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칼럼

[의학 칼럼] 새 학기가 두려운 아이… 부모의 과잉보호가 원인일 수도

사공정규 동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학박사

이미지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이제 얼마 있지 않아 본격적으로 봄을 맞이하고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는 3월이다. 그러나 새 학기가 되면 유치원이나 학교 가는 것을 두려워하고 거부하는 아이들이 있다. 

처음 유치원이나 초등학교를 갈 때 어느 정도 불안해하거나 두려워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흔히 있는 현상이다. 대개 1주 정도 다니다 보면 적응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일부 아이들의 경우 학교 가는 것에 대해 과도한 불안 증세를 나타낸다. 심한 경우는 아이가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 가는 것을 너무 싫어하고 어머니와 떨어지지 않으려 울고 떼쓰고 이런 일이 계속되어 해결 방법을 찾기 난감한 경우가 있다. 또 아침만 되면 배가 아프다든지 머리가 아프다며 눕는 아이도 있다. 심지어는 어지럽다며 토하거나 실신해 쓰러지는 경우도 있다. 여러 병·의원에 가서 갖가지 검사를 해봐도 특별한 이상이 없다고 한다. 그런데 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 있으면 증상은 씻은 듯 사라진다.

부모들은 흔히 아이가 학교에 가지 않으려 하는 것이 “숙제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 혼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못살게 구는 친구가 있거나, 선생님이 무서워서 그렇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러나 원인은 애착대상(주로 어머니)과 떨어지는 것이 두려워 학교에 가지 않으려는 것이다.

이처럼 불안으로 등교를 회피하는 것을 과거에는 학교 공포증(school phobia) 또는 등교 거부증(school refusal)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 그러나 공식 정신의학적 진단명은 분리불안장애(separation anxiety disorder)이다. 최근에는 ‘장애’라는 우리말 표현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고 하여 ‘새 학기 증후군’이라는 완화된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 

분리불안장애는 12세 미만의 소아에서 가장 흔한 불안장애로, 일종의 정신의학적 병이다. 분리불안장애는 유아기나 초등학교 저학년에 흔하다. 아동에서의 유병률은 4% 정도로 추정된다. 환자의 경우 남녀 차이를 보이지 않으나 일반인구의 경우 여아가 좀 더 흔하다.

하여튼 극심한 불안감이나 신체증상은 학교를 무서워하거나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어머니와 떨어져서 집을 떠난다는 데 있다. 다시 말해 학교에 대한 공포나 거부가 아니라 어머니와의 분리에 대한 불안이다.


분리불안장애의 원인은 아동의 기질적 특성뿐만 아니라 보모의 양육태도도 영향을 끼친다. 치료를 하며 목도한 점은 성장과정에서 어머니가 과잉보호를 한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어머니의 마음이 ‘알 두고 온 새의 마음’처럼 불안한 경우 분리불안장애의 위험이 증가한다.

사실 자녀를 둔 부모라면 누구나 자녀를 어떻게 키울까 하는 불안과 고민을 가지고 있다. 특히 요즈음 평균 자녀수가 한두 명으로 줄어들면서 부모의 과도한 애정과 과보호의 경향이 더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과잉보호를 하게 되면 아이의 새로운 적응에 대한 시도를 단념시켜서 아이의 발전 능력이 저해된다. 아이를 정서적으로 나약하게 만들고 자신감이 형성되지 않게 된다. 자율성이나 주도성, 독립심이 형성되지 못하게 된다. 아이를 위한다는 것이 오히려 아이의 정신적 발전을 저해하는 것이다.

부모가 아이를 너무 끼고 돌면 아이는 스스로 난관을 극복할 기회를 얻을 수가 없다. 부모가 아이 혼자 설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지 않으면, 아이들이 갑자기 부모를 떠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때는 더 힘이 들 수밖에 없다. 심하면 어른이 되어도 그 정신연령은 ‘어린아이’에 머물러 어머니의 도움 없이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모든 일을 어머니에게 물어봐야 하는 ‘마마보이’가 된다.

아이를 잘 키우려면 앞질러 해주지 말아야 한다. 우리 부모들이 아이가 할 일을 앞질러 해주는 것은 ‘혼자서 못할까봐’ 또는 ‘다칠까봐’ 하는 마음에서라는 것이라는 것을 충분히 공감한다. 그러나 부모들이 진정 아이들의 교육을 생각한다면, 아이들 스스로 활동하도록 허용해야한다. 아이들이 자기들의 실수로부터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능력 밖의 어려움이 있을 때, 위험한 환경일 때에만 돕거나 보호 해주어야 한다. 아이에게 혼자 고민하고 혼자 해결할 기회를 주자. 관심은 가지되 간섭하지 말자.

아이의 신체적인 발육과 정신적인 성숙 정도에 따라서 적당한 시기에 욕구를 적절히 좌절시키는 것을 점진적으로 해야 하는데, 이러한 훈련은 장차 험한 세파에 저항력을 기르기 위한 정신적 예방주사가 된다. 아이는 좌절에 따르는 감정과 갈등을 극복함으로써 자신의 문제를 처리하고 “나도 혼자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된다. 자율성과 주도성, 독립심은 그런 과정을 거치며 형성된다. 자녀 교육의 궁극적 목표는, 자기 스스로 통제하고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 주어 그들이 주도적이고 독립적이고 행복한 성인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다.



이미지

동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사공정규 교수
부모가 언제까지나 아이를 알로 생각해서 보호하려고 한다면 아이는 영원히 부화하지 못하고 어머니의 깃털과 품속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 아이가 알을 깨고 나오도록 해주어야 한다. 어미 새가 껍질을 깨어주기보다, 한 걸음 물러설 줄 아는 지혜와 용기가 필요하다. 부리 끝이 터지고 힘겨워도 제 힘으로 알을 깨고 나온 새는, 마침내 창공을 향해 힘찬 날개 짓을 시작할 것이다. 새 학기 새로운 도전에 나선 아이와 부모를 응원한다!


관련기사

헬스조선 서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