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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랑 열매/사진=중화망 캡처. 연합뉴스
구강암을 유발해 '죽음의 열매'로 불리는 빈랑(비틀넛)이 최근 5년간 국내에 100t(톤) 넘게 수입된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되고 있다.

2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홍성국 의원이 관세청으로부터 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국내로 수입된 빈랑의 양은 103.2t이다.

빈랑은 중국을 비롯한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 위장 질환과 냉증 치료, 기생충 퇴치 약재 등으로 사용해왔으며, 각성 효과가 있어 껌처럼 씹는 사람도 많다. 열매를 먹으면 입안이 온통 빨갛게 변하는데, 중국에서는 이 모습을 즐기기도 한다.

빈랑에는 '아레콜린'이라는 성분이 함유됐는데, 이 성분은 구강암을 유발하고 중독·각성 증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적인 저널 랜싯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후난성에 사는 구강암 환자 8222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90%가 빈랑 열매 씹기를 해왔다​. 현지 자체 조사에서도 후난성 내 구강암 발생 비율이 다른 지역보다 30%나 높았다.​ 연구팀은 논문을 통해 "빈랑 광고 금지뿐만 아니라 빈랑 열매 소비 자체를 금지해야 한다"며 "빈랑 열매는 약재가 아니라 암을 유발한다는 과학적 증거를 널리 알려야 한다"고 경고했다.​​

아레콜린은 지난 2004년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암연구소에 2급 발암물질로 등록되기도 했다.


빈랑을 기호품처럼 다량 소비하는 중국이나 대만 등에서는 이미 강력한 제재를 가하고 있다. 2020년 식품 품목에서 제외했고, 지난해부터는 온라인 홍보·판매 행위를 전면 금지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진열된 제품을 수거하는 조치까지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한약재로 분류되는 탓에 수입통관 제재 없이 5년간 103t 넘게 수입됐다. 특히 올해는 8월말 기준 30.3톤이 수입되며 지난해 전체량 대비 1.42배 증가했다. 빈랑 열매에서 추출한 '빈랑자(씨앗)'와 '대복피(껍질)'가 국내에서 한약 제제로 광범위하게 유통되고 있기 때문이다.

관세청은 빈랑이 약사법에 따른 한약재로 관리되고 있어 검사필증을 구비하면 수입통관에 별다른 제재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5년까지 빈랑 관련 안전성 평가 연구를 하겠다고 밝혔으나 아직 주관 연구기관도 선정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홍 의원은 "안전성 평가도 실시되지 않아 안전성이 담보되지도 않은 빈랑 수입을 두고 관세청과 식약처가 '핑퐁 게임'을 하고 있다"며 "신속한 안전성 평가 등 주무 부처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