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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 사별 후… 남성이 여성보다 더 ‘위험’한 까닭

오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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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배우자가 사망했을 때 아내보다 남편의 수명이 더 큰 폭으로 단축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덴마크 코펜하겐대 연구팀은 사별 경험과 본인의 사망 위험 간 상관관계를 알아보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덴마크 인구기반 코호트 연구에서 65세 이상 노인 92만4958명의 데이터를 6년 간 추적 관찰한 것이다.

추적 관찰 결과, 7만7722명(8.4%)이 사별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여기서 성별 격차가 나타났다. 남성은 평균 6%가 배우자를 잃은 반면 여성은 그 비율이 10%로 나타났다. 배우자가 사망했을 때 생존자의 평균 연령은 77~79세였다.

사별을 겪은 후 본인의 사망률에서도 성별 차이가 나타났다. 특히 65세에서 69세 사이의 남성은 배우자를 잃었을 때 그렇지 않은 남성에 비해 그 다음 해에 사망할 확률이 70%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은 27%에 불과했다. 연구팀은 그 원인으로 남성은 사별하면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지켜줄 배우자가 사라지지만 그 반대로 여성은 배우자를 돌봐야 하는 책무 등에서 벗어나 사망률의 증가폭이 낮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연구팀은 사별 후 생존자의 건강 상태를 추정해보기 위해 의료비 지출액도 조사했다. 그랬더니 사별을 경험한 다음해 의료비 지출액은 남성이 여성보다 훨씬 큰 폭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비 지출액의 성별 차이는 85세를 넘어서야 사라졌다.

연구의 저자 알렉산드로스 카치페리스 박사는 “성별 간 차이가 나는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지만 남성이 배우자의 돌봄에 더 크게 의존하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사별한 사람을 돌보기 위한 재택 간호 지원, 사회적 상호 작용, 생존자가 사별 후 고립되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 밴더빌트대 의대 완화치료센터장 모하나 카를레카르 교수는 “사별은 남녀 모두에게 불안이나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으며 두통, 체중 감소, 불면증, 관절 통증과 같은 평범한 신체적 증상을 초래할 수도 있다”며 “완화치료의 기반은 사람을 소중히 대하는 것으로 사별을 경험한 사람에게는 형제, 친구, 교회 등 지역사회 공동체가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에 최근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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