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칼럼] 뇌 신경이 산발적으로 손상되는 병… '다발경화증'을 아십니까

이은재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

자가면역질환… 평생 재발과 회복 거듭 서양에 비해 드물지만, 최근 유병률 급증 MRI·혈액검사로 조기 진단할 수 있어

▲ 이은재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


뇌는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장기이다. 우리는 뇌를 통해 여러 가지 선택을 하고, 기쁨과 슬픔·노여움과 즐거움을 느낀다. 이런 뇌 안의 정보처리는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의 안녕이 위협받게 된다. 예를 들어, 운전할 때 눈에 들어오는 정보를 뇌가 빠르게 처리하지 못하면, 운동반응이 제때 나타나지 못해 사고가 날 수 있다.

뇌는 약 1000억개의 신경세포로 구성돼 있다. 그만큼 복잡한 연결구조를 가진다. 뇌가 잘 활동하기 위해서는 신경세포 사이의 소통이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 신경세포는 전기신호를 사용한다. 신경세포의 길이는 다양한데 긴 것은 1m에 달한다. 일종의 전깃줄인 셈이다. 긴 신경세포를 따라 전기신호가 이동할 때 속도가 느리거나 신호가 약해지면 큰 낭패다. 이를 막기 위해 신경세포는 전깃줄을 감싸는 고무 피복에 해당하는 수초도 가지고 있다. 수초는 신경세포에서 전기신호의 빠른 이동을 돕고, 전기신호가 새어 나가 약해지는 것을 막는다.

신경세포의 수초가 벗겨지는 병을 탈수초 질환이라고 한다. 수초가 손상되면, 신경세포 사이의 신호전달이 원활하지 않게 돼 신경 증상이 나타난다. 탈수초 병변이 중추신경계(뇌·시신경·척수 등)의 여러 곳에 걸쳐 반복돼 나타나면 다발경화증이라고 한다. 뇌 부검 조직을 살펴보면, 딱딱한 탈수초 병변이 여러 군데 관찰된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다발경화증은 자가면역질환으로, 평생에 걸쳐 재발과 회복을 반복한다. 일부 환자는 재발 없이도 지속적으로 진행하면서 나빠지기도 한다. 잦은 재발과 질병의 진행은 심각한 신경학적 후유증을 가져올 수 있다. 따라서, 이들이 나타나기 전에, 위험을 빨리 알아채고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 적절히 치료하면, 완치는 어렵더라도 신경장애는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발경화증 신약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최근의 상황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위험을 빨리 발견하는 것이 쉬운 일만은 아니다. 병변의 위치에 따라서는 운동마비나 시력감소 같은 분명한 증상이 아닌, 우울감이나 인지기능 감소 등 가벼운 증상만을 나타낼 수 있기 때문이다. 환자 스스로도 질병의 재발과 악화를 명확히 알기 어려울 수 있다.

다발경화증의 악화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전문 의료진을 통한 면밀한 관리가 필요하다. 특히, 정기적으로 자세한 진찰과 MRI 검사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에는 혈액검사로 신경세포 단백질을 측정하면 다발경화증을 더욱 민감하게 모니터링할 수 있다고 국내외 연구진들이 보고하고 있다. 이들 기술은 머지않아 진료실에도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다발경화증의 진단과 치료는 한층 더 발전될 것이다.

국내에서는 서양에 비해 다발경화증이 드물지만, 최근 유병률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건강검진에서 뇌 MRI를 촬영한 뒤 탈수초 병변이 의심된다고 신경과를 내원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다발경화증에 대해 더 잘 알고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뇌 안의 전깃줄이 손상되면, 더 이상의 재발과 악화를 막는 것이 절실한 만큼, 전문 의료진과 함께 앞으로의 위험을 관리해 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지니메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