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둥이 치료 기술 발전… 죄책감 가질 필요 없어" [헬스조선 명의]

전종보 헬스조선 기자

'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미숙아 치료 명의' 한양대병원 박현경 교수​






엄마 뱃속에서 37주 이상을 채우지 못하고 태어난 아기를 ‘미숙아’라고 한다. 여러 가지 검사와 치료를 받기엔 너무 작고 어린 아기지만, 누구보다 씩씩하게 소중한 생명을 하루하루 이어간다. 아기가 임신 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태어났다고 죄책감을 갖거나 절망할 필요는 없다. 다른 아기들보다 조금 일찍 태어났을 뿐, 잘 치료받은 아기들은 인큐베이터를 나와 별 탈 없이 건강하게 성장한다.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 피카소, 아인슈타인 등과 같이 미숙아로 태어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위인들도 있다. 한양대병원 소아청소년과 박현경 교수를 만나 미숙아에게 생길 수 있는 여러 질환과 치료 과정에 대해 들었다. 박 교수의 요청으로 기사에는 미숙아 대신 ‘이른둥이’라는 단어를 썼다. 이른둥이는 미숙아의 부정적 어감으로 인해 대신 사용하는 단어다. 의미는 동일하다.

▲ ▲한양대병원 소아청소년과 박현경 교수/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이른둥이의 기준은?
일반적으로는 아기가 엄마 뱃속에서 40주를 채우고 태어나는 반면, 이른둥이는 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37주 미만으로 태어난다. 세계보건기구에서는 광범위한 범위로 출생 당시 체중이 2.5kg 미만인 아기를 이른둥이로 정의하기도 하지만, 의학적으로는 재태기간, 즉 엄마 뱃속에 있던 기간이 정확한 기준이 된다.

-원인은 무엇인가?
모든 질환이 그렇듯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임신 중 스트레스나 감염, 고령 출산 등이 원인이 될 수 있고, 환경오염으로 인한 체내 호르몬 불균형을 원인으로 보는 의견도 있다. 유전적 요인 또한 배제할 수 없으므로, 첫 임신 때 이른둥이를 출산했다면 두 번째 임신을 했을 때도 산과적 검사와 모니터링을 잘 받아야 한다.

-이른둥이 출산은 증가하고 있나?
현재 우리나라는 전체 출산율이 줄고 있는 반면, 고위험 이른둥이 분만 비율은 약 5%대를 유지하고 있다. 절대적인 숫자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셈이다. 앞서 말했던 산모 고령화, 환경호르몬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이른둥이로 태어날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는가?
임신 중 자궁경관무력증 등으로 인해 자궁 경부 길이가 짧아지거나 자궁 경부가 뱃속에 있는 아기를 견디지 못해 금방 열릴 수 있는 상태일 경우 미리 예측하고 분만 시기를 최대한 지연시킨다. 그러나 질, 자궁 등에 감염이 발생하고 균에 의해 양막이 파열되면 임신부에게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이로 인해 분만할 때까지 예측을 못하기도 한다. 실제 이른둥이 분만은 응급상황인 경우가 적지 않다.

▲ ▲한양대병원 소아청소년과 박현경 교수/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분만 직후 어떤 조치들을 취하나?
이른둥이는 한 가지 특정 장기에만 이상이 있는 것이 아니다. 온몸이 대부분 미숙한 상태이므로, 아기에게 엄마 뱃속과 같은 환경을 만들어주고 모든 기관을 보조해줘야 한다. 호흡 보조가 필요하고, 뇌출혈이 발생하지 않도록 뇌도 보호해야 한다. 위장관 또한 미숙하기 때문에 수유나 분유 선택 등에도 신경을 써야 하며, 콩팥에 생길 수 있는 문제들도 확인한다.

