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HPV 백신 무료접종’ 대선 공약 ‘차질’

신은진 기자

▲ HPV 백신 무료접종 대상을 남성으로 확대할 경우, 비용 효과성이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12세 이상 남성의 HPV(사람유두종바이러스) 백신 무료접종 시행에 차질이 생겼다. HPV 백신 접종대상을 남아로 확대하는 일은 '비용 효과 측면에서 적절하지 않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것이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은 질병관리청의 의뢰로 수행한 ‘HPV 백신의 국가 예방접종 확대를 위한 비용-효과 분석’ 정책 연구보고서를 통해 ▲HPV 4가 백신 국가 필수예방접종(NIP) 대상을 12세 남아로 확대하는 일 ▲12세 여아 대상 HPV 백신을 기존 4가에서 9가로 변경하는 일 ▲12세 남녀 모두에게 HPV 9가 백신을 접종하는 일이 모두 비용 효과적이지 않다고 21일 밝혔다. 현재 HPV 백신 NIP 대상은 만 12~17세 여성 청소년과 만 18~26세 저소득층 여성으로 한정돼 있다. NIP에 사용하는 HPV 백신은 2가 백신인 '서바릭스'와 4가 백신 '가다실'이다. 예방접종범위가 더 넓은 9가 '가다실'은 NIP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접종을 원할 경우 전액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연구팀은 남아의 HPV 접종 효과를 분석하기 위해 HPV6, 11번에서 HPV 감염을 예방하는 효과를 살폈으나,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2020년 기준 전체 HPV 관련 질환 유병자의 83% 이상이 여성이며, 여성에서 유병률이 가장 높은 HPV 관련 질환은 자궁경부 이형성증(CIN)과 자궁경부암으로, 10년간 각각 30%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남성에서 유병률이 가장 높은 HPV 관련 질환은 성기사마귀로 10년 간(2011년부터 2020년까지) 2배 이상 증가했다.

의료비용에서도 남아 접종 비용 대비 효과는 여아보다 적었다. 남성 유병자에서 가장 높은 의료비용을 차지하는 질환은 성기사마귀, 구인두암 순이었는데 2020년 기준 의료비용은 각각 86억 원, 54억 원이었다. 여성의 경우는 자궁경부암, CIN, 자궁경부의 상피내암종 순으로 의료비용이 많았는데 각각 1096억 원, 345억 원, 240억 원이 소요됐다.

연구팀은 "현행 국가예방접종 프로그램인 여아 12세 대상 2가 및 4가 백신 접종 대비 여아 12세 9가 백신 접종(시나리오 A), 남녀 12세 9가 백신 접종(시나리오 B), 현행 프로그램에 남아 12세 4가 백신 접종 추가(시나리오 C)에 대한 비용-효과성을 확인했다"며, "모든 시나리오에서 1인당 GDP인 4000만 원(2021년)을 비용 효과성 기준으로 본다면 비용-효과적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시나리오 A(여아 12세 9가 백신 접종)의 경우에는 9가 백신 가격을 낮추는 경우 비용효과적인 수준이 되지만, 시나리오 B(남녀 12세 9가 백신 접종)와 C(현행 프로그램에 남아 12세 4가 백신 접종 추가)의 경우에는 다양한 민감도 분석에서도 비용효과적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연구팀은 백신 접종에 따라 구인두암과 항문암의 발생 감소를 추정하고, 이에 따른 비용 감소와 QALY 증가를 확인했으나, 기본분석에서의 비용 효과성 결과를 바꿀 정도로 그 영향이 크지 않았다고도 전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HPV 관련 질환의 증가세를 다시 살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이비인후과학회의 보험이사인 이세영 중앙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백신 접종의 실질적인 효과는 30년 후에 나타난다"며, "현재의 HPV 관련 남성 환자 수가 아니라 30년 후의 추계를 이용한 경제성평가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영국도 2010년대 초반에 경제성 평가를 통해 남성 접종이 불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가 2019년부터 HPV 남성 접종을 시작하는 등 해외 여러 국가에서 남성 대상 HPV 접종을 시행하고 있다"며, "보다 면밀한 검토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지니메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