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일반
40년간 시술법 제각각… 간암 ‘경동맥화학색전술’ 표준 시술법 공개
이해림 기자
입력 2023/03/20 13:56
대한간암학회, 정기학술대회서 ‘경동맥화학색전술’ 표준 시술법 발표
이번 학술대회는 대한간암학회 연구위원회가 마련한 2023년 판 경동맥화학색전술 치료 권고안이 최초로 공개되는 자리였다. 경동맥화학색전술은 종양에 항암제를 주입해, 혈관을 선택적으로 막아 종양 괴사를 유도하는 시술이다. 임상 현장에 도입된지 40년이 넘었고 간암 환자에게 널리 시행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내과 심주현 교수(총무이사)는 “경동맥화학색전술로 간암을 완치할 순 없어도, 환자의 삶을 연장하고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다양한 병기의 환자에 폭넓게 시도할 수 있어 자주 쓰이고 있다”고 말했다.
경동맥화학색전술은 전 세계에서 시행되고 있지만, 시술 사례가 가장 많은 곳은 일본과 한국이다. 한국은 그중에서도 경동맥화학색전술 집도 능력이 가장 뛰어난 나라로 손꼽힌다. 그러나 이런 한국에서조차 표준화된 시술 방법이 없었다. 전문의마다 각자의 방식으로 경동맥화학색전술을 집도해온 것이다. 서울아산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윤상민 교수(홍보이사)는 “시술은 누가 어떻게 시술하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며 “시술 방법을 표준화하는 작업이 절실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간암학회는 이번 임기에 경동맥화학색전술 표준안 마련을 최우선과제로 삼았다. 여전히 근거를 쌓아나가는 단계라 최종 가이드라인(guideline)이라 할 수는 없지만, 현재로선 시술을 집도하는 전문의들이 참고할 수 있는 가장 신뢰도 높은 권고안(recommendation)이라는 게 대한간암학회 입장이다. 삼성서울병원 영상의학과 임현철 교수(회장)는 “현재 사용 가능한 근거 문헌과 학계 최소 80% 이상이 동의하는 전문가 의견을 모아 시술 방법을 표준화했다”며 “관련 분야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 10여 명으로 TF팀을 구성해 약 두 차례의 자문도 거쳤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내과 유수종 교수(학술이사)는 “이번 권고안은 세계 최초로 경동맥화학색전술을 표준화하려는 시도”라며 “경동맥화학색전술을 처음 시도하는 전문의에게 권고안이 좋은 길잡이가 돼줄 것이다”고 말했다. 해당 권고안은 영문판으로 번역돼 해외에도 공개할 예정이다.
간암에 관해 공부하고자 하는 간호사를 위한 ‘실전 간암 치료’ 교육도 눈에 띄었다. 간암 환자의 치료에 간호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만큼, 대한종양간호학회와의 협력을 통해 ▲간암 수술·시술 후의 간호관리 ▲통증·영양관리에 관한 강의가 마련된 것이다. 한림대 성심병원 내과 김성은 교수(교육이사)는 “대한종양간호학회에서 두 분의 전문가가 참여해주신 덕에, 임상 현장의 간호사들이 실제로 궁금해하는 것을 직접적으로 질의응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한간암학회는 ▲내과 ▲외과 ▲영상의학과 ▲방사선종양학과 ▲병리과 ▲기초연구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최적의 간암 치료법을 연구하는 다학제 학회다. 대한간암학회 간암 진료 가이드라인이 재작년 유럽간학회가 꼽은 전 세계 Top 5 안에 들었을 정도로 학술적 수준을 인정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