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정신 지배해 범죄까지… ‘가스라이팅’이 위험한 이유

전종보 헬스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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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상대방의 심리·상황 등을 조작해 스스로 의심하게 만들고 정신을 지배·조종하는 행위를 ‘가스라이팅’이라고 한다. 1938년 패트릭 해밀턴 작가의 연극 ‘가스등(Gas Light)’을 통해 처음 등장한 용어로, 최근 ‘계곡 살인’을 비롯한 여러 범죄 사건에서 가스라이팅 의혹이 제기되면서 더욱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가스라이팅을 시도하는 사람은 누군가를 마음대로 이용·조종하기 위해 특정 대상을 끊임없이 왜곡하고 스스로 의심하게 만든다. 이를 통해 상대방에 대한 지배력을 계속해서 강화한다. 처음에는 피해자 역시 의심하고 추궁하지만, 그럴수록 더 강하게 다그쳐 궁지로 몰아넣는다. 가스라이팅을 하는 사람은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피해자를 깎아내리고 자신을 치켜세우는 한편, 피해자가 다른 사람의 말을 듣지 못하도록 주변과 단절시키기도 한다.

가스라이팅은 의외로 빈번하게 발생한다. 부부나 연인은 물론, 친구, 부모-자녀, 형제·자매, 직장 상사-부하 직원 간에도 일어날 수 있다. 한 사람에게 권력이 집중된 관계일수록 발생할 위험이 높다. 가스라이팅을 하는 사람은 상대방을 마음대로 조종해 물리적 이득을 얻는가하면, 무기력한 모습을 보면서 만족감·자기애(나르시시즘)를 느끼는 경우도 있다.

지속·반복적인 가스라이팅은 범죄로 연결될 여지도 있다. 가스라이팅을 시도하는 사람이 범행을 계획 중일 경우, 상대방의 정신을 교묘하게 지배·조종해 상대방을 범행 대상으로 삼거나 범행에 이용하기도 한다.

가스라이팅을 당했던 사람들은 시간이 지난 후에도 오랫동안 우울·불안감을 느끼곤 한다. 자신도 모르게 가스라이팅을 당하거나 반대로 누군가를 가스라이팅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다. 가스라이팅을 당하지 않으려면 상대방의 말에서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고, 요구사항이 상식을 벗어나진 않는지, 모든 잘못을 나에게 돌리진 않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동시에 자신의 삶에 대한 주인의식과 자립심을 기르는 노력도 요구된다. 가스라이팅 피해자는 이미 의심·판단하는 능력을 상실한 상태인 만큼, 주변에서 객관적인 눈으로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해주는 것 또한 중요하다.

누군가를 가스라이팅하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의 말과 행동으로 인해 상대방이 받을 수 있는 고통을 생각하고 공감 능력을 길러야 한다. 지나친 자기애 역시 경계할 필요가 있다. 누군가를 직접 조종·지배하지 않아도 일방적 지시와 맹목적 충성·공감을 강요하는 행동은 가스라이팅으로 이어질 위험이 높으므로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