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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컷] ‘혈소판 한 팩 200만원’… 피를 사고 판다고?

오상훈 헬스조선 기자

코로나로 혈액 부족해지자 매혈 사례 증가
수혜자·기증자 서로 아는 지정헌혈제 악용
기증자 정보 몰라야 헌혈 취지 살릴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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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포그래픽=헬스조선DB
지정헌혈은 헌혈자가 의료기관 및 환자를 직접 선택해서 하는 헌혈입니다. 일반 헌혈과 달리 수혜자와 기증자가 서로를 알게 됩니다. 코로나19 이후 혈액보유량이 감소하자 지정헌혈 건수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환자와 보호자들이 수술과 치료를 위해 직접 헌혈자를 구하고 다니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헌혈을 대가로 돈을 요구하거나 제시하는, 사실상 ‘매혈’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일까요?

◇2021년 지정헌혈 건수, 전년 대비 2배 증가
환자에게 혈액이 전달되는 경로는 두 가집니다. 하나는 대한적십자사 같이 공인된 기관이 헌혈을 통해 비축한 혈액입니다. 이 혈액을 전달받은 의료기관은 수혈 가이드라인에 따라 환자들에게 수혈합니다. 나머지 하나는 환자가 직접 구하는 방법입니다. 환자나 보호자가 요청하면 헌혈자는 직접 의료기관과 환자를 선택해 헌혈합니다.

지정헌혈 건수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실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정헌혈 건수는 2018년 1만9953건, 2019년 4만5429건, 2020년 7만7151건으로 늘어났습니다. 2021년엔 14만2355건으로 전년 대비 두 배 가량 급증했습니다. 올해엔 1월~6월까지 7만5870건이 기록돼 지난해와 비슷한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병원이 지정헌혈 권유하는 근본적 원인은 혈액난
반대로 헌혈 건수는 감소하고 있습니다. ‘헌혈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헌혈 실적은 260만건으로 전년대비 0.3% 감소했습니다. 2018년 288만 건에서 2019년 279만건, 2020년 261만건으로 감소추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미크론이 확산됐던 지난 2월에는 혈액보유량이 3~4일 대에 머물면서 적정보유량(5일)의 70~80% 정도에 불과한 날이 잦기도 했습니다. 혈액보유량이 ‘심각(1일분 미만)’ 단계에 이르면 환자 생명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끼칩니다.

혈액 부족 상황에서는 병원도 환자에게 지정헌혈을 권유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주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임영애 교수(국가 혈액관리위원장)는 “환자가 얼마나 발생할지 알 수 없으므로 혈액 사용량은 계획할 수 없다”며 “그렇기 때문에 혈액난 상황에서 중요한 건 대한적십자사 쪽에서 혈액이 부족하다고 신호를 빠르고 정확하게 보내야 하는 건데, 이런 신호를 잘 주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그는 “혈액이 없으면 수술할 수 없는 병원 입장에서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지정헌혈을 권유하는 실정”이라고 말했습니다.


◇혈소판 한 팩에 200만원? “드물지만 사례는 할 수밖에…”
지정헌혈건수가 증가하면서 사실상 매혈 사례도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관련 통계는 없지만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선 종종 지정헌혈에 대해 금전적 이익을 요구하거나 제시하는 글들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는 기증자와 수혜자가 서로를 알게 되는 지정헌혈의 허점 때문입니다. 지정헌혈 플랫폼 ‘피플’의 김범준 대표는 “드물지만 오픈 채팅방을 통해 혈소판 하나에 200만원을 요구하는 사례 등이 신고된 적이 있다”며 “환자와 헌혈자가 서로 연락처를 알고 있어야 헌혈을 허락하는 현행 지정헌혈제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혈액은 사고 팔 수 없습니다. 혈액관리법 제3조에 따르면 누구든지 금전, 재산상의 이익을 받기로 하고 자신의 혈액을 제공해서는 안 됩니다. 위반 시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합니다. 환자들도 이를 모르는 건 아닙니다. 한국백혈병환우회 안기종 대표는 “병원이 혈액을 구해오라고 하면 환자나 보호자 입장에서는 발로 뛸 수밖에 없다”며 “특히 백혈병 환자들은 지속적으로 혈소판이 필요한데 헌혈 시간만 1시간 30분 정도 소요돼 헌혈자에게 최소한 식사라도 대접해야 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합니다. 또 “당장 금전적인 거래가 많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지정헌혈 건수가 더 증가하면 혈액을 구매하는 사람들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헌혈 본질 살리려면 수혜자 기증자 서로 몰라야
전문가들은 지정헌혈제가 본래의 취지대로 활용되려면 수혜자와 기증자가 서로 몰라야 한다는 데 동의합니다. 환자와 헌혈자가 직접 연결되기 때문에 매혈은 물론 특정 사연에 혈액이 몰린다는 것입니다. 김범준 대표는 “예컨대 A병원의 환자 10명이 지정헌혈이 필요하다면 헌혈자가 A병원만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병원 자체적으로 혈액을 운용할 수 있고 환자와 헌혈자가 연결이 되지 않기 때문에 부작용도 완화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임영애 교수는 “가족의 혈액만 원하는 환자들도 있고 헌혈의 동기도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지정헌혈은 필요한 측면이 있다”며 “다만 조혈모세포 기증처럼 최소한 환자들은 헌혈자의 정보를 알 수 없어야 헌혈이 본래 순수한 취지대로 기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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