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간호사의 죽음] ② 신경외과 의사수 'OECD 2위'의 허와 실

“뇌혈관 수술하는 의사들 멋있긴한데 평생 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다. 응급 중환자가 많고, 뇌출혈 특성상 의사는 최선을 다했지만 환자가 사망할 수 있는데 이런 상황이 되면 의사가 비난받거나 송사에 휘말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송사 한 번 겪으면 정말 의사하기 싫어진다고 하더라” (서울 한 대형병원 A 수련의)
“전공의 주 80시간 근무 의무화 때문에 비는 인력 공백을 전임의가 때우느라 주 140시간 일한다. 온콜(긴급대기) 당직을 퐁당퐁당 혹은 매일 서지만 당직비 청구는 눈치보여 못하고 온콜 택시비는 수기로 입력해야 5만원 나온다. 나이 들어 교수가 돼도 월급을 시급으로 계산하면 2만원 수준이고, 가정에 소홀해서 원망 듣고 이혼당할까봐 두려워하는 사람이 주변에 많다. 솔직히 지금 교수들은 사명감에 버티지만, 10~20년 뒤에는 교수 후배가 없을까봐 걱정한다” (수도권 국립대병원 신경외과 B 전임의)
“전공의 주 80시간 근무 의무화 때문에 비는 인력 공백을 전임의가 때우느라 주 140시간 일한다. 온콜(긴급대기) 당직을 퐁당퐁당 혹은 매일 서지만 당직비 청구는 눈치보여 못하고 온콜 택시비는 수기로 입력해야 5만원 나온다. 나이 들어 교수가 돼도 월급을 시급으로 계산하면 2만원 수준이고, 가정에 소홀해서 원망 듣고 이혼당할까봐 두려워하는 사람이 주변에 많다. 솔직히 지금 교수들은 사명감에 버티지만, 10~20년 뒤에는 교수 후배가 없을까봐 걱정한다” (수도권 국립대병원 신경외과 B 전임의)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건의 본질은 '전문 치료 의사 부족'에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사실이 있다. 한국에 신경외과 의사는 많다. OECD 국가 중 일본 다음으로 많다. OECD국가의 ‘인구 10만 명 당 신경외과 의사수’를 보면, 우리나라의 경우 4.7명으로 일본 5.8명 다음으로 많다. OECD 평균인 1.3명에 비해서도 훨씬 높은 수준. 그런데 왜 의사가 없다고 하는 걸까? 신경외과 교수들은 말한다. "신경외과 의사가 없는 건 아니다. 뇌혈관 전공을 안 하려는 게 문제다."
◇대체불가 뇌혈관외과 전문의
신경외과는 크게 뇌와 척추로 전공이 나뉜다. 뇌는 뇌혈관과 뇌종양으로 나뉘는데, 둘다 고도의 술기를 요하는 분야지만 뇌혈관 전공 의사의 경우 ‘응급’이면서 중증인 뇌출혈 환자를 주로 본다. 뇌혈관이 터진 환자가 언제 올지 모르기 때문에 365일 24시간 대기를 해야 한다. 수도권 대형병원에는 그나마 2~3명의 뇌혈관외과 의사가 있어 돌아가며 대기를 하지만, 지방의 큰 병원에는 한 명이 담당한다. 응급 개두술을 할 수 있는 뇌혈관외과 의사가 없어 사망한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건이 지방에서는 비일비재하게 일어날 것이라고 추측하는 게 무리는 아닌 이유다.
뇌혈관 수술 자체의 특성도 있다. 수술이 고난도라 ‘아무 의사’나 할 수 없다. 일단 개두술의 경우 주도적으로 하려면 교수가 되고도 5년의 경력은 쌓여야 한다. 같은 응급질환이라도 맹장염·담낭염 같은 경우 꼭 대장항문외과·간담췌외과가 아니더라도 일반외과 의사가 응급 수술을 할 수 있는 것과 다르다. 뇌혈관 수술은 대체불가다. 이런 ‘고급 인력’이 몇 안 되다보니 뇌혈관외과 의사 부족 문제가 계속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 최근에는 개두술이 아닌 대퇴동맥으로 코일을 넣어 뇌혈관을 막는 코일 색전술이 급격히 늘면서 뇌혈관외과 의사라고 해도 개두술을 충분히 배울 기회가 적어진 문제도 있다.
◇다른 과보다 힘들어… 중도탈락률 높아
뇌혈관외과 세부전공을 하려면 신경외과 전공의를 거쳐야 한다. 신경외과 전공의 지원율은 거의 100%를 채운다. 소아청소년과(28.1%, 2022년 기준), 흉부외과(47.9%)에 비하면 아주 양호한 성적이다. ‘척추 질환’ 수요 때문으로 분석되는데, 전공의 지원율은 높은 편이지만 중도 탈락자(5~10%)가 많다. 대한신경외과학회 김대현 수련교육이사는 "다른 과에 비해 응급이면서 중환자가 많기 때문"이라며 "당직을 해도 응급 환자 진료 시간이 길어 1~2년차 뿐만 아니라 3~4년차 전공의도 근무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술이 어려워 많은 교육과 긴 수련 기간이 필요한 것도 중도 탈락률을 높이는 이유다.
