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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컷] 폭염에 가로수가 저절로 불탔다? ‘자연발화’ 주의

오상훈 헬스조선 기자

살아있는 나무 수분 많아 가능성 낮지만
라텍스 베개, 직사광선에 자연발화 사례
뙤약볕 아래 주차했다면 열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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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조선DB
전 세계에서 기록적인 폭염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영국에선 철로가 휘어 열차 운행이 중단되는가 하면 알프스 산맥의 어는 점이 높아지기도 했습니다. 149년 만의 기록적인 폭염을 겪고 있는 중국에선 가로수에서 불이 붙었다는 내용의 보도가 나왔는데요. 40도 남짓의 폭염이 발화 원인으로 지목됐다고 합니다. 제아무리 폭염이라도 자연적으로 나무에 불이 붙는 게 가능한 일일까요?

◇가로수, 자연적으로 불탈 가능성 낮다

물질이 연소하려면 세 가지가 필요합니다. 점화원(불), 가연물, 산소입니다. 셋 중 하나라도 없으면 불이 붙지 않습니다. 다만 물질 안의 열이 화학적 반응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계속 쌓이면 스스로 연소할 수도 있습니다. 즉, 자연발화는 물질 내부의 열이 발화점을 넘어 자연발화온도에 이를 정도로 축적돼 불이 붙는 현상입니다. 자연발화온도는 물질마다 다릅니다. 목재의 발화점은 약 270도, 자연발화온도는 400도 정도라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제아무리 폭염이라도 가로수에 자연적으로 불이 붙을 가능성은 낮다고 말합니다.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공하성 교수는 살아있는 나무는 수분이 너무 많아서 열 축적 자체가 어려운 구조라고 말합니다. 김포소방서 이종인 화재조사관은 그나마 가능성이 있는 건 나무 구멍 내부가 썩으면서 발생하는 발효열에 의한 자연발화인데 이마저도 살아있는 가로수에선 어렵다며 담뱃재 등에 의한 인화일 확률이 높다고 말합니다. 만약 나무가 폭염에 쉽게 불탔다면 적도 인근의 숲은 전부 사라지지 않았을까요?

◇일상에선 라텍스, 기름 묻은 휴지 자연발화할 가능성 커

가로수는 어렵지만 자연발화 사례는 꽤 있습니다. 특히 한국에선 111년 만의 폭염이 찾아왔던 2018년에 많이 발생했습니다. 7월에만 전국적으로 59건의 자연발화 사례가 보고됐는데 주로 폐기물이나 제조 시설에 집중됐습니다. 목공용 광택도료가 묻어있던 헝겊이 자연발화해서 리모델링 중이던 건물을 불태웠고 기름 제조에 쓰이는 깻묵은 김 공장을 전소시켜 100억원 가량의 재산피해를 내기도 했습니다.


가정집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의자 위에 올려뒀던 라텍스 베개가 창문을 통해 들어온 직사광선에 자연발화한 것입니다. 다행히 큰 피해로 번지지는 않았지만 일상에서 흔하게 사용하는 물품이 자연발화할 수 있다는 게 확인된 사례였습니다. 2017년엔 기름 묻은 휴지가 화재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습니다. 소방당국의 화재 원인 조사 결과 발화 시작 지점은 비닐봉지 안이었는데 명확한 발화원이 없어서 기름을 닦은 휴지에 열이 축적돼 자연발화 한 것으로 추정한 것입니다.

자연발화도 잘 발생하는 조건이 있습니다. 통풍이 잘되지 않은 장소와 물질의 낮은 열전도율은 열 축적에 용이합니다. 물질 내부에서 촉매반응으로 열을 생성할 수 있는 성분이 있어도 마찬가집니다. 이종인 화재조사관에 따르면 라텍스의 경우 고무 성분이기 때문에 열전도율이 낮고 기공이 많아 한 번 흡수한 열을 쉽게 빼앗기지 않습니다. 또 세탁 과정에서 묻은 화학약품 등이 촉매반응을 일으켜 내부의 열을 축적했을 수 있습니다.

◇뙤약볕 주차해놓은 자동차 유의해야…

위와 같은 사례를 고려했을 때 폭염의 날씨에 라텍스 베개나 매트리스를 건조한다고 강한 햇볕이 내리쬐는 창가나 베란다 등에 놓아두는 건 위험합니다. 폐기하기 위해 야외에 내놨을 때도 마찬가집니다. 30분 만에 표면 온도가 100도까지 치솟았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라텍스 성분의 물질은 통상 150도가 넘어가면 자연발화할 수 있다고 합니다. 기름 묻은 휴지는 주변에 발화점이 낮은 물질이 있거나 가연성 물질이 있으면 불이 붙을 수 있기 때문에 휴지를 맨손으로 잡을 수 있을 정도로 식힌 뒤에 버리는 게 좋습니다.

여름철 뙤약볕에 주차해놓은 자동차 내부도 유의해야 합니다. 온도가 70~80도까지 올라가며 자연발화가 잘 일어나는 조건에 어느 정도 부합하기 때문입니다. 공하성 교수는 특히 미숫가루처럼 가루로 된 물질은 자동차 안에 두지 않는 게 좋다고 말합니다. 가루 사이사이로 산소가 공급돼 축적된 열이 발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종인 화재조사관은 기름으로 이뤄진 튀김찌꺼기 등은 산화열에 의해 자연발화할 수 있으므로 차 안에 두면 안 된다고 말합니다.

굳이 자연발화가 아니더라도 여름철 자동차 내부는 위험합니다. 라이터가 터질 수 있으며 대시보드 위에 올려 둔 페트병이 빛의 굴절을 유도해 화재로 이어진 사례도 있습니다. 폭염 시에는 지하주차장처럼 햇볕이 들지 않는 곳에 주차하고 지상에 주차해야 한다면 앞좌석에는 최대한 아무것도 두지 않는 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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