-인큐베이터의 기능은 무엇인가?
엄마 뱃속과 같은 환경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최근 개발되는 기기들은 온도 조절은 물론 엄마 뱃속처럼 100% 습도가 가능하고, 주변 소음이나 해로운 자극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 뱃속에서 엄마 목소리를 간접적으로 듣는 것처럼 목소리를 녹음해 들려주는 오디오 장치도 있으며, 아기 체중을 측정하는 장치가 기기 밑에 장착돼 전처럼 인큐베이터에서 아기를 꺼내 체중을 측정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습도가 높아지면 균이 번식하기 쉬워지므로 감염이 발생하지 않도록 잘 조절·관리해야 한다.

-어떤 검사들이 시행되나?
이른둥이의 경우 모든 검사에 이동식 검사 장비를 사용한다. 아기가 인큐베이터 밖으로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초음파 검사를 할 때도 이동식 초음파 검사 장비를 활용한다. 뇌 초음파 검사를 통해 뇌출혈 여부를 확인하고, 심장 초음파 검사로 심장 기능 및 기형 여부도 살핀다. 콩팥이나 위장관 상태를 파악하려면 복부 초음파 검사가 필요하며, 아기가 잘 성장하고 있고 감염 소견은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혈액 검사를 실시하기도 한다.

-이른둥이에게 발생할 수 있는 질환은?
다양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뇌혈관이 실처럼 가늘기 때문에 작은 충격에도 뇌출혈이 발생하고, 폐포가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못해 숨을 잘 쉬지 못 할 수도 있다. 이른둥이의 경우 분만 후에도 엄마 뱃속이라고 생각해 태아 상태에서 갖고 있던 구조물을 유지하려 하는 경향이 있다. 이로 인해 동맥관이라는 혈관이 닫히지 않으면서 생기는 문제도 있다. 소아나 성인에게 나타나는 장염이 이른둥이에게도 발생할 수 있는데, 이른둥이는 소아·성인과 달리 괴사성장염, 장 천공과 같은 더 위중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미숙아망막증이란?
말 그대로 미숙아에게 발생하는 망막병증이다. 뇌출혈 등과 달리 태어난 후 시일이 지나야 진단·치료가 가능하다. 만삭아는 혈관이 잘 형성돼 정상적으로 혈액이 공급되는 반면, 이른둥이는 혈관이 완전히 형성되지 않을 수 있다. 이후 혈관이 비정상적으로 과형성되는 과정에서 망막이 떨어져 분리되면 시력을 잃을 수도 있다. 다행히 과거보다 치료 기술이 좋아지면서 시력을 잃는 경우는 많이 줄었다.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문제가 발견되면 곧바로 치료할 수 있나?
질환에 따라 다르다. 예를 들어 동맥관이 작게 열려 있으면 아기가 뱃속이 아니라는 것을 인지한 뒤 동맥관이 닫힐 가능성이 있어 경과를 지켜보기도 한다. 반대로 동맥관이 너무 크게 열려 합병증이 우려되고 닫히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 약물이나 결찰 치료를 고려한다. 뇌출혈이 발생한 경우 뇌성마비와 같은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치료해야 한다. 다만 아기는 성인과 달리 개두술을 실시할 수 없기 때문에, 더 이상 출혈이 발생하지 않게 이산화탄소 농도를 유지하는 등 보존적인 요법으로 치료한다. 아직까지 약물 사용에 대해서는 의료진마다 의견이 분분하다. 장 천공이 발생한 경우에는 장에 공기가 차면서 아기가 위중해질 수 있어 발견 즉시 수술치료를 실시하기도 한다.

-신체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은?
이른둥이는 혈관이 보일 정도로 피부가 매우 투명하고, 만삭아에 비해 몸에 털이 많거나 발바닥, 손바닥 등에 주름이 형성돼 있지 않은 경우가 있다. 드물게 눈이 붙어있는 상태에서 태어나기도 한다. 아기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대부분 인큐베이터 안에서 지내면서 해결되는 문제들이다.

