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비인후과

청각세포 상실된 고도 난청, 인공와우 수술로 일상생활 가능

이슬비 헬스조선 기자

단계별 난청 치료법

중등도 난청, 보청기로 청력 회복
인공와우로 대화·음악 감상도 가능
일반인과 큰 차이 없이 들을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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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서울성모병원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난청인을 위한 야외 콘서트 '히어투게더(HEAR TOGETHER) 페스티벌'이 지난달 22일 열렸다. 한국장애인보건의료협의회와 대한이비인후과학회가 주최한 이번 페스티벌엔 개그맨 옹알스, 가수 다비치와 성시경이 참여해 공연을 선보였다. 또, 영상 공모전에 참여한 난청 환자들의 영상을 다 같이 보며 서로 공감하는 시간도 가졌다. 난청인들은 이 모든 것을 어떻게 들을 수 있었을까?

보청기와 인공와우를 이용해서다. 페스티벌에 참석한 평창 동계올림픽 봅슬레이 은메달리스트 김동현 선수는 "히어투게더 축제 현장에서 인공와우로 다시 태어난 삶이 얼마나 감사한지 돌아볼 수 있었다"며 "우리 청각장애인들도 충분히 함께 호흡하며 문화를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 좋았다"고 말했다. 오감 중 청각만큼은 현대의술로 완치에 가까울 정도로 치료할 수 있는 유일한 감각이라 가능했다.

◇난청 치료, 시기 매우 중요해

소리가 잘 안 들리는 사람도 제때 치료하면 들을 수 있다. 난청은 크게 선천성 난청과 노화성 난청으로 나뉘는데, 특히 노화성 난청은 일흔이 되면 3명 중 1명꼴로 앓을 정도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선천성 난청도 신생아가 가질 수 있는 가장 흔한 선천성 질환이다. 앓는 사람이 많은 만큼 치료 방법이 체계화돼있다. 청력 손실이 26㏈HL 이상 넘어가면 난청이라 하는데, 작은 소리를 잘 듣지 못하는 26~40㏈HL의 경도 난청까진 특별한 청각재활치료가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40㏈HL 이상 중등도 난청을 앓으면 소리는 들려도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고 되묻거나, 거리가 떨어진 사람과는 대화가 어려워진다. 이땐 자기에게 맞는 보청기를 끼면 일상생활을 무리 없이 이어 나갈 수 있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이비인후과 박시내 교수는 "보청기는 주파수별로 달리 소리를 증폭시키는 기기로, 달팽이관의 소리를 전달하는 유모세포가 어느 정도 기능을 하는 경도·중등도 난청이 있을 때 유용하다"고 말했다.

언어 이해가 거의 불가능한 70㏈HL 이상 고도난청 환자라면 인공 달팽이관 이식 수술인 인공와우 수술이 고려된다. 박시내 교수는 "유모 세포 기능이 완전히 상실돼 청력이 전혀 없는 환자들에게 인공와우 수술을 하면 달팽이관이 신경절을 자극해 정상적으로 소리를 듣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후 개인에게 맞게 기계 주파수를 조절하고, 청력재활치료를 거치면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치료할 수 있다.


그러나 잘 들리지 않은 상태로 방치하면 뇌에 변화가 생긴다. 뇌가 정확한 발음을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을 잃게 된다. 이미 변화가 일어난 뒤엔 보청기를 껴도 시끄럽기만 하고 알아듣기 힘들 수 있다. 사회에서 고립감과 우울감을 느끼기 시작하면 치매 발병 위험도 커진다. 실제로 고심도 난청 환자의 치매 발생률은 정상 청력을 가진 사람보다 5배 높다는 존스홉킨스 연구팀의 연구 결과도 있다. 선천성 난청으로 아직 언어를 배우지 않은 상태라면 더욱 빠른 발견과 치료가 필요하다. 태어난 후 석 달에서 길게 잡아도 다섯 살까지를 언어 능력이 발달할 수 있는 시기로 보는데, 이때를 놓치면 이후 아무리 치료를 잘해도 말을 배울 수 없기 때문이다.

◇정밀한 치료로 음악도 들을 수 있어

보청기나 인공와우 수술로 정말 일반인처럼 똑같이 들을 수 있을까? 보청기는 청각 세포 기능이 약해진 주파수대의 소리를 증폭해 들려주는 기계로, 청각 세포 능력을 그대로 이용하기 때문에 일반인이 듣는 소리와 매우 유사하게 들을 수 있다. 보청기를 맞추고도 잘 들리지 않는다며 착용하지 않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는데, 이는 약해진 주파수가 어떤 것인지 확인하고 기계를 조정하는 과정에 오류가 생겼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박시내 교수는 "보청기를 맞춘 후 전문가에게 제대로 소리 주파수를 조정하는 과정을 거치면 이명도 없어지고, 종이 접는 소리, 새소리, 클립 떨어지는 소리까지 들을 수 있다"며 "한동안 못 듣던 소리가 돌아오면 처음에는 시끄럽다 느낄 수 있지만 자극을 계속 줘야 청력은 물론, 연결된 뇌 기능도 향상된다"고 말했다.

인공와우로 듣는 소리는 사람이 가지고 있던 유모세포를 거치지 않는다. 기계가 소리 신호를 전기 신호로 바꿔서 뇌에 그대로 전달해 소리를 해석하도록 한다. 그래서 혹시 소리가 매우 다르게 들리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이 많은데, 안심해도 좋다. 박시내 교수는 "수술 전 기계음이 나진 않을까 걱정하는데, 수술받은 환자들은 전에 듣던 소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며 "말소리가 조금 더 또렷하고, 건조하게 들리는 정도다"고 말했다. 일상음은 물론 노래도 즐길 수 있다. 박시내 교수는 "물론 악기나 노래는 아날로그로 들을 때 가장 편안하고, 인공와우 환자는 디지털화된 신호로 소리를 들으므로 음의 높낮이를 편안하게 구별하기는 힘들 수 있다"면서도 "말과 노래를 배운 적이 있는 성인 환자는 이미 기억으로 형성된 대뇌 회로가 있기 때문에 충분히 노래를 즐길 수 있고, 소리를 들어 본 적이 없는 선천성 난청 소아 환자들도 음악 치료해보면 곧잘 노래를 부르고, 악기를 연주하는 것을 보면 충분히 노래도 즐길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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