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혈관일반
가족은 '질병 공동체' 심혈관질환도 공유한다
오상훈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2/12/05 09:21
부모 모두 고혈압이면 발병 위험 2.4배
심혈관질환 위험인자 부부 간에도 공유돼
과일·채소 충분히 먹고 혈압·혈당 자주 체크
생활·식습관 교정을
◇가족력 확인 위해 54년간 연구, 심혈관질환은 대물림 된다
가족력이 고혈압 발병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 54년간 분석한 유명한 연구가 있다. 존스홉킨스대 연구팀은 의대생 남성 1160명을 대상으로 가족력을 확인하고 1947년부터 2001년까지 꾸준히 혈압 측정 및 건강에 관한 설문지를 작성하게 했다. 또 고혈압 가족력이 있는 그룹과 없는 그룹의 고혈압 발병 위험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부모 모두 고혈압인 경우 고혈압 발병 위험은 2.4배 높았으며, 어머니만 고혈압인 경우에는 1.5배, 아버지만 고혈압인 경우는 1.8배 더 높았다. 특히 부모가 모두 55세 이전에 고혈압을 진단받은 경우 그 아들의 고혈압 발병 위험은 6.2배 높았다
우리나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고혈압을 포함한 심혈관질환이 대물림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2013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13~19세 청소년 554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부모가 고혈압이 있을 경우 자녀의 고혈압 위험은 3.05배 더 높았다. 참가자들의 16.2%에서 부모의 고혈압 병력이 확인됐는데 이럴 경우 자녀의 과체중 위험은 2.08배, 비만은 2.11배, 복부비만 2.36배, 지방간 등 간 기능 장애는 2.86배가 더 높아지는 등 심혈관질환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병도 닮는 부부, 심혈관질환은 물론 우울증·비만까지…
함께 살고 있는 부부가 심혈관질환 위험인자를 공유하게 된다는 흥미로운 연구결과도 있다. 서울아산병원 김영식 교수팀은 45~75세의 한국인 부부 520쌍을 대상으로 심혈관 위험인자 관련 배우자간 일치성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결과, 한쪽 배우자에게 고혈압과 고지혈증이 있으면 다른 배우자에게 따라 나타날 확률은 일반적인 고혈압, 고지혈증 발병률보다 각각 2배, 2.5배 높았다.
연구팀은 부부가 비슷한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공유하면서 질병도 닮아가는 것으로 분석했다. 예컨대 한쪽 배우자가 아침 식사를 거르면 다른 배우자도 식사를 거를 확률이 7배 더 높았고, 운동 부족 위험도 2.4배 더 높았다. 이로 인해 비만과 우울증을 함께 겪을 확률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연구는 부부의 생활패턴이 닮아가는 만큼 같은 질병을 공유할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예방 가능한 가족력, 심혈관질환은 8대 수칙 지켜야
젊은 나이에 고혈압, 고지혈증을 겪으면 혈관 노화가 본격화되는 중년기에 심각한 심혈관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는 다시 노년기 혈관성 치매와 알츠하이머 발병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가족력에 의한 심혈관질환은 예방하고, 최대한 빠르게 관리하는게 중요하다.
미국심장협회(AHA)는 모든 심혈관질환의 80% 이상은 건강한 생활습관과 위험요인 관리로 예방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8가지 행동양식을 제시한다. ▲과일, 채소, 견과류 등을 충분히 섭취하고 나트륨과 붉은 육류, 가공육, 가당 음료의 섭취를 줄일 것 ▲주당 150분 이상의 중등도 신체활동 또는 75분 이상의 격렬한 신체활동을 할 것 ▲금연할 것 ▲성인 평균 7~9시간의 수면을 취할 것 ▲체중을 유지할 것 ▲적정 콜레스테롤 수치를 유지할 것 ▲혈압을 관리할 것 ▲혈압, 콜레스테롤, 혈당 수치를 자주 체크할 것을 강조했다. 여기서 혈압은 수축기·이완기 혈압 120/80㎜Hg 미만, 콜레스테롤 수치는 총 콜레스테롤 대신 비-HDL콜레스테롤 수치를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