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적당히 일합니다… '조용한 퇴사' 유행 [별별심리]

강수연 헬스조선 기자

'워라밸 사수' 나선 직장인들… '투폰'으로 회사·개인사 분리하기도

▲ 일러스트=박상철 화백


최근 ‘조용한 퇴사(Quiet Quitting)’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조용한 퇴사’는 미국에서 시작된 용어다. 실제로 퇴사한다는 의미가 아닌 심리적 퇴사를 뜻한다. 가령 초과근무를 하지 않고 정시퇴근을 하거나 ‘투폰(두 개의 휴대폰)’을 사용하는 행위가 모두 ‘조용한 퇴사’의 일종이다. 용어에 담긴 의미는 낯설지 않다. 이와 유사한 뜻을 가진 ‘워라밸’이란 용어가 이미 국내에도 널리 퍼져 있기 때문이다. ‘워라밸’을 회사선택의 우선순위로 두고, 회사에 입사해선 ‘조용한 퇴사’를 택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현상이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와 배경은 무엇일까.

◇번아웃증후군, ‘조용한 퇴사’ 원인되기도 
집단주의를 중시하던 과거와 달라진 가치관이 ‘조용한 퇴사’ 유행에 큰 영향을 미쳤다. 경성대 심리학과 임낭연 교수는 “이전엔 회사와 업무를 우선시했다면 현재는 자신의 행복과 권위를 중시하는 가치관으로 변화했다”며 “나의 시간을 중요시 여기는 만큼 정해진 업무 시간 외의 시간은 자율적으로 보내겠다는 의도에서 나온 행동이다”고 말했다. 이는 ‘워라밸’을 중시하는 요즘 직장인의 가치관과 무관치 않다. 임낭연 교수는 “특히 스마트폰은 일과 삶의 경계를 없어지게 만드는 수단이다”며 “‘투폰’을 만들거나 번호를 두 개 쓰는 이유는 자유를 침해당하지 않기 위해 일과 삶을 분리하려는 의도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조용한 퇴사를 택하는 이유로 번아웃증후군, 업무과중으로 인한 스트레스, 일에 대한 흥미 저하 등이 있다. 그중 번아웃증후군은 갑자기 불이 꺼진 듯 사람의 에너지가 방전된 것 같다고 해 붙여진 이름으로, 정신적 에너지가 모두 소진돼 업무·일상 등 모든 일에 무기력해진 상태를 말한다. 번아웃증후군을 겪으면 짜증이나 피로감이 늘고 일 효율이 오르지 않고, 회사에 가기 싫어지며 휴식을 취해도 쉰 것 같지 않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안지현 교수는 “실제로 증상을 살펴보면 번아웃증후군이지만 워라밸을 중시해 조용한 퇴사를 택한다고 착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라며 “번아웃증후군은 경한 우울증에 가까워 방치하거나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경우 더 큰 병으로 악화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조용한 퇴사’ 따라 해도 될까?
회사에 방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조용한 퇴사’를 선택하는 것은 번아웃증후군의 증상 완화와 우울감 해소에 일부분 도움을 줄 수 있다. 번아웃증후군과 우울증은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환경에 있을 때 생기기 때문이다. 안지현 교수는 “회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선에서 자기 주도적으로 일하는 시간을 정해두는 ‘조용한 퇴사’를 실천하는 것을 병적이거나 나쁜 현상만으로 볼 순 없다”면서도 “번아웃증후군과 우울감 해소에 일부분 도움은 되지만 이 경우엔 ‘조용한 퇴사’를 택하는 것보단 근본적인 원인을 찾고 관리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개인 행복 수준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임낭연 교수는 “평가에 너무 연연하다 보면 행복 수준이 떨어지고,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게 돼 자칫 불행해질 수 있다”며 “일터에서 좋은 성과를 받는 것에 목숨 걸거나 연연해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조용한 퇴사'의 바람직한 면을 찾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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