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과
"여드름, 조기치료해야 흉터 막아... 백신 치료법 개발 중" [헬스조선 명의]
이슬비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2/09/13 17:00
'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여드름 명의' 서울대병원 피부과 서대헌 교수
여드름은 정말 흔하다. 청소년기엔 유병률이 90% 이상이고, 젊은 성인을 포함해도 80% 정도다. 그래서인지 크게 질병으로 여기지 않은 채, 집에서 손이나 면봉으로 짜는 경우가 허다하다. 제때 치료했으면 빠르게 흉터 없이 나을 수 있었던 여드름을 잘못 짜, 평생 흉터로 남기기도 한다. 올바른 여드름 치료법을 대통령 자문의인 서울대병원 피부과 서대헌 교수에게 물었다. 서대헌 교수는 세계에서 30명 이내로 저명 여드름 학자를 선임해 여드름 치료 연구 방향을 수립하는 세계여드름연구회 종신위원이자, 세계적인 출판사 'Springer'에서 '여드름: 최신지견과 치료'를 출간한 명의다.
여드름은 피지선과 모낭의 만성 질환이다. 좁쌀 같은 작은 알갱이 병변이 나타나는 것부터 시작하는데, 여기에 염증이 동반되면 붉은 덩어리가 되거나 고름이 차는 등 다양한 형태의 피부 병변이 나타나게 된다. 후유증으로 흉터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부위는 얼굴이지만, 두피, 가슴, 목 등에도 생길 수 있다. 여드름은 주사 피부염과 지루성 피부염과는 완전히 다른 질환이다. 지루성 피부염은 기본적으로 피부에 염증이 있으면서 각질이 일어난다. 두피에 생기면 비듬이 많아지는 게 전형적인 증상이다. 주사 피부염은 얼굴 중심부가 붉어져 일명 딸기코라고 불리는 증상이 생기는 질환이다. 혈관이 확장되고, 피부는 민감해진다.
- 여드름은 왜 생기는가?
매우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안드로겐이라는 호르몬이 피지선을 활성화하면 피지 생성이 많아진다. 모공으로 잘 배출되면 상관이 없는데, 여드름 환자는 여러 가지 이유로 모공이 막혀버린다. 피부 안에 피지, 세포 찌꺼기, 세포에서 만들어낸 케라틴 등이 쌓여 면포라고 불리는 병변인 작은 알갱이가 만들어진다. 면포는 세균이 증식하기 매우 좋은 환경이다. 세균이 활발하게 증식하면 염증 매개 물질이 분비돼, 염증·면역 반응이 생기면서 붉게 곪으며 여드름이 생기게 된다.
- 음식이 여드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던데, 맞는 말인가?
음식은 실제로 여드름의 주요 유발 인자 중 하나다. 둘 사이 상관관계는 이미 확립돼있다. 최근 한국인 여드름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했는데, 가장 주요한 요인은 혈당 부하가 높은 음식이었다. 도넛, 크루아상, 와플, 탄수화물, 컵라면 등 흔히 정크 푸드라고 부르는 것들은 여드름에 해롭다. 또한, 기름기가 많은 음식도 안 좋다. 삼겹살, 치킨 등이 대표적이다. 유제품을 너무 많이 먹는 것도 여드름을 악화할 수 있다. 환자에게 이런 음식들을 아예 먹지 말라고 하면, 잘 지켜지지 않는다. 그래서 실제 진료를 할 땐 먹는 횟수를 줄이거나, 한번 먹을 때 양을 줄이는 등 현실적인 방법을 권고한다. 불규칙한 식사 습관도 여드름에 안 좋다.
청소년기에 나는 사춘기 여드름과 25세 이후 나는 성인 여드름은 다르다. 특히 여성에게서 차이가 크다. 먼저 사춘기 여드름은 이마, 코 등 일명 T 존이라고 불리는 곳에 많이 생긴다. 그러나 성인 여드름은 볼, 턱 등 U 존에 병변이 집중된다. 또한, 성인, 특히 여성은 결절이라고 불리는 굵은 빨간 여드름이 얼굴에 몇 개 나고, 자잘하게 곪는 여드름은 별로 나지 않는 양상을 보인다. 사춘기에는 좁쌀 같은 작은 알갱이 여드름이 나는 비율이 상당히 높다. 성인에서는 성별에 따라 차이가 조금 있는데, 여성은 여드름이 주로 얼굴에 집중되지만, 남성은 가슴과 등도 잘 생긴다. 심한 여드름은 여성보다 남성에게 더 흔하다.
- 더 나이 들어 중년 여성이 폐경하면 여드름이 안 난다고 하던데, 사실인가?
아니다. 폐경은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문제가 되는 거고, 여드름은 안드로겐이라는 호르몬과 관계된다. 따라서 폐경하면 여드름이 안 난다는 것은 틀린 얘기다. 실제로 50~60대 중년일 때도, 80대 노인일 때도 여드름은 난다. 다만, 여드름이 청소년 시기 병변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얼굴에 종기가 나도 여드름이라고 쉬이 생각하지 못할 뿐이다.