-치료 기간은 얼마나 되나?
환자들이 입원 기간에 대해 물으면 ‘뱃속에서 채우지 못한 기간만큼만 돼도 다행이다’고 답한다. 예를 들어 아기가 32주차에 태어났다면 8주 후 퇴원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의미다. 특정 장기에 위중한 합병증이 발생했을 경우 기약이 없을 수도 있다.

-퇴원 후에도 여러 검사나 치료가 필요한가?
이른둥이 또는 고위험 신생아들은 퇴원 후 관리 역시 매우 중요하다. 중환자실에서 받았던 검사들이 있다면 계속해서 해당 검사를 통해 상태를 추적 관찰해야 한다. 뇌출혈이 발견됐다면 뇌 초음파를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MRI검사를 실시할 수도 있다. 미숙아망막증을 앓았던 아기는 망막이 손상될 수 있으므로 주기적으로 눈 상태 또한 확인해야 한다.

-이른둥이 생존율은?
체중이 1kg 미만인 초극소저체중미숙아가 아닌 경우 생존율이 90%에 달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신생아 전문의를 많이 양성하고 치료 기술 또한 발전하면서 생존률이 계속해서 높아지는 추세다. 정부의 치료 지원으로 신생아 중환자실 입원률이 상승한 점, 치료가 급한 환자들이 서울까지 오지 않도록 지역별로 신생아 중환자실 집중치료센터를 구축한 점 등도 영향을 미쳤다. 노하우가 축적되고 기술이 전국적으로 전파되면 지금보다 더 많은 아기들을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 ▲한양대병원 소아청소년과 박현경 교수/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치료 기술은 얼마나 발전했나?
과거와 비교하면 잘 보이지 않는 혈관을 치료하는 기술들이 많이 좋아졌고, 치료에 사용할 수 있는 약물들도 많이 개발·도입됐다. 뇌출혈 치료를 위해 줄기세포를 활용하기도 한다. 수년 전만 해도 신생아에게 에크모 시술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졌으나, 최근에는 에크모 시술을 실시하는 병원들도 늘고 있다. 이밖에 혈액검사·초음파검사 없이 심장질환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는 연구나 아기 분변에서 유익균·유해균을 찾아낸 뒤 괴사성장염, 패혈증이나 자폐증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는 연구들도 진행 중이다. 최적의 치료법을 찾기 위해 인공지능기술을 활용하는 방안도 연구되고 있다.

-이른둥이로 태어난 아기는 또래에 비해 성장이 느린가?
또래와 성장 속도가 비슷한 것을 넘어 과성장하는 아기가 있는가 하면, 반대로 성장 속도가 매우 느린 아기들도 있다. 병원에서는 성장 속도를 확인하면서 적절한 방법으로 성장을 조절한다. 성장 속도가 느리다고 판단되면 일반 분유 대신 탄수화물·단백질·지방 함량을 높인 고열량 분유를 권하기도 한다. 발달장애의 경우 태어나고 최소 1년이 지나서 진단을 내렸으나, 최근에는 여러 검사도구들을 활용해 4개월만 돼도 장애 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 뇌가 더 발달하기 전에 조기 중재가 가능해진 것이다.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다면?
많은 아기들이 생각난다. 이른둥이로 태어나 음식을 소화하지 못하고 숨도 정상적으로 쉬지 못하는 아기였는데, 잘 치료받고 퇴원해 이제는 초등학생이 돼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치료했던 과정들이 생각나고, 아기가 잘 성장했다는 사실이 감동스럽기도 했다.

-이른둥이를 출산한 부모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이른둥이들은 정상으로 태어난 아기를 따라잡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이른둥이라고 해서 무조건 부족하지 않고, 오히려 성장과정에서 더 채워지는 부분들도 있다. 아기가 중환자실에 있으면 모든 것이 미숙하고 정상적으로 성장하기 어려울 것 같지만, 아이슈타인, 나폴레옹, 처칠 등이 그랬듯 이른둥이로 태어나 한 분야에 특출 난 사람이 되기도 한다. 시간과 끈기, 사랑을 갖고 아기가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보조한다면 더 훌륭한 사회 구성원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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