2017년부터는 전공의 주 80시간 근무가 의무화되면서 업무 부담이 전임의에게 지워지고 있다. 전임의는 대학병원에 남아 교수를 하려는 의사다. 신경외과 전임의 수는 2019년 102명에서 2022년 86명으로 크게 줄었다. 특히 뇌혈관외과 전임의는 더 부족한 실정. 삼성서울병원 등에는 개두술을 하는 뇌혈관외과 전임의가 없다.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도 1명에 불과하다. 김대현 이사는 “개두술이 가능한 뇌혈관외과 의사가 3~4명 돼야 이상적인데, 그러려면 매년 전임의가 28~34명 지원해야 되지만 현재 절반도 안되는 15명이 지원하고 있다”며 “큰 병원이라 해도 뇌혈관 수술을 할 수 있는 의사가 1~2명에 불과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최근 송도 세브란스병원, 시흥 서울대병원, 평택 아주대병원 등 수도권에 잇따라 대형병원이 개원하고 있는데, 이들 병원에는 개두술을 하는 뇌혈관외과 의사가 없을 수도 있다”고 했다.
◇병원이 뇌혈관외과 의사 안 뽑는다?
뇌혈관외과 의사 부족을 ‘병원 경영’ 때문으로 보는 해석도 있다. 서울아산병원 같이 큰 병원임에도 불구하고 뇌혈관외과 의사를 충분히 채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은 성명을 내고 “대형병원이 수익성 문제로 인력 고용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은 병원이 상업적‧비윤리적으로 경영된다는 반증”이라며 정부에 필수의료인력 확충을 위한 방안 마련을 주문했다.
대한의사협회 박수현 홍보이사는 “뇌혈관 수술은 수술 시간은 오래 걸리는데, 환자들의 예후도 좋지 않고 수가가 낮아 병원으로서는 성과를 기대할 수 없는 구조”라며 “결국 뇌혈관외과 교수들은 온종일 온콜 받고 환자들을 살리면서도 병원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뇌혈관 수술을 하기 위해서는 수술실에 통상 의사 2명과 마취의, 간호사가 들어간다. 그러나 병원이 지급 받는 정부 수가는 클립 결찰술(개두술)의 경우 단순 290만 원에서 복잡 370만 원에 불과하다. 의사 한 명이 비급여로 진행하는 쌍꺼풀 수술이나 코 수술, 지방흡입수술과 비슷한 수준이다.
수도권 국립대병원 신경외과 B 전임의는 “병원이 뇌혈관 수술을 할수록 더 많은 손해를 감당해야 하는 구조다 보니 병원에서 인력을 일단 많이 안 뽑아준다”며 “적은 숫자로 돌아가며 온콜 당직을 하는데, 흉부외과처럼 수가 가산액도 없고 수가가 낮다보니 뇌혈관외과 의사들의 월급도 적은 편”이라고 했다. 그는 “사명감에 혼자 뇌혈관 수술을 하겠다고 병원에 남으면 최악의 삶을 살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 방재승 교수는 "지금 당장 자신이나 가족이 뇌출혈로 쓰러졌을 때 가장 가까운 큰 병원을 간다고 치자. 그 병원에 뇌혈관 수술을 할 수 있는 의사가 없을 수 있다"며 "국민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의사들의 처우를 꼭 생각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MRI, 초음파 검사보다 뇌혈관 수술 같은 국민 생명에 직결된 질환에 건강보험 재정이나 별도 재정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대체불가 뇌혈관외과 전문의
신경외과는 크게 뇌와 척추로 전공이 나뉜다. 뇌는 뇌혈관과 뇌종양으로 나뉘는데, 둘다 고도의 술기를 요하는 분야지만 뇌혈관 전공 의사의 경우 ‘응급’이면서 중증인 뇌출혈 환자를 주로 본다. 뇌혈관이 터진 환자가 언제 올지 모르기 때문에 365일 24시간 대기를 해야 한다. 수도권 대형병원에는 그나마 2~3명의 뇌혈관외과 의사가 있어 돌아가며 대기를 하지만, 지방의 큰 병원에는 한 명이 담당한다. 응급 개두술을 할 수 있는 뇌혈관외과 의사가 없어 사망한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건이 지방에서는 비일비재하게 일어날 것이라고 추측하는 게 무리는 아닌 이유다.
