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이 물'에 목욕하면 우울증 사라진다?
이슬비 기자
입력 2023/04/15 23:00
둘 다 맞는 말이다. 단지, 적합한 사람이 따로 있을 뿐이다.
무기력하고, 힘이 없는 사람은 찬물 목욕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엘스비어 저널에는 찬물에 노출되면 자율신경계가 활성화돼 우울증을 완화한다는 연구 결과가 실린 적이 있다. 자율신경계 중 각성과 관련된 역할을 하는 교감신경이 활성화된다. 연구팀은 "피부에는 차가움을 감지하는 수용체 밀도가 높아 찬물 샤워를 하면 말초신경에서 뇌로 압도적인 양의 전기 자극을 전달해 우울증을 완화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했다. 최근 영국 본머스대 연구팀에서도 20도 정도 찬물에 5분간 몸을 담근 뒤 MRI를 찍어 뇌 변화를 살펴본 결과, 집중력, 의사 결정력, 감정조절력과 관련된 뇌 부분 연결성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과도하게 긴장하고 있고, 불안한 사람은 체온보다 조금 높은 38~40도 정도의 미지근한 물에서 목욕하는 게 심신 안정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미지근한 물 목욕은 교감신경과 반대되는 역할을 하는 부교감 신경을 활성화한다. 가천대 길병원 조서은 교수는 "미지근한 물로 목욕하면 부교감 신경 활성화로 근육은 이완되고 몸은 휴식을 취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고 했다. 이때 일명 행복 호르몬이라고 알려져 있는 세로토닌도 잘 분비된다. 실제로 세계적인 의학저널인 란셋에도 우울증 환자의 심부 체온 온도를 1.5~2도 올렸더니 항우울제를 먹은 것과 동일한 효과가 났다는 연구가 실린 적이 있다. 반신욕은 심부체온을 올리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결론적으로 자율신경계 균형을 적당히 맞춰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 부교감신경이 항진돼 우울하고, 무기력하고, 에너지가 없는 사람은 교감신경을 활성화할 수 있는 찬물 목욕이, 교감신경 활성화로 과도한 긴장과 불안증을 보이는 사람은 미지근한 물로 부교감 신경을 활성화하는 게 정신적인 안정감을 찾는 데 더 좋다.
다만, 찬물이든 미지근한 물이든 10~20분이면 적당하다. 너무 오래 목욕을 지속하면 오히려 자율신경계가 교란될 수 있다. 또 노인이나 심혈관계질환이 있는 사람은 찬물 목욕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혈관 유동성이 약해 위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