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일반
[아미랑] “암 환자는 암 환자가 돕는다” 공감과 위로의 장 ‘아미다해’
한희준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2/10/11 08:50
<아미랑 인터뷰>
“암 환자는 암 환자가 돕는다”
암에 걸리면 힘듭니다. 몸이 아파서 움직이기 쉽지 않고, 우울해서 대외활동도 꺼려집니다. 우울, 무기력, 분노, 후회 같은 감정을 느끼며 여생을 보내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아미다해 조진희 이사장, 윤은정 사무국장, 손연경 감사, 조영란 이사, 정선우 이사는 암 환자입니다. 암에 걸려도 충분히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보다 많은 암 환자가 이를 알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아미다해를 설립했습니다.
아미다해는 암 환자들이 자신감을 회복하고 경제적인 자립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단체입니다. 힘든 투병과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사회활동으로부터 소외된 암 환자들에게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암 환자는 암 환자가 돕는다’는 모토를 가지고 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는데요. 간략히 소개하면 ▲허브티 강좌 ▲훌라춤 강좌 ▲치유밥상 강좌 ▲아유르베다 강좌 ▲연극 심리상담 ▲트래킹 모임 ▲독서 모임 ▲뜨개 모임 ▲플리마켓 등입니다. 여타 강좌나 모임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각각의 강좌나 모임을 이끄는 이들이 모두 암 환자라는 것입니다. 특별한 재능을 가진 암 환자들이 자신과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는 다른 암 환자들을 위해 발 벗고 나서서 도와줍니다. 재능이 없어도 괜찮습니다. 서포터즈로서 관심 가는 모임에 참여해 봉사할 수도 있습니다.
주체적인 삶이 되도록
암 환자를 위한 프로그램은 수없이 많습니다. 병원에서 환자를 모아 강의도 하고, 같은 암을 겪는 사람들끼리 모여 마음을 나누기도 합니다. 아미다해가 특별한 이유는 병원이 아닌 ‘바깥세상’에서 모임이 이뤄지고, 암 종류에 상관없이 누구나 함께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조진희 이사장은 “전국의 병원에서 암 환자들을 위해 다양한 강의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정작 암 환자들은 병원 바깥세상에서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고 싶은 욕구가 크다”며 “암을 겪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암 환자가 정말로 원하는 것들을 실현시키고자 한다”고 말합니다.
암 환자라면 누구나 아미다해의 모든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참여와 별개로 회원으로 활동할 수도 있습니다. 주체적으로 지속적으로 다른 회원들과 소통하며 위로받을 수 있습니다. 한 번 생겨났다가 소리도 없이 사라지는 모임이 돼선 안 됩니다. 지속가능한 모임을 만들기 위해 ‘리더’를 양성하는 데에도 힘씁니다. 각각의 강좌나 모임을 이끄는 리더가 또 다른 리더를 양성해, 시간이 흐르더라도 그 모임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최근에는 서울시 비영리 스타트업 지원 사업에 응모, 선정돼 사업비도 받고 있습니다.
암 이후의 삶 고민할 때
아미다해 운영진은 암 환자들의 삶의 질 향상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습니다. 친구이자 선배이자 가족의 기능을 하는 단체를 만들겠다고 합니다. 이들의 운영철학을 들어봤습니다.
조진희 이사장 “2018년 유방암을 진단받았습니다. 처음에는 제가 암 환자라는 걸 받아들이지 못 했어요. 암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카페에도 가입하지 않았고 모임도 일절 안 나가다가, 우연히 참석한 암 환우 자조모임에서 굉장한 치유를 받았습니다. 이후 다른 모임에서, 암을 이제 막 진단 받은 한 청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누군가 뭐라도 말해주면 좋겠어요’라고 하는 말을 듣고 암 환우를 돕는 모임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조진희 이사장은 아미북스라는 출판사도 운영 중입니다. 암 관련 책을 읽으려 서점에 갔다가 너무 어렵거나 너무 슬픈 이야기들만 있기에, ‘암 환자도 행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책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암 환자가 암 환자를 도우면 충분히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있다’는 확고한 믿음을 갖고 있었습니다.
윤은정 사무국장 “수술이나 항암 치료가 끝나면 주위 사람들은 암 환자를 ‘멀쩡하다’고 생각합니다. 항암으로 인한 부작용과 힘겹게 싸우고 있지만, 머리카락이 다시 자라났다는 이유만으로 마치 다 회복했다고 여기는 겁니다. 암을 겪어본 사람들만이 느끼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암과 싸우고 사회로 복귀하기까지, 아미다해를 통해 많은 환우 분들이 도움을 받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손연경 감사 “암에 걸려도 아프기만 한 사람이 아니라 사회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길 원합니다. 저는 유방암 4기로, 죽음이 앞에 있다는 두려움을 항상 느끼는데요. 두려움 이전에, 저처럼 아픈 사람들과 소통하고 그 분들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늘 앞섭니다. 제가 이 세상에 없을 때에도 지속적으로 암 환우가 서로를 돕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아미다해를 열심히 운영 중입니다.”
조영란 이사 “암에 걸리면 ‘난 병들었다’는 생각에 마냥 힘들어만 합니다. 하지만 그런 때일수록 몸도 마음도 빨리 치유해야 합니다. 같은 경험을 한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위로와 공감이 있습니다. 암이라는 공통점이 있는 사람들끼리 모여 소통하는 창구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정선우 이사 “암 환우들도 밝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걸 널리 알리고 싶습니다. 암 환우들끼리 모여 ‘어떻게 오래 살까’가 아닌 ‘어떻게 밝게 살까’를 고민하기를 원합니다. 암에 걸림으로써 인생의 두 번째 기회를 얻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는 동안 암 환우들이 아미다해를 통해 의미 있는 삶을 사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암 환자 지친 마음 달래는 힐링 편지부터, 극복한 이들의 노하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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