- 집에서 직접 압출하는 환자가 많다. 2차 감염만 조심하면 혼자 압출해도 되는가?
반드시 의사의 판단하에 시행하는 것이 좋다. 집에서 압출하지 말라고 하는 이유가 2차 감염이라고 많이들 생각하는데,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 여드름 흉터는 염증의 확산 범위와 비례해 커지는데, 여드름을 뭉툭한 손가락 끝이나 기구로 섣불리 건들면 염증이 더 옆으로 밑으로 확산해 흉터 크기를 키울 수 있다. 피부과에서도 압출은 빠른 효과를 기대할 때 사용하는 보조적 요법이다.
눈썹 사이와 입 양쪽 모서리까지 세 지점을 연결하는 삼각형을 데인저 트라이앵글(danger triangle)이라고 한다. 여드름뿐만 아니라 다른 피부 병변도 이 삼각형 안에 있는 것을 함부로 짜면, 그 과정에서 균이 정맥을 타고 뇌 안으로 들어가 염증을 일으켜 위험한 상황을 유발할 수 있다. 심한 염증일수록, 강하게 짤수록 위험하다. 특히 집에서 함부로 짜면 안 된다.
- 압출 없이 바르거나 먹는 약만으로도 호전이 되는가?
많은 여드름 환자가 바르거나 먹는 약으로 개선될 수 있다. 염증이 있는 부위를 빨리 가라앉히려면 병변 주위에 주사를 직접 놓거나, 광선 치료를 할 수도 있다. 여드름 흉터가 이미 생겼다면, 그땐 레이저 치료나 화학 박피 등 물리적인 요법을 시행해야 할 수도 있다. 치료 방법은 각 병변에 따라 매우 다양하다.
- 여드름이 만성 질환이다 보니, 약을 상당 기간 사용하는 환자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오래 바르거나 복용해도 괜찮은가?
어느 먹는 약이나 부작용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전문의의 권고를 잘 따르면 문제없이 오랜 기간 약을 먹으면서 여드름을 가라앉히고, 재발도 막을 수 있다. 치료 기간과 약용량은 환자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 최근 어떤 치료제가 개발되고 있는가?
먹는 피지 분비 조절제는 좋은 게 많다. 그러나 95% 이상에서 입술이 갈라지고, 피부가 매우 건조해진다. 먹는 약과 비슷한 효과를 내는 바르는 약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 바르는 약으로는 해당 부위에만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등, 가슴 등 광범위한 부위에 있는 여드름에 바르는 약이 개발됐다. 또, 여드름과 관련 있는 호르몬인 안드로겐 수용체를 막아줄 수 있는 바르는 약재도 개발됐다. 천연물질을 여드름 약으로 이용하려는 시도도 계속 이어지고 있고, 다양한 파장대의 빛이나 레이저로 여드름 벽면 자체나 흉터를 완화하려는 연구 결과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여드름 백신이 연구 중이다. 여드름을 유발하는 세균을 타깃으로 하는 백신이다. 박테리오파지라고, 세균을 사냥하는 바이러스가 있는데, 이를 이용해서 여드름균을 사멸시키는 게 목적이다.
- 여드름으로 고생하는 환자가 많은 만큼 속설도 많다. 턱에 나면 자궁이 안 좋다는 둥 여드름 위치를 몸 건강과 연관 짓기도 하고, 여드름이 점을 유발한다고 보기도 한다. 또, 건성 피부는 여드름이 안 생긴다고 알려져 있다. 전부 사실인가?
다 사실이 아니다. 남성에게도 턱에 여드름이 나기도 한다. 여드름 위치와 몸 건강을 연관 짓긴 어렵다. 여드름이 났던 부위에 색소 침착이 생겨, 점처럼 보일 순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점차 연해진다. 또 건성 피부도 피지가 나온다. 여드름이 생긴다.
- 여드름을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여드름은 예방할 수 없다. 그러나 여드름 흉터는 예방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조기에 치료받는 것이다. 여드름이 진행돼 염증이 심해질수록 흉터가 남을 가능성이 커진다. 병변 부위가 확대되기 때문이다. 조기에 치료를 시작하면 강한 약을 안 쓰고도 치료가 잘 된다. 이 시기를 놓치면 흉터가 생기고, 정상 피부로 돌아올 가능성이 점점 작아진다.
- 여드름으로 고생하는 환자에게 마지막 한마디
여드름은 만성 피부 질환이라는 인식이 매우 중요하다. '청춘의 상징' 등의 별명으로 여드름을 질환이 아닌, 그냥 지나가는 현상이라 보는 사람이 많은 듯하다. 그래서인지 여드름이 생기면 빨리 나아야만 한다고 생각하고, 피부과를 찾아가 1~2주 만에 큰 효과가 없으면 다른 피부과를 찾아간다. 여드름은 이렇게 단기간 여러 병원을 찾아다니는 닥터 쇼핑이 잘 일어나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절대로 급하게 마음먹지 말고, 꾸준히 치료받으면 반드시 잘 낫는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