뇌혈관 수술 자체의 특성도 있다. 수술이 고난도라 ‘아무 의사’나 할 수 없다. 일단 개두술의 경우 주도적으로 하려면 교수가 되고도 5년의 경력은 쌓여야 한다. 같은 응급질환이라도 맹장염·담낭염 같은 경우 꼭 대장항문외과·간담췌외과가 아니더라도 일반외과 의사가 응급 수술을 할 수 있는 것과 다르다. 뇌혈관 수술은 대체불가다. 이런 ‘고급 인력’이 몇 안 되다보니 뇌혈관외과 의사 부족 문제가 계속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 최근에는 개두술이 아닌 대퇴동맥으로 코일을 넣어 뇌혈관을 막는 코일 색전술이 급격히 늘면서 뇌혈관외과 의사라고 해도 개두술을 충분히 배울 기회가 적어진 문제도 있다.
◇다른 과보다 힘들어… 중도탈락률 높아
뇌혈관외과 세부전공을 하려면 신경외과 전공의를 거쳐야 한다. 신경외과 전공의 지원율은 거의 100%를 채운다. 소아청소년과(28.1%, 2022년 기준), 흉부외과(47.9%)에 비하면 아주 양호한 성적이다. ‘척추 질환’ 수요 때문으로 분석되는데, 전공의 지원율은 높은 편이지만 중도 탈락자(5~10%)가 많다. 대한신경외과학회 김대현 수련교육이사는 "다른 과에 비해 응급이면서 중환자가 많기 때문"이라며 "당직을 해도 응급 환자 진료 시간이 길어 1~2년차 뿐만 아니라 3~4년차 전공의도 근무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술이 어려워 많은 교육과 긴 수련 기간이 필요한 것도 중도 탈락률을 높이는 이유다.
2017년부터는 전공의 주 80시간 근무가 의무화되면서 업무 부담이 전임의에게 지워지고 있다. 전임의는 대학병원에 남아 교수를 하려는 의사다. 신경외과 전임의 수는 2019년 102명에서 2022년 86명으로 크게 줄었다. 특히 뇌혈관외과 전임의는 더 부족한 실정. 삼성서울병원 등에는 개두술을 하는 뇌혈관외과 전임의가 없다.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도 1명에 불과하다. 김대현 이사는 “개두술이 가능한 뇌혈관외과 의사가 3~4명 돼야 이상적인데, 그러려면 매년 전임의가 28~34명 지원해야 되지만 현재 절반도 안되는 15명이 지원하고 있다”며 “큰 병원이라 해도 뇌혈관 수술을 할 수 있는 의사가 1~2명에 불과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최근 송도 세브란스병원, 시흥 서울대병원, 평택 아주대병원 등 수도권에 잇따라 대형병원이 개원하고 있는데, 이들 병원에는 개두술을 하는 뇌혈관외과 의사가 없을 수도 있다”고 했다.
◇병원이 뇌혈관외과 의사 안 뽑는다?
뇌혈관외과 의사 부족을 ‘병원 경영’ 때문으로 보는 해석도 있다. 서울아산병원 같이 큰 병원임에도 불구하고 뇌혈관외과 의사를 충분히 채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은 성명을 내고 “대형병원이 수익성 문제로 인력 고용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은 병원이 상업적‧비윤리적으로 경영된다는 반증”이라며 정부에 필수의료인력 확충을 위한 방안 마련을 주문했다.
대한의사협회 박수현 홍보이사는 “뇌혈관 수술은 수술 시간은 오래 걸리는데, 환자들의 예후도 좋지 않고 수가가 낮아 병원으로서는 성과를 기대할 수 없는 구조”라며 “결국 뇌혈관외과 교수들은 온종일 온콜 받고 환자들을 살리면서도 병원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뇌혈관 수술을 하기 위해서는 수술실에 통상 의사 2명과 마취의, 간호사가 들어간다. 그러나 병원이 지급 받는 정부 수가는 클립 결찰술(개두술)의 경우 단순 290만 원에서 복잡 370만 원에 불과하다. 의사 한 명이 비급여로 진행하는 쌍꺼풀 수술이나 코 수술, 지방흡입수술과 비슷한 수준이다.
수도권 국립대병원 신경외과 B 전임의는 “병원이 뇌혈관 수술을 할수록 더 많은 손해를 감당해야 하는 구조다 보니 병원에서 인력을 일단 많이 안 뽑아준다”며 “적은 숫자로 돌아가며 온콜 당직을 하는데, 흉부외과처럼 수가 가산액도 없고 수가가 낮다보니 뇌혈관외과 의사들의 월급도 적은 편”이라고 했다. 그는 “사명감에 혼자 뇌혈관 수술을 하겠다고 병원에 남으면 최악의 삶을 살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 방재승 교수는 "지금 당장 자신이나 가족이 뇌출혈로 쓰러졌을 때 가장 가까운 큰 병원을 간다고 치자. 그 병원에 뇌혈관 수술을 할 수 있는 의사가 없을 수 있다"며 "국민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의사들의 처우를 꼭 생각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MRI, 초음파 검사보다 뇌혈관 수술 같은 국민 생명에 직결된 질환에 건강보험 재정이나 별도 재정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