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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 시간이 늘어나면 정신, 신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윤석열 정부가 노동시장 개혁 정책 논의를 위해 구성한 전문가 기구 미래노동시장연구회에서 지난 12일 한 주 최대로 가능한 근로 시간을 52시간에서 69시간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주 52시간제’를, 주간 단위가 아닌 월·분기·반기·연간 단위로 관리해 노동시장을 유연화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일시적으로라도 근로 시간이 늘어나면 건강에 좋을 게 없다는 사실을 지적하는 연구들이 있다.

◇뇌, 콩팥, 갑상선 등 각종 장기에 안 좋아
짧게라도 장시간 근무가 이어지면 각종 신체 질환이 유발된다. 미래노동시장연구회는 노동자의 건강권을 보호하기 위해 근로일 11시간 연속휴식을 부여하는 방안을 담았지만, 실제로 건강하기엔 턱없이 적은 휴식 시간이다. 프랑스 국립 보건의학연구소 연구 결과 하루 10시간만 일해도 뇌졸중 발병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18~69세 14만3000여명을 대상으로 근로 시간이 뇌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하루 10시간 이상인 날이 1년에 50일 이상인 사람은 10시간 이상 일하지 않는 사람보다 뇌졸중 발병 위험이 무려 29% 더 높았다. 이런 근무 패턴이 10년 이상 이어지면 뇌졸중 발병 위험은 45%까지 증가했다. 특히 50세 이하 젊은 연령층에서 더 상관관계가 뚜렷했다.


뇌 건강뿐만 아니라 콩팥 건강에도 안 좋으며, 대사질환, 갑상선 질환 등 각종 질환 발병 위험도 높인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연구팀 연구 결과, 주 52시간 일하는 노동자가 평균 1시간 추가 근로할수록 콩팥 기능이 나빠졌고, 국립암센터 연구 결과 주 53시간 이상 근무한 사람은 주 36~42시간 일한 사람보다 갑상선기능저하증에 걸릴 위험이 높았다. 또한 앉아있는 시간이 길수록 당뇨병, 고지혈증 등 대사질환이 발병할 소지도 커진다.

◇60시간 이상 일하면 극단적 선택 생각 커져
근로 시간이 길면 정신 건강도 악화한다. 순천향대부천병원 응급의학과 조영순·한상수 교수 연구팀이 2013~2018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성인 1만4625명을 ▲31∼40시간(5383명·36.8%) ▲41∼50시간(4656명·31.8%) ▲51∼60시간(2553명·17.5%) ▲60시간 초과(2933명·13.8%)로 나눠, 근로 시간과 우울·극단적 선택 충동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주당 31~40시간 근무하는 사람을 기준으로 41~50시간 근무하는 사람이 우울할 위험은 1.3배, 51~60시간 근무자는 1.5배, 60시간 이상 근무하는 사람은 1.61배나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극단적인 선택을 떠올릴 가능성은 주당 60시간 이상 근무자가 40시간 근무자보다 2배 이상 컸다. 해당 연구 결과는 설문조사를 기반으로 대상의 근로 시간을 확인했기 때문에 얼마나 오래 장기간 근무를 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미래노동시장연구회에서 제시한 방안은 ‘주 52시간’을 산정하는 기준 기간을 늘린 것으로, 한시적으로 69시간까지 일했다면 다음 기간엔 한주 근로시간이 줄어들게 된다. 이런 방식으로 일했을 때도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줄지는 아직 명확히 확인되진 않았다.


이슬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