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비.바] 밤에 먹으면 정말 더 살 찔까?

박소현 대한비만학회 위원(한림대 식품영양학과) ​

[대한비만학회-헬스조선 공동기획] 잘못된 비만 상식 바로잡기(잘.비.바) 36편



건강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최근 유행하는 간헐적 단식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간헐적 단식은 말 그대로 일정시간 동안 식사를 하지 않고 굶는 것을 뜻한다. 간헐적 단식에는 다양한 형태가 있는데 대표적이고 가장 단순한 방식은 하루에 14시간 정도 금식을 하고, 식사나 간식은 10시간 안에만 섭취하는 것이다(14/10방식). 예를 들어, 14/10 방식을 실천하고자 한다면, 19시에 저녁 식사를 마치고, 14시간 후인 오전 9시 이후에 첫 음식 섭취하는 것이다. 물론 16시간 금식에, 8시간 취식(16/8 방식)과 같이 좀 더 엄격한 방식도 있다. 그 사이에는 물 이외 열량이 있는 어떤 음식도 섭취하지 않는다. 이러한 간헐적 단식은 소화기계에 휴식을 주면서 세포가 회복할 수 있게 도와주고, 체지방을 분해하는데 도움을 주며, 다양한 신체 대사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방식은 특별히 섭취하는 음식의 구성을 바꾸지 않으면서도, 체중감량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온다.

일주기 리듬은 하루 동안 해가 뜨고 지는 자연의 시계에 따라 우리 몸에도 수면과 취침을 관장하는 자연적이고 내부적인 생리적 시계를 가리키는 말이다. 전기가 발명되고 보편화 되기 전까지 인류는 해가 뜨면 하루를 시작하고, 해가 지면 몸을 쉬고 수면을 취했다. 당연히 밤 늦게까지 전자기기를 사용하고, 배달앱을 통해 야식을 시켜 먹는 일은 없었다는 얘기다. 우리의 선조들은 어쩔 수 없이 위에 설명한 간헐적 단식을 실천했던 것이다.  이렇게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우리의 몸에는 일주기의 리듬에 따라 생활하는 것이 각인이 되었다. 이러한 선조들의 식사 방식을 우리의 유전자가 기억해서 일까? 최근 다양한 연구를 통해 늦은 저녁 식사나 야식 섭취는 우리의 생체리듬을 깨고, 대사에도 악영향을 끼치며, 하루 동안 같은 열량을 섭취 해도 오전이나 낮에 주로 열량을 섭취하는 사람에 비해 늦은 시간에 열량을 섭취하는 사람들의  비만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최근 덴마크 정부는 장기간 야간근무를 할 수 밖에 없는 직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에게 특정 질환이 발생한 경우 야간근무로 인한 일주기 리듬 교란이 질병의 원인이 됨을 인정했다. 국가가 공공의료 기관에서 장기간 근무한 간호사의 유방암과 같은 특정질환에 대한 손해배상을 해준 것이다. 이처럼 자연의 일주기에 어긋나 생활을 하고, 식사를 하는 것이 다양한 질병의 원인이 된다는 과학적 근거를 받아들인 것이다. 한꺼번에 생활 패턴을 바꾸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 그리고 적용하기 어려운 직종도 있다.

그러나 최대한 해가 떠있을 때 식사를 하고, 해가 지면 금식을 하여, 일정 시간 금식을 지키는 것은 옛날 선조가 들으면 그게 무슨 건강 수칙이냐 하겠지만 현대인들에게는 꼭 기억해야하는 건강 수칙이 되었다. 무엇을 먹을 것인가 뿐만 아니라 언제 먹을 것인가를 꼭 생각하자.

몇 년 전 필자의 지인이 구석기 식이(paleo diet)로 체중감량에 성공했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구석기 식이는 1만년 전으로 돌아가 설탕과 쌀이나 밀가루 같은 곡류 섭취를 줄이고, 구석기인들이 먹은 것처럼 최대한 조리를 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식품(방목한 육고기, 생선, 견과류 등) 섭취를 강조하는 것이다.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이와 비슷하기도 하다. 위의 일주기 리듬을 따른 식사를 한다면, 좋아하는 국수나 파스타를 끊지 않고서도 체중감량에 성공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물론 과도한 정제당류 섭취는 어떤 면에서도 체중감량에 도움이 안되니 최대한 자제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국수나 파스타면도 통밀을 사용하면 더욱 바람직하다. 무엇보다 이른 저녁 식사와 공복 상태로 맞는 밤, 체중조절을 위해 잊지 말아야할 중요한 수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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