 결과를 내는 경우가 많아, 적극적으로 약물치료를 한다. 과거엔 스테로이드를 많이 사용했으나, 부작용과 치료 효과를 생각했을 때 적극적으로 추천하진 않는다.

-아스피린, 헤파린 등 항응고제는 지혈을 막아 임산부 건강을 위협하지 않나?

습관적 유산의 경우, 20주 이전에 혈전에 의한 유산이나 태 내 사망률이 늘어나기 때문에 20~24주까지는 약물치료가 필요하다. 경우에 따라 약물은 분만 전까지도 사용할 수 있다. 습관적 유산의 약 19%가 혈전에 의한 또는 면역학적 문제로 인한 것이라 아스피린이나 헤파린의 사용이 필요하다.

-원인이 분명한 경우와 불분명한 경우의 치료율 차이가 있나?

습관성 유산의 치료 성공률은 환자의 상태나 나이, 질환 정도 등에 따라 차이가 있다. 치료를 하더라도 임신 성공률은 개인차가 매우 크다. 원인에 따른 치료 성공률을 비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분명한 건 원인이 있는 경우, 원인 질환을 치료했을 때 더 좋은 결과를 낸다는 게 확실하다.

원인은 불분명한 경우도 치료하면 된다. 5~6회 유산 경험이 있는 환자도 경험적 치료를 통해 정상적인 분만까지 성공한 경우가 많다.

습관성 유산의 진료지침은 오랜 시간 큰 변화가 없어 답답할 정도다. 치료 효과가 있다고 증명된 건 아주 제한적이다. 10~20년 전과 치료에 큰 변화가 없다. 그러나 많은 약제를 시도하는 등 치료를 할 때 더 좋은 결과를 얻었다는 연구결과들이 다수 존재한다.

-습관성 유산의 최종 치료목표는 출산이다. 시험관 시술이 이를 위한 가장 좋은 치료법인가?

그렇지 않다. 시험관 시술도 자연임신도 임신의 방법의 하나일 뿐 치료방법은 아니다. 경우에 따라 염색체 이상을 미리 선별하기 위해 시험관 아기 시술이 사용될 수는 있겠으나 시험관 시술 자체가 습관성 유산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다.


▲ 원인을 알 수 없는 습관성 유산도 치료를 하면 정상적인 임신, 출산이 가능하다. /신지호 기자 ​



-습관성 유산은 고령자에게 더 흔하다. 고령 산모에게 선제 '착상 전 유전 검사(PGT-A)를 권하시나?

시험관 아기 시술을 할 때 PGT-A를 많이 시행하게 되는데, PGT-A의 가장 큰 장점은 임신했을 때 출산까지 이르는 시간을 최대한 단축하는 것이다. 유산율 혹은 생존율 비교해보면 20대 초반에선 정상적으로 분만할 확률이 80% 이상이다. 그런데 42~44세가 되면 정상적인 아이를 분만할 가능성은 20%대로 떨어진다.

나이는 유산에 굉장한 영향을 주는 요인이다. 나이가 들수록 유산율은 증가하고 반복적 유산율도 증가한다. 반복적 유산을 경험하는 환자는 염색체 이상이 유산의 원인일 확률이 굉장히 높다. PGT-A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그러나 PGT-A로 가장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건 40세 이상의 환자이다. 40세 이상에서의 시험관 아기 결과를 보면, PGT-A를 시도했을 때 임신율은 58% 이상이나, 안 하면 26% 수준이다. 유산율에선 특히 큰 차이가 나타난다. PGT-A를 시행하지 않으면 유산율이 45%, 시행하면 15% 수준으로 떨어진다.

다만, 40세 이하라 할지라도 습관적 유산을 경험한 환자는 염색체 이상이 습관성 유산의 원인일 확률이 높아, 이때는 PGT-A 등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염색체 이상이 없는 40세 이하 습관성 유산 환자엔 PGT-A를 추천하지 않는 건가?

모든 경우에 PGT-A를 적용할 수는 없다. PGT-A가 모든 사람에게 좋은 결과를 나타내는 것도 아니다. PGT-A는 필요한 경우에만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물론, 의학적 통계는 통계일 뿐이고 질환의 해결은 개인의 문제다. 환자의 상황 등에 따라 더 타당한 치료법을 찾아야 하기에 PGT-A의 적용은 달라질 수 있다.

-습관적 유산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예방법이라기보단 최근 반복적 유산의 중요 요인으로 남편의 역할이 추가됐다. 갈수록 습관성 유산에서 남편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유럽난임학회 등에선 특히 남편의 생활습관이 습관성 유산에 큰 영향을 준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여러 연구를 통해 남편의 생활습관, 음주 흡연, 운동 여부가 습관성 유산에 매우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밝혀졌다.

반복적 유산은 단순히 여성의 문제가 아니라 한 부부의 문제로 생각해야 한다. 여성의 절대적인 안정만이 습관성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다. 여성의 경우, 엽산과 비타민 D를 임신 전부터 충분히 섭취하고, 체중조절을 하는 게 습관성 유산에 도움을 줄 수 있으나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는 부부의 올바른 식습관, 적절한 운동, 숙면, 금연, 절주 등 생활습관이다.

-임신 전 습관성 유산 유발 요인 검사를 받길 권하나?

여성의 경우 임신 전 기본적인 내과 질환을 반드시 검사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갑상선 질환의 경우, 여성에게 매우 흔한 편이다.

유전학적 검사는 모든 사람에게 사전 검사를 권하지 않는다. 가족력이 있거나 염색체 이상 태아를 임신한 경우가 있는 경우에만 관련 검사를 권한다.

-습관성 유산을 겪은, 치료 중인 환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일단 치료를 시작했다면 치료계획을 잘 따라가길 바란다. 경험적으로 볼 땐 치료 성공률을 높이는 데에는 환자의 의지가 굉장히 중요하다. 특히 반복적 유산은 산모만의 문제가 아니라 남편, 가족 전체의 문제이므로 정신적으로 서로 지지해주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습관적 유산은 육체적·정신적 충격을 준다. 이는 다음 임신에 대한 두려움으로 이어져, 임신을 포기하는 경우도 종종 본다. 반복적 유산을 모두 해결할 수는 없으나 의학이 발전해 좋은 결과들이 나타나고 있으니 좌절하지 말고 병원에서 치료를 잘 받길 바란다. 치료를 받으면 좋은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 이학천 교수


이학천 교수는

이학천 교수는 연세대학교 의대를 졸업하고 1999년부터 강남차병원 여성의학연구소와 일산차병원 난임센터에서 20여 년 가까이 난임 연구와 진료에 매진해 온 전문의다. 난임 치료 1세대인 윤태기, 한세열, 이우식, 곽인평, 박찬 교수 등과 함께 국내 난임 의학의 발전을 견인해 왔다.

고령임신, 난소기능저하, 반복적 착상실패, 습관성유산 등을 전문으로 진료하며 난치성 난임 환자들에게 식습관부터 생활습관까지 개인별 맞춤 진료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난임에 영향을 주는 자궁내막증, 다낭성난소증후군 등의 질환 등의 치료를 통한 가임력 보존에도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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