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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달 죽인 기생충, 세계 인구 3명 중 1명 이미 감염됐다고?

이슬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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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인구 3분의 1이 톡소플라즈마 곤디 기생충에 감염된 것으로 알려져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해달이 톡소플라즈마 곤디(Toxoplasma gondii)라는 기생충 변종으로 사망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람도 감염될 수 있는 기생충으로, 감염됐을 땐 톡소포자충증이라는 질환을 앓는다. 건강한 사람이라면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감염된 채 모르고 사는 사람이 많으며, 전 세계 인구 3분의 1이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캘리포니아 해달, 집고양이로부터 온 톡소포자충증으로 사망
미국 캘리포니아에 서식하는 해달이 톡소포자충증을 앓고 있다는 것은 2019년 발견됐다. 당시에는 해달이 기생충에 감염돼 뇌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서, 수영을 못 해 허우적대다가 물에 빠져 죽는 경우가 많았다. 이 기생충은 입을 통해 체내로 들어가 뇌로 이동한 후 붓기, 발작, 방향감각 상실 등의 증상을 유발한다. 직접적인 사망 원인이 되지는 않는다. 실제로 당시 연구팀이 조사한 135마리 해달에서도 뇌손상이 발견됐지만, 기생충이 죽음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었다.

그러나 지난 22일 직접적으로 사망을 유발하는 톡소플라즈마 곤디 기생충 변종이 캘리포니아 해달에서 발견됐다는 연구 결과가 프론티어 사이언스 뉴스(Frontier science)에 게재됐다. COUG라고 불리는 희귀 변종으로, 이 기생충에 감염된 해달은 뇌를 제외한 몸 전체에서 기생충이 관찰됐고 중증 지방염이 확인됐다. 해당 연구를 진행한 캘리포니아 데이비스 대학 데빈 스노트(Devinn Sinnott) 박사는 "인구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잠재적인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아직 변종 기생충이 사람에게 감염된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한편, 해달이 감염된 톡소플라즈마 곤디 기생충은 집고양이에서 온 것으로 확인됐다. 2019년 연구 당시 죽은 해달에서 발견된 기생충과 해달이 살았던 만 주변 언덕에서 살던 집 고양이로부터 수집된 기생충이 유전적으로 일치한 것이 확인됐다. 실제로 톡소플라즈마 곤디 기생충의 종숙주는 고양이로, 감염된 고양이의 배설물에는 수백만 개 기생충이 함께 배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기생충은 토양, 물 등을 통해 이동할 수 있다.

◇사람도 감염 가능, 고양이 키운다면 위생 철저히 챙겨야
이미 많은 사람이 이 기생충에 감염돼있다. 경희대의대 의동물학교실 전복실 교수는 "이미 한국 국민은 15%, 미국은 50%, 프랑스는 80% 정도 감염돼 있는 것으로 본다"며 "입으로 기생충이 들어오면 위를 통해 장으로 들어간 뒤, 장 점막을 뚫고 혈액을 통해 온 몸을 돌아다니다가 결국 뇌에 정착하는데, 다행히 사람한테는 증상이 심각하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 톡소플라즈마 곤디 기생충 종들은 건강한 사람에겐 아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으며, 암, 에이즈 등 심각한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만 뇌와 관련된 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야 장애, 시력 저하, 림프절 비대증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산모가 감염됐다면 태아에게 수직 감염될 수 있다. 선천성 톡소포자충증에 감염된 태아는 유산, 사산되거나, 간, 뇌, 눈 등에 장애를 갖고 태어날 수 있다. 감염됐는지는 혈액 검사로 확인 가능하다. 전복실 교수는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며 "고양이 변에서 나온 유충은 1년 이상 생존 능력이 있으므로 매일 변기를 교체하고 손을 잘 씻는 등 위생을 챙겨야 하며, 양고기, 돼지고기 등은 반드시 확실히 익혀 먹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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