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진료지침 좌담회

고혈압 진료 지침 개정… '진료실 밖 혈압' 중요성 강조
―전종보 헬스조선 기자(이하 사회자): 지난해 국내 고혈압 진료지침이 개정됐다.

―사회자: '백의비조절고혈압'과 '가면비조절고혈압' 개념이 추가됐는데?
―김광일 정책이사: 백의비조절고혈압은 고혈압을 진단받아 약을 복용하는 환자가 평소 혈압이 높지 않지만 진료실에서만 혈압이 높게 나오는 경우를 뜻한다. 이와 달리 진료실에서 측정할 때 혈압이 높지 않지만 진료실 밖에서 측정하면 혈압이 높게 나오는 것을 가면비조절고혈압이라고 한다. 스트레스, 흡연, 불면증 등이 영향을 미치며, 밤에 혈압이 높아지는 야간고혈압일 수도 있다. 특히 가면비조절고혈압은 의료진이 환자의 혈압이 잘 조절된다고 오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위험하며, 여러 고혈압 관련 합병증과 심장, 콩팥, 뇌 등과 같은 장기의 손상이 확인되기도 한다.
고혈압 환자·고위험군 '가정혈압' 측정 필수
―사회자: 주기적으로 가정혈압을 측정해야 하는 대상은?

―사회자: 가정혈압 인식 제고를 위해 학계와 업계에서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임상현 이사장: 가정혈압은 진료실보다 스트레스를 적게 받고 친근한 환경에서 측정하기 때문에 환자의 실질적인 혈압에 가까울 수 있다. 진료실에서 2~3번 측정한 혈압으로 1년을 평가하지 않고 수시로 측정할 수 있다는 것 역시 장점이다. 또한 꾸준히 가정혈압을 측정하면 고혈압 환자의 복약 순응도 향상과 생활습관 개선 효과도 볼 수 있다. 혈압을 측정하면 약을 복용할 때와 안 할 때, 술이나 짠 음식을 먹었을 때와 안 먹었을 때 등의 혈압 차이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생활습관 문제를 인지·개선하면 목표 혈압 관리에 큰 도움이 된다. 과거에는 가정용 혈압계가 비싸고 구매하기도 어려웠지만, 최근에는 온·오프라인을 통해 구매가 쉬워졌으며 가격도 저렴해졌다. 학회에서는 '혈압 모니터 연구회'를 통해 가정혈압에 대한 연구와 최신 지견을 논의하고 있으며, '가정혈압포럼'이라는 기구를 두고 가정혈압의 인지도를 높이는 일에도 매진하고 있다.

정확한 측정 위해 검증된 혈압계 선택해야
―사회자: 가정에서 혈압을 재면 매번 측정값이 달라지곤 한다.
―김광일 정책이사: 혈압은 계속 변하며 측정할 때마다 같은 값이 나오지 않는다. 식사나 운동 여부, 자세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다. 혈압은 반드시 올바른 방법에 따라 정확히 측정해야 하며, 검증된 프로토콜을 통과한 혈압계를 구매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사회자: 기업에서 혈압계를 개발할 때 주안점을 두는 부분은?
―아다치 다이키 대표: 오므론의 경우 개발 단계에서 의사가 측정한 혈압과 가정혈압을 비교해 제품을 검증하는 것은 물론, 소비자 입장에서 필요한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측정값이 정확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며, 높은 편의성 또한 중요하다. 최근에는 소비자 설문조사 결과를 반영해 혈압을 측정했을 때 직전 측정 혈압 값을 함께 확인할 수 있는 제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사회자: 향후 관련 기술은 어떻게 변화·발전할까?
―아다치 다이키 대표: 혈압계는 혈압을 정확히 측정하는 기술뿐 아니라, 수치를 모니터링하고 추후 진료에 활용할 수 있도록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다. 지금까지 숨은 고혈압 환자를 발견하는 것이 가정용 혈압계의 역할이었다면, 앞으로는 고혈압 환자가 자신의 행동을 바꾸고 치료에 참여하도록 유도할 수 있어야 한다. 오므론 역시 이 같은 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가정 혈압 데이터를 축적할 뿐 아니라, 다른 생체지표와 연관성을 파악하고 생활습관을 기록하며 관리 방법까지 제시하고자 한다.
가정혈압 측정 활성화 위한 수가 신설 필요
―사회자: 가정혈압 측정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임상현 이사장: 의료진 역시 가정혈압의 중요성을 알고 있지만 환자에게 충분히 설명할 시간이 부족하다. 수가 때문이다. 학회에서는 온라인 교육 자료들을 적극 활용하는 한편, 대한개원의협의회, 대한임상순환기학회 등과 수가 책정 관련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김광일 정책이사: 가정혈압 측정에 대한 보상이 있다면 환자 입장에서는 혈압 관리에 대해 동기부여를 받고, 의료진 또한 환자 교육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을 수 있다. 현재 가정혈압 관리로 발생하는 경제적 이득에 대해 분석 중이며, 향후 보상 체계 등 제도에 뒷받침될 수 있는 근거를 만들고자 한다.
―사회자: 고혈압 환자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임상현 이사장: 고혈압을 진단받은 것 자체는 실망할 일이 아니다. 오히려 앞으로 더 건강한 삶의 토대가 될 수 있다. 고혈압을 초기에 진단받은 환자는 매년 검사하고 관리함으로써 오랫동안 건강을 유지하기도 한다. 위험 요소 관리 측면에서 가정혈압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관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