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열지 않고 판막 교체하는 TAVI… 고령자는 건강보험 혜택도"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헬스 톡톡_ 홍그루 세브란스병원 교수

▲ 고령층에서 대동맥판막 협착증이 증가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홍그루 교수는 “호흡곤란, 흉통, 실신이 대표 증상으로, 의심되면 심장 초음파를 적극적으로 받아보라”고 했다. /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심장은 숨을 거둘 때까지 쉼 없이 뛴다. 심장이 뛸 때 혈액이 한 방향으로 흐르게 '문' 역할을 하는 것이 판막인데, 판막은 오래 사용할수록 퇴행성 변화를 겪는다. 오래 사용하다 보면 판막이 잘 열리지 않아 혈액이 원활하게 나가지 못하는 '협착증'이 생기거나, 판막이 잘 닫히지 않는 '역류증'이 생길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심장 판막 질환의 인지도가 현저히 낮다는 것이다. 고령화에 따라 심장 판막 질환은 증가하고 있다. 9월 29일 세계 심장의 날을 맞아,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홍그루 교수를 만나 증가하는 심장 판막 질환에 대해 알아봤다.

―심장 판막 질환은 어떤 질환인가?

"심장에 있는 4개 방(우심실·좌심실·우심방·좌심방)에는 각각 방을 연결하는 문이 있는데 그것이 판막이다. 판막은 혈액이 지나갈 때 문을 열고, 지나간 다음 닫아주는 역할을 한다. 문도 오랫동안 쓰면 기능이 떨어지고 고장나는 것처럼, 100여 년을 쓰는 심장 판막도 점차 나이가 들면서 기능이 떨어지게 돼, 헐거워지거나 제대로 여닫기 어려운 문제가 생긴다. 이것이 심장 판막 질환이다. 심장 판막 중에서도 흔하게 문제가 되는 곳은 좌심실과 대동맥을 연결하는 '대동맥판막'이다. 대동맥판막은 온몸으로 혈액을 내뿜는 곳이다보니 혈압이 높게 걸려 오래되면 판막이 잘 열리지 않는 협착이 발생하기 쉽다. 이를 '대동맥판막 협착증'이라고 하는데, 이 질환은 2010년 9650명에서 2020년 2만8399명으로 10년 새 3배나 증가했다. 대동맥판막 협착증을 방치하면 급사할 수도 있다."

―의심 증상은?

"갑자기 악화되는 호흡 곤란, 흉통, 실신 등이다. 무엇보다 '변화'를 살펴야 한다. 평소에는 아파트 2~3층 정도의 계단은 거뜬히 올랐는데, 갑자기 숨이 가쁘다든지, 운동 중에 가슴이 조이고 아프다면 판막 문제를 의심해봐야 한다. 뇌로 가는 혈액의 양이 적어지기 때문에 갑자기 기절하는 실신 증상, 심부전으로 인해 다리 부종이나 복수가 차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 경우 일단 한번 의심을 해보고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가장 기본 검사는 심전도 검사와 흉부 엑스레이다. 그리고 나서 심장 초음파를 통해 판막의 구조, 질환의 진행 정도 등을 정확하게 확인한다."

―약물 치료도 가능한가?

"초기와 중기에 시행해볼 수 있다. 혈압약이나 이뇨제 등으로 판막에 가해지는 압력을 낮춰서 진행을 더디게 하는 효과가 있지만, 문제가 된 판막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것은 아니다. 근본적인 치료는 판막을 수선하거나 교체하는 시술·수술을 하는 것이다. 약물 치료를 하면서 주기적으로 경과를 지켜보다, 증상이 심해지고 심장 기능이 떨어지면 인공 판막으로 교체하게 된다. 그 시점을 판단하는 것이 전문가의 역할이다."

―수술과 시술은 어떻게 이뤄지나?

"전통적으로 해오는 수술은 '대동맥판막 치환술'로, 가슴을 열고 심장을 정지시킨 후 망가진 판막을 도려내 인공판막을 넣어주는 방식이다. 심장을 열지 않고도 판막을 교체하는 TAVI 시술(경피적 대동맥 판막 삽입술)도 있다. 이 시술의 경우 대퇴 동맥을 통해 기구를 삽입, 대동맥판막 위치에서 인공 판막을 펼치는 방식이다. 조영제를 쓸 필요가 없고 대부분 수면 마취로 간편하고 안전하게 시행하고 있다."

―치료법 선택은 어떻게 이뤄지나?

"현 건강보험 가이드라인이나 글로벌 치료 지침에 따르면 심장 초음파를 전문으로 보는 판막 전문의, 흉부외과 전문의, 중재 시술 전문의 등 관련 전문의가 모두 참여한 '심장 통합 진료팀'의 논의를 거쳐 최적의 치료법을 선택한다. 각 치료법 별로 장단점이 다르기 때문에 환자의 나이, 병의 중증도, 판막 상태, 라이프 스타일 등을 고려해서 수술과 시술 중에 더 적절한 치료법을 결정한다. 이 과정에서 환자와 보호자의 의견도 반영한다. 수술의 경우 판막의 내구성이 보다 장기간 입증됐다. 때문에 기대여명이 많이 남은 70세 미만 환자는 주로 수술을 권고한다. 70~80세는 수술의 위험도를 판단해 결정, 80세 이상은 시술을 권고하는 추세다."

―TAVI 시술,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과거에는 TAVI 시술에 적합한 환자여도 건강 보험이 20%밖에 적용이 안 됐기 때문에 환자가 80%의 치료비를 부담해야 했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TAVI 시술의 안전성이 입증이 되고 글로벌 가이드라인도 개정이 되면서 지난 5월부터 우리나라도 80세 이상 환자나, 수술이 불가능하거나 수술 고위험군인 환자에서는 TAVI 시술의 혜택이 더 높은 것으로 판단, 95%의 보험 급여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80세 미만의 환자에서는 수술의 위험도를 따져 수술 중간 위험군은 50%, 수술 저위험군은 20%의 보험이 적용된다."

―심장 판막 질환 관리법은?

"심장을 건강하게 오랫동안 쓰기 위해서는 덜 쓰는 것, 즉 맥박수를 느리게 유지하는 게 좋은데, 이를 위해서는 평소에 체력 관리, 체중 조절, 규칙적인 운동이 필수다. 무엇보다 혈압이 높으면 판막에 가해지는 압력이 높을 수밖에 없으니 혈압 관리도 매우 중요하다. 60~70대가 되면 언제든 판막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하고, 검사를 받기를 권한다. 요즘은 심장 초음파도 건강 보험이 되기 때문에 의심 증상이 있거나 청진, 심전도, 엑스레이상 문제가 의심되면 심장 초음파를 적극적으로 받아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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