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5개 넘는 약 위험한데… 의약사가 제대로 관리 못하는 이유

신은진 기자

[약, 독이 될 때]② 제도 한계… 환자 복약 상태 완전히 파악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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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약사 등 전문가가 다제약물 문제를 개선하려 해도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한계가 존재한다. /게티이미지뱅크
보건의료 전문가들은 너무 많은 약을 동시에 복용하는 일은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하지만 여러 곳이 아프면 어쩔 수 없다는 소리부터 나온다. 의사가 처음부터 꼭 필요한 약만 처방해주고, 중복되거나 부작용이 우려되는 약은 약사가 걸러줬으면 되는 일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애초에 전문가가 미리 약물을 검토하고, 안전한 약 복용법을 알려줄 수는 없는 걸까?

◇의사도 약사도 하고 싶지만… 벽 높은 현실
의사, 약사 등 전문가들이야말로 꼭 필요한 약만 처방하고 싶어하고, 문제가 예상되는 약은 미리 걸러내고 싶어한다. 그러나 현실이 녹록지 않다. 우리나라는 구조적으로 의사나 약사가 환자의 병력과 약력을 모두 확인하기가 어렵다. 처방·조제 단계에서 병용 금기, 중복 약물 등을 확인할 수 있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DUR(의약품 안전사용서비스)이 존재하지만, DUR의 효력은 시원찮다. 우리나라에 허가된 약 3000개 성분 중 DUR로 효능군 중복 점검이 가능한 성분은 386개뿐인데, 그나마도 동일 성분만 확인된다. 유사한 성분은 확인되지 않아 처방 단계에서 이를 확인하는 건 사실상 어렵다.

게다가 DUR 사용은 의무가 아니라 DUR을 사용하지 않는 의료기관의 수가 상당하다. 우리나라 의료기관 DUR 설치율은 99.4%(8만1063개)이나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기준 DUR 참여율이 54.1%로 집계된 바 있다. 그러다보니 약사가 조제·복약지도 과정에서 중복약물이나 약물 상호작용이 우려되는 사례를 발견하는 일도 적지 않다.
DUR의 한계를 극복하려면 의사와 약사의 노력이 필요한데, 우리나라 진료 환경은 전문가가 '덜 노력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다제약물로 인한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해선 환자의 병력·약력 검토는 물론, 환자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 생활습관 등을 검토해 약을 조정해야 한다. 이렇게 하려면 환자 1인당 최소 15분이 필요한데 긴 진료 시간은 병원의 적자로 이어진다.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정희원 교수는 "우리나라 의료 환경은 의사가 '3분 진료'를 하지 않으면 병원 운영을 유지할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더 많은 시간을 들여 환자의 병력과 약력을 살펴야 다제약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건 알고 있으나, 이런 행위가 바로 손해로 이어지는 환경에선 관련 업무를 최대한 하지 않는 방향으로 진료를 보게 된다"고 했다. 정부는 일명 '15분 진료'라 불리는 심층진찰을 해도 병원 운영에 지장 없게 의사에게 수당(보험수가)을 지급하고 있다고 하지만, 이는 일부 질환에 한정된 얘기다.

약사는 건강보험공단이 진행 중인 '다제약물 서비스’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전문가임에도 서비스의 구조적 한계로 어려움을 겪는다.  다제약물 서비스란 건강보험가입자 중 만성질환을 1개 이상을 진단받고, 상시로 복용하는 약이 10종 이상인 자(투약일수 6개월 기준 60일 이상)를 대상으로 제공하는 약물 점검 서비스다.


대한약사회 안화영 지역사회약료사업본부장(약사)은 "전 세계적으로 5개 이상의 약물을 복용할 때 '다제약물'이라 정의하고 이를 관리대상으로 분류한다"며, "그러나 우리나라는 5개 이상 약물 복용자가 너무 많아 감당이 되지 않으니, 10개 이상 약물을 복용하는 초고위험 다제약물 사용자만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 본부장은 "다제약물 복용자는 1~3개월 분량의 장기 처방이 많은 노인이 대부분인데, 이들은 약을 복용하는 과정에서 몸 상태가 바뀌어 먹던 약을 계속 먹게 될 때 부작용이 생기기 쉬워 주기적인 확인이 필요하다”며, “그러나 다제약물 서비스는 시범사업이라 총 4회의 점검밖에 할 수 없다"고 했다. 또한 그는 "건보공단과 심평원이 제공하는 다제약물 서비스 대상자의 약물 정보는 3개월 이전의 복약 자료"라며 "최근 3개월 사이에 복약 상태를 놓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구조적 문제, '어쩔 수 없다'는 정부
정부도 이 같은 문제를 알고 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DUR 사업을 주관하는 심평원은 관련 법이 바뀌기 전까진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했다. 심평원 관계자는 "모든 의료기관과 약국이 DUR을 사용하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대부분인데, 의무화된 게 아니니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현재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건 다 하고 있다"고 했다.

환자의 복약상태를 제때 확인할 수 없고 3개월 이상 지난 복약 자료만 확인되는 것에 대해선 건보공단과 심평원이 서로 책임을 물었다. 다제약물 서비스를 주관하는 건보공단 측은 "심평원이 DUR 관련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아 발생하는 문제"라고 했다. 반면, 심평원 관계자는 "건강보험공단은 보험청구 자료를 기반으로 환자 정보를 제공하고, DUR은 실시간 정보를 제공하니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며, "환자 정보를 제공하고 서비스를 주관하는 건보공단에서 관리해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다제약물 부작용 예방을 위해 진료 체계를 개선하려는 의지가 희박하다. 의료계는 보건당국이 다제약물 부작용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노인 대상 진료 체계조차 개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전한다. 실제로 노년내과는 최근 노인을 심층진료 사업 대상에 포함해줄 것을 보건복지부에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복지부는 "노인이 심층진찰이 필요한 중증난치질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거절 사유를 회신했다. 복지부가 정의하는 중증난치질환은 치료를 중단하면 사망 또는 심각한 장애가 생기는 질환만을 의미한다.

정희원 교수는 "환자의 병력·약력을 살피고, 다제약물 복용과 그로 인한 문제를 예방하는 일을 다른 나라에선 보통 일차의료기관이 하는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정부가 의료체계를 개선해야만 한다"고 했다. 실제로 해외에선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다제약물 사용자가 관리되고 있고, 관리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3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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