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랑 100회 특집 인터뷰③>

아미랑 100회 특집 세 번째 인터뷰입니다. 오늘은 유전성 대장암을 두 번이나 극복하며 인생관이 달라지셨다는 최철호씨의 사연을 소개합니다. 최씨가 진단받은 ‘유전성 선종성 용종증’은 대표적인 유전성 대장암으로, 유전자의 변이 탓에 대장에 여러 개의 선종이 생기고 대장암으로 진행되는 병입니다. 그의 주치의 서울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이윤석 교수와 함께 만나 얘기 나누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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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철호씨와 그의 주치의 서울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이윤석 교수./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가족 네 명이 대장암
최철호(60·경기도 파주시)씨가 암 진단을 받은 건 1998년입니다. 아버지와 큰형에 이어 가족 중 세 번째로 대장암을 진단 받았습니다. 최씨의 부친은 1970년(52세)에 대장암 2기를 진단받았습니다. 그 후 1978년(60세), 대장암 말기 진단을 한 번 더 받았습니다. 최씨의 큰형은 1990년(40세)에 대장암을 초기에 발견해 수술 받은 적이 있습니다. 가족력이 있다 보니 최씨는 아버지의 대장암 진단 당시의 나이(50세)보다 빠르게 35세 때 처음 대장내시경을 받았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때 아무런 이상 소견이 없어 그 후 5년간 대장내시경을 받지 않았다고 합니다.

40세가 되던 해 받은 두 번째 대장내시경 검사에서 종양이 발견됐습니다. 대장암 3기였습니다. 최씨의 대장암 진단에 놀란 최씨의 나머지 형들도 대장내시경을 받았습니다. 곧이어 셋째형도 같은 해인 1998년에 대장암 2기를 진단 받아 수술했습니다. 가족 중 네 명이 대장암에 걸린 겁니다.

대장암 진단 당시 최철호씨는 장협착이 많이 진행된 상태였습니다. 왼쪽 대장의 3분의 1을 절제했습니다. 다행히 복강경 수술이어서 일상으로 빠르게 복귀할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 암, 말 못할 고통
그로부터 11년 뒤, 2019년에 최씨는 또다시 대장암 진단을 받습니다. 이전과 다른 부위에 생긴 10mm 크기의 종양으로, 1기였습니다. 종양의 크기는 작았지만 재발 위험을 낮추기 위해 이번에는 대장 10cm만을 남겨두고 모두 절제했습니다.

첫 번째 수술과 달리 두 번째 수술은 최씨에게 큰 어려움을 안겼습니다. 이전 수술로 인한 유착이 심한 탓에 개복 수술로 진행됐는데요. 소장과 대장의 유착을 일일이 뜯어내는 큰 수술이어서, 수술 후유증으로 장 마비를 겪어야 했습니다. 3주간 코로 줄을 연결해 위액을 빼냈고, 그러는 동안 체중이 22kg 빠졌습니다. 장 마비를 4주 이상 겪으면 사망 위험이 커진다는 의료진의 말에 심리적 고통이 컸습니다. 석 달 정도는 하루에 16번씩 화장실을 들락날락했습니다. 대장을 절제한 후 몸이 적응하는 과정 중 하나라고 했습니다.


일상의 소중함
최철호씨는 “좌절보단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마음으로 그 시간을 버텼다”고 말합니다. 아픈 와중에도 장 기능이 빨리 회복되도록 하기 위해 매일 한 시간마다 링거가 달린 몸을 이끌며 병동을 몇 바퀴씩 돌았습니다. 점심시간에 밥을 먹는 사람들, 아무런 장애 없이 걷고 쉬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더 평범해지고 싶었다고 합니다.

다행히 장 마비에서 회복됐고, 그렇게 퇴원한 후 일상에 많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마음을 편히 갖고 스트레스를 덜 받기 위해 주택으로 이사했습니다. 자전거로 출퇴근하고, 승강기보다 계단을 이용하는 등 일상 속에서 운동량을 늘리려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전국 자전거 투어 그랜드 슬램 달성도 앞두고 있습니다.

암으로부터 자유로운 건 아니지만…
현재 최씨는 모든 종양이 깨끗하게 사라진 상태입니다. 6개월 주기로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고 있습니다. 정기적인 검사와 함께 건강관리를 잘 하면 이 상태를 5년째 유지하는 해인 내후년에 완치 판정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최씨가 겪은 암은 유전성 선종성 용종증으로, 또 다시 암에 걸릴 위험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씨는 “건강한 생활을 유지해 암 위험을 낮추고, 빼먹지 않고 검사해 혹시 암이 생기더라도 조기에 발견하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말합니다.

최철호씨와 주치의 이윤석 교수가 어떻게 암을 극복하고 있는지, 문답 형식으로 풀었습니다.

<최철호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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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철호씨./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현재 몸 상태가 어떤가요?
“두 번째 암을 진단받기 전보다 오히려 몸과 마음이 더 건강해졌습니다. 건강관리의 중요성을 깨달았고, 술과 담배도 끊었습니다. 하루하루를 감사하게 여기며 스트레스를 덜 받다 보니 주변에서도 안색이 좋아 보인다고들 말합니다.”

