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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익균·유해균 균형 무너진 腸, '고함량 유산균'으로 관리하세요
이해림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3/03/29 08:55
장 건강과 유산균
장 세균총 균형 깨지면 장 기능 저하돼 면역력 '뚝'
흡연이나 약물 오남용 등이 장내 유해균 증식시켜
유산균 100억Cfu 이상 섭취해야 장 건강 개선
도달 비율 높고 유지 기간 긴 '고함량 유산균' 권장
면역력 저하, 장염, 설사, 변비… 장 건강 '적신호'
복통, 설사, 변비 등을 단순히 배탈 탓으로 치부해선 안 된다. 장 건강이 악화됐단 신호일 수 있어서다. 장엔 우리 몸 면역세포의 70%가 존재한다. 장이 좋지 않다는 건 우리 몸의 면역력과 대사 능력이 떨어져 있단 뜻이기도 하다. 게다가 장 건강이 나빠져 있는 사람은 의외로 많다. 2021년 국내 장염 환자 수는 약 418만명이었다. 한국인 12명 중 1명은 장염이 있단 의미다.
특히, 국외여행이 재개되는 요즘은 '여행자 설사'를 주의해야 한다. 해외에서 평소에 마시던 물이 아닌 다른 물을 마시고 복통, 구토, 설사 등의 증상을 겪는 걸 '여행자 설사'라고 하는데, 세균 감염 탓에 생기는 경우가 약 80%는 된다. 여행지에서 맞닥뜨린 낯선 균에 면역이 없을 때 발생하기 쉬우므로, 장이 약해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은 특히 주의해야 한다.
건강한 장은 유익균이 많고 유해균이 적은 '균형 상태'를 이룬 장이다. 우리 장에는 100종류 이상, 약 100조 마리 이상의 균이 살고 있다. 신생아 땐 장내 유익균이 90%가량을 차지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며 유익균이 줄고 유해균이 늘어난다. 정상 세균총의 균형이 깨지면 장이 제 기능을 못해 면역력이 떨어진다. 다양한 질병이 발생할 위험도 커진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장내 유익균이 줄고 유해균이 늘 경우 대장암 발병률이 높아진다.
장내 유해균의 수를 늘리는 건 사소한 생활습관이다. 담배를 피우거나, 항생제 등 약물을 의사의 처방을 제대로 따르지 않고 오남용하는 게 대표적이다.
2022년 영국 에버딘대 임상종양학 연구팀의 연구에 따르면 항생제 사용은 50세 이하 연령층에서 대장암 위험을 50%, 50세 이상 연령층에서 9%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내 세균총의 균형이 무너지면 우울증과 치매 발병 위험도 더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국립장수의료연구센터 연구에 의하면 치매 환자의 장에는 독성 물질을 분해하는 '박테로이데스(bacteroides)'라는 유익균의 수가 무척 적다.
유익균 효과적으로 늘리려면? '100억Cfu 이상' 섭취
장 건강을 관리하려는 사람들은 보통 유산균을 섭취한다. 유산균이 장에서 유익균으로 작용해 장내 세균총 균형을 회복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산균을 얼마나 섭취해야 효과가 극대화될지는 잘 알려져있지 않다. 전문가들은 100억Cfu 이상의 고함량 유산균을 먹는 게 장내 유익균을 증가시키고 장내 세균총의 균형을 회복하는 데 도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사실은 유산균 제품 시장의 지형 변화에도 반영됐다. 유산균 시장 규모는 해마다 증가하는데, 일반 범용 유산균 시장의 규모는 계속 감소하고 있다. 100억Cfu 이상의 고함량 유산균과 기능성 유산균이 시장 성장을 견인하는 상황이다. 소비자가 유산균을 선택하는 기준이 '고함량'과 '기능성'으로 옮겨왔단 뜻이다.
'고함량' '꾸준히' 먹어야 장 내 유익균 비율 유지돼
유산균 제품으로 섭취한 유산균이 고스란히 장에 전달되는 건 아니다. 가공되지 않은 자연 상태의 유산균의 장 생존률은 약 1~2%다. 10억Cfu의 유산균을 섭취하면 그중 1000만~2000만Cfu 만이 장에 살아서 도달한다. 대장 내 세균 수를 100조 정도로 본다면, 살아서 장에 도착하는 유산균이 차지하는 비율은 불과 0.00001%에 불과하다. 이들이 장에서 계속 증식하지도 않는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사멸하기 때문이다.
장내 유익균 수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선, 유산균을 꾸준히 먹어 장에 유익균을 계속 보태줘야 한다.
고함량 유산균을 먹을 경우 유산균이 장까지 생존해 도달하는 비율과 유지 기간이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그래프 참조>. 유산균 '락토바실러스 플란타룸' 70억Cfu(회색 마름모)와 700억Cfu(보라색 동그라미)를 섭취한 후 장내에서 생존하는 균의 수(세로선)와 기간(가로선)을 비교하니, 70억보다 700억을 섭취했을 때 유산균이 더 많이, 더 오래 장에서 생존했다는 실험 결과가 있다. 70억과 700억 모두 섭취한지 14일째부터 장내 생존량이 급감하기 시작했다. 나이가 들수록 유해균이 늘어나므로, 중장년이라면 특히 100억Cfu 이상의 고함량 유산균을 택하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