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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 '잦은 방귀'로 고통 호소… 하루 20번 정상일까?

이해나 기자 | 이채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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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옆집 방귀 소리 때문에 미쳐버리겠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화제가 됐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웃의 방귀 소리 때문에 고통을 호소하는 한 세입자의 사연이 화제다.

지난 18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옆집 방귀 소리 때문에 미쳐버리겠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두 달 전 상경한 29세 여성이라 소개한 A씨는 "돈 아끼려고 40만 원에 원룸을 구했는데 옆집과 화장실이 맞닿아 있는 구조는 상상도 하지 못한 제 불찰"이라며 "물론 (이웃) 그분 잘못은 아니지만, 처음 몇 주 동안은 나팔을 부는 줄 알았다. 너무 스트레스 받아서 세 봤는데 (방귀를) 20번은 뀌시더라"고 말했다. 또 "편하게 쉬다가도 방귀 소리가 들리면 스트레스 게이지가 올라간다"며 "쉬는 게 쉬는 게 아니어서 항상 긴장 상태"라고 하소연했다. 빈도가 잦고, 소리가 큰 방귀…. 의학적으로 봤을 때 정상인 걸까?


◇채식 위주의 식사, 방귀 잦게 만들어  
사람은 방귀를 하루 10~20번 정도 뀌는 게 정상이며, 그 이상을 뀐다고 해서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중앙대병원 소화기내과 김범진 교수는 "방귀를 많이 뀌는 것 자체가 병이라고 얘기하기 어렵다"며 "방귀를 하루 10~20번 정도 뀌는 것은 정상으로 본다"고 말했다. 실제 잦은 방귀가 건강의 적신호가 아님을 증명하는 연구 결과가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대 연구에 따르면 채소가 풍부한 식단을 섭취하는 사람일수록 방귀 횟수가 잦았다. 연구팀은 13~38세 18명 남성을 대상으로 한 달간 과일과 채소가 많이 들어간 지중해식 식단과 이와 다른 일반 서양식 식단을 먹게 했다. 참가자들은 처음 2주간은 지중해식 식단을 섭취하고 다음 2주 동안은 서양식 식단을 섭취하며 휴대용 계수 장치를 통해 방귀 횟수를 매일 기록했다. 그 결과, 지중해식 식단을 섭취한 남성들은 그렇지 않은 남성들에 하루 평균 7회 더 방귀를 뀌었다. 연구팀은 지중해식 식단 속 채소가 장내 미생물을 더 많이 만들고, 식물 섬유가 발효되는 과정에서 장내 유익균 성장이 촉진된 것으로 분석했다. 잦은 방귀가 극도로 신경 쓰인다면 식습관을 바꿔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육류와 달리 채식은 장에 머무는 시간이 길다. 과도한 채식이 방귀를 많이 유발할 수 있다.

◇장내세균 유독 많은 사람, 방귀 소리 커 
큰 방귀 소리도 심각한 건강상 문제로 볼 수는 없다. 방귀 소리는 항문 주변 피부·괄약근이 떨리는 소리인데, 김범진 교수는 "질소를 생성하는 장내 세균이 많거나 가스 양 자체가 많을 경우 방귀 소리가 크다"고 말했다. 물론 치질과 같은 항문질환이 있으면 가스 배출 통로가 좁아져 방귀 소리가 커질 순 있다. 하지만 큰 방귀 소리 자체로 항문질환을 의심하기보다는 방귀를 뀔 때마다 항문이 가렵거나 항문에 피가 나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항문 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오히려 방귀 소리가 크다는 이유로 방귀를 참았다간 변비를 일으킬 수 있다. 장에 질소 가스가 쌓일 경우 대장이 부풀어 오를 위험도 있다. 방귀 소리가 크다고 방귀를 참지 말고 사람이 없는 곳을 찾아 제때 배출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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