-가족력이 있는데, 조심하신 게 있나요?
“젊어서 괜찮을 거라는 생각으로 간과했습니다. 아버지가 두 번의 대장암으로 힘들어하셨던 것을 알면서도 전혀 관리하지 않았습니다. 운동 한 번 한 적이 없습니다. 같은 병을 두 번 겪고 나서야 생각이나 생활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암 투병 중 힘들었던 점은?
“정신적으로 가장 힘들었습니다. 남들은 한 번 걸리기도 힘든 암을 두 번이나 겪었기에 모든 게 제 탓인 것만 같아 자책을 많이 했습니다. 장 마비를 겪으며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현실로 와 닿았을 땐 자책감이 극에 달했습니다. 교수님이 ‘환자의 잘못이 아니라 유전적 요인이 큰 케이스’라는 말을 해주셔서 마음을 그나마 편히 먹을 수 있었습니다. 암 투병 중 가장 많이 저를 위로해 준 말은 ‘이 또한 지나가리라’입니다. 힘든 과정도 모두 지나갈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치료에 임했습니다.”


-암을 극복하며 인생관이 달라졌다 하셨는데?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가치관이 달라졌습니다.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깨달았습니다. 먹기, 걷기, 화장실 가기, 일하기 등 일상적인 움직임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죠. 건강보다 일을 우선시했는데, 이제는 건강과 일의 균형을 잘 맞추며 살려고 노력합니다. 삶에 대한 시선이 바뀌다 보니 성격이 온화해졌다는 말도 많이 듣습니다. 덕분에 암에 걸리기 전보다 건강 상태가 좋아졌다는 게 스스로도 느껴집니다.”

<이윤석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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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이윤석 교수./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최씨가 겪은 대장암은 정확히 어떤 암인가요?
“유전성 선종성 용종증입니다. 아버지, 큰형, 작은형 모두 대장암이 발병한 유전성 대장암의 전형적인 케이스입니다. 대장암의 10~15%로, 대장에 있는 용종이 높은 확률로 암으로 진행됩니다. 그래서 최씨처럼 가족력이 있는 분들은 30대 때부터 대장내시경을 받는 것을 권장합니다. 조기에 발견하면 수술이 아닌 내시경 시술만으로 용종을 제거할 수 있습니다.”

-현재 최철호씨의 정확한 건강 상태를 알려주세요.
“종양이 깔끔하게 제거된 상태입니다. 지금까지 재발이나 전이 소견은 없습니다. 정기적인 검사와 함께 지금처럼 건강관리만 잘하면 됩니다. 다만 가족력이 있다 보니 늘 조심하긴 해야 합니다. 경각심을 잃지 말고 검진을 꼬박꼬박 받고, 지금처럼 운동을 실천하고 술·담배를 멀리하고 평온한 마음을 유지하면 오래오래 사실 수 있을 것입니다.”

-최씨는 40세에 처음 암이 발견됐습니다. 이런 환자가 많나요?
“젊은 연령층의 대장암 환자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운동 부족, 비만, 술·담배, 기름진 식습관 등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대장암은 증상이 뚜렷하지 않은데다가 증상이 있더라도 간과하기 쉬운 설사·변비·복통 등이어서 늦게 발견할 가능성이 큰 암입니다. 따라서 가족력이 있는 등 고위험군에 속한다면 30대여도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는 게 좋습니다. 다행인 것은 한국의 대장암 5년 생존율은 71.8%로, OECD 회원국 중 최고라는 겁니다. 수술 기법이 계속 발전하고 있고 수준 높은 의료진들과 다학제 진료 시스템 덕분으로 보입니다. 겁내지 말고, 일찍부터 검사 받기를 권합니다.”


-대장암 환자들이 조심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가장 기본이 금연과 금주입니다. 대장암에 걸리면 붉은 고기나 가공식품이 안 좋다 생각해 채소만 고집하는 분들이 있는데요. 음식은 무엇이든지 골고루 먹는 게 좋습니다. 자극적인 음식만 피하면 됩니다. 영양가 높은 음식으로 삼시세끼 골고루 챙겨 드세요. 규칙적인 운동도 중요합니다. 비만은 재발 위험을 높이므로 체중 관리에도 신경 쓰셔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전국에 있는 대장암 환자들에게 한 말씀.

“너무 불안해하지 마세요. 최철호씨처럼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마음가짐으로 의료진과 협력해 최상의 치료를 받으시길 바랍니다. 환자마다 건강 상태나 암의 양상이 모두 다릅니다. 주치의와 많은 것을 상의하고 공유하시다 보면 환자에게 딱 맞는 치료법을 찾는 데 도움이 됩니다. 대장암 치료는 나날이 발전하고 있고, 앞서 말씀드렸듯이 우리나라 의료진은 최고의 수준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미랑에서 발행하는 좋은 글들 많이 읽으시고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생활하면 충분히 암을 이겨내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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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준 헬스조선 기자 | 김서희 헬스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