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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되던 골프가 왜 안 되지? '입스'의 악몽​

이해나 헬스조선 기자 | 이원영 헬스조선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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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없이 원래 하던 운동이 안된다면 입스(Yips)​를 의심할 수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아마추어프로골퍼 김모(35)씨는 갑자기 드라이버가 안 되고, 필드에 나설 때마다 심장이 두근거려 골프를 칠 수 없었다. 훈련을 많이 했지만, 실력이 돌아오지 않았고, 아무리 검사를 해도 원인을 찾을 수가 없었다. 이런 경우 ‘입스(Yips)’에 빠졌다고 한다. 입스는 과연 무엇일까?

◇중압감으로 몸이 경직 
입스는 특정 상황에서 중압감으로 몸이 경직돼 평소 하던 동작을 수행하지 못하는 것을 말하며, 그중에서도 야구선수의 입스는 ‘스티브블래스증후군’이라고도 부른다. 1960년대 유명 메이저리그 투수였던 스티브 블래스가 앓던 데서 비롯됐다. 입스는 어떤 동작을 할 수 없느냐에 따라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골프선수가 퍼팅을 못하는 ‘퍼팅 입스’, 공을 던지지 못하는 ‘송구 입스’, 배드민턴선수가 서브를 넣지 못하는 ‘서비스 입스’등이 있다.

입스 환자들의 주요 증상으로는 근육 경련과 가슴 통증, 압박감, 집중력 분산, 불안 등이 있다. 의학적으로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근육 경련이 발생하는 ‘국소 근긴장이상증’, 특정 자세를 취했을 때 발생하는 ‘자세 특이성 국소 근긴장이상증’, 특정 작업을 할 때만 나타나는 ‘작업특이성’등으로 설명한다.

◇생각보다 흔한 입스
입스는 과거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이나 ‘스토브리그’등에서도 소재로 사용될 정도로 스포츠팬들에겐 흔하게 알려진 질병이다.

야구·축구·배구·골프 등 여러 스포츠에서 나타난다. 현직 프로야구선수들 중 입스에 걸려 포지션을 변경한 사례가 많으며, 현재 롯데 자이언츠 포수 지시완도 입스에 빠졌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도 입스 의혹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실제 2006년 한국스포츠심리학회지 연구에 따르면 153명의 아마추어골프선수 중 입스를 경험한 비율이 45.8%로 나타났다.


또한, 정교한 작업을 필요로 하는 악기 연주자나 글을 쓰는 작가에게도 나타나는데, 건반을 칠 때 손가락에 힘이 많이 들어가거나, 펜만 들면 손에 힘이 들어가 글씨가 엉망이 되는 사례도 입스로 볼 수 있다.

◇심리적 문제… 해결 어렵지만 노력하면 가능
입스는 근육을 자동으로 조절해 특정 행위를 유도하는 뇌 신경 연결이 잘못돼 나타난다. 대체로 심리적인 영향이 크다. 몇 번의 실수가 반복되면 평가에 대한 우려 때문에 자신감이 떨어지고 실수에 대한 강박관념이 심해진다. 입스는 슬럼프로 이어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입스 시간이 길어지면 자괴감에 빠져 입스를 극복하지 못할 수도 있다, 입스에 걸려 은퇴하는 스포츠 선수도 있다.

입스는 훈련을 많이 한다고 해서 극복할 수 있는 병이 아니다. 오히려 훈련을 계속할수록 실수에 대한 압박이 너무 강해 극복이 힘들 수 있다. 실제 전직 프로골프 선수 박세리는 한 인터뷰에서 입스에 빠져 계속 훈련을 했지만, 오히려 더 심해졌다고 밝혔다.

입스를 극복하려면 심리치료와 인지행동치료를 통해 자신의 중압감을 분석하고 마음을 편하게 가지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또 일명 이미지 트레이닝이라고 불리는 ‘심상 훈련’도 효과가 있다. 2018년 한국스포츠학회지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입스 증상이 있는 골프선수 30명을 조사했는데, 긍정적인 심상 훈련을 한 골프선수의 경우 점수가 향상됐다.

포지션을 바꿔 극복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야구선수는 우투수에서 좌투수로 바꾸거나, 내야수에서 외야수로 바꿔 극복하는 식이다. 실제로 키움 히어로즈 간판타자 이정후는 내야수에서 외야수로 포지션을 바꿔 입스를 극복했다고 인터뷰에서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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