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이별 브이로그’로 이별 후유증 극복할 수 있을까?

강수연 헬스조선 기자

SNS 통해 '나의 작별' 남들과 공유… 전문가들 "상처 악화시킬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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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후기를 들려주며 그 후의 일상을 보여주는 참신한 브이로그가 인기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이별 후기를 들려주며 이별 후의 일상을 보여주는 브이로그가 인기다. 최근 유튜브에서 ‘이별 브이로그’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별 후 2주 차’ 등의 제목을 달며 이별 후 기간에 따른 일상을 보여주는 유튜버도 있다. 이별 브이로그에선 이별 이후 자신의 일상과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그들이 이별 후 일상을 올리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을까?

◇이별 정리하는 수단 될 수 있어

이별 브이로그는 이별을 정리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이별 후 자신의 모든 감정을 영상으로 기록함으로써 이별을 정리한다는 말이다. 심리학에서는 제삼자에게 이별 상황을 공표하는 것을, 친밀한 관계를 종료하는 최종 단계로 보기도 한다. 경상국립대 심리학과 양난미 교수는 “관계를 종료할 땐 상대방에게 이별통보를 한 다음, 최종단계에서 이별 상황을 공표한다”며 “SNS를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이별을 알리는 과정에서 감정과 생각을 정리하고 성숙해지는 계기가 마련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청자들은 이별 브이로그를 통해 그 감정을 대리만족한다. 양난미 교수는 “N포세대란 말이 생겨날 정도로 20~30대 젊은 사람들은 연애 등을 포기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며 “불확실한 미래와 함께 상처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생겨나 연애 프로그램, 이별 브이로그를 통해 연애 경험을 대리만족하려는 심리로 영상을 시청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별 후유증에 일부분 도움은 돼


‘이별 브이로그’로 이별 후유증 극복 가능할까? 이별 브이로그에선 종종 우는 모습을 보여주며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처럼 감정을 드러내는 행위 자체는 이별 후유증 극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한림대춘천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상규 교수는 “대화를 통해 마음속 상처를 치유하는 대화요법이라는 치료법이 존재할 만큼 일기나 기타 영상 매체를 통해 감정을 표출하는 건 상처나 이별 후유증 극복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상규 교수는 그러나 “기록이나 상처치유의 목적보다 시청자의 주목을 받기 위해서 흥미 위주로 과장되게 자신의 감정을 왜곡하면서 촬영한다면 오히려 상처가 더 악화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악플 등으로 인해 상처받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양난미 교수는 “불특정 다수에 자신의 내밀한 이야기를 공유하는 것이기 때문에 영상 댓글을 통해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도 있다”며 “이별 직후엔 스트레스에 취약한 상황이다 보니 영상 게시로 인해 또 다른 상처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 애인 언급은 가급적 피해야

이별 브이로그에서 간혹 전 애인과 있었던 사소한 일들까지 언급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는 전 애인에게 정서적 피해를 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이상규 교수는 “상대방의 동의를 구했다면 문제가 되진 않겠지만 전 애인과 있던 사적인 일 등을 불특정 다수에게 이야기하며 공유한다는 점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요즘엔 영상 하나로도 특정인을 유추할 수 있다 보니 개인정보 유출 등 문제가 발생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별 후유증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엔 걷기와 대화 등의 방법이 있다. 대개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4주 안에 이별로 인한 우울감 등의 이별 후유증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이어 나가기 어려울 정도로 힘든 경우라면 정신건강의학과 방문을 고려해보는 것이 좋다. 이상규 교수는 “이별 후유증이 극심한 경우 반응성우울증, 급성스트레스장애 우울장애 등 다른 정신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별 후유증이 오래 지속된다면 병원을 찾아 상담받고 약물복용 등을 통한 치료를 받